스포츠에 있어서 수비는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구기종목에 있어서의 수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과거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이 부분을 등한시한 것 같다. 특히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축구의 경우 유럽의 강호와 맞붙으면 처음에는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듯하다가 어이없게도 수비가 뚫려서 골을 먹으면 그다음부터는 속절없이 무너져서 4:0도 아니고 6:0도 아닌 꼭 5:0으로 지고 만다. 아무리 공격력이 우세하여도 수비가 하염없이 무너지면 아무런 대책이 있을 수 없다. 2002년의 월드컵 신화를 쓴 히딩크 감독이 부임해서 우리나라 축구를 가장 변모시킨 부분은 수비를 강화하였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 개인 맨투맨이 아닌 시스템에 의한 압박수비로 옛날에는 쉽게 뚫렸던 수비가 오히려 상대 공격진이 당황할 정도로 견고한 벽을 쌓자 자연히 쉽게 지지 않는 경기를 했고 공격진이 과거보다 많이 좋아진 것도 아니었는데 유럽 강호와도 당당히 맞서서 쉽게 지지 않는 축구를 하게 된 것이다.
야구에서도 과거 김성근 감독은 꼴찌 팀만 맡아서 동계훈련을 거치면 4강권에 드는 견실한 팀으로 변모시켰는데 비밀은 다른 것이 아니고 물 샐 틈 없는 수비벽을 구축하였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수비벽을 탄탄히 쌓으면 만만했던 팀에서 까다로운 팀으로 변모하게 된다.
현재 프로 농구 감독 중 가장 명장이라 할 수 있는 유재학 감독 역시 작전 타임 때 선수들에게 지시하는 것을 보면 거의 모든 지시사항이 수비에 대한 것이다. 10점 정도를 뒤지고 있을 때도 이를 뒤집기 위한 작전지시는 먼저 수비 시스템을 바꾸어서 상대팀의 공격력을 최대한 막도록 한다. 그래야 점수차가 좁혀지지 우리도 한 골 넣고 상대방도 이어서 한 골 넣으면 점수차는 절대 좁혀지지 않는다.
현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감독인 슈틸리케는 ‘공격이 강한 팀은 시합에서 이기지만 수비가 강한 팀은 우승을 한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수비를 강조한다.
지금은 좀 무뎌졌지만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공격축구를 했던 브라질 국가대표팀은 70-80년대 유럽의 모든 나라에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유일하게 이탈리아와는 막상막하였다. 아시다시피 이탈리아는 빗장수비로 유명한 나라이다.
이렇게 스포츠에서는 수비가 강한 팀이 경기 내용은 재미없을지 몰라도 승부에서는 더 유리한 측면이 있는데 이런 수비의 중요성은 우리 인생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재테크 측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여기서 공격이란 돈을 벌어들이는 부분이겠고 수비란 번 돈을 관리하는 측면일 것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재테크하면 단순히 돈을 버는 방법들에 대해서만 국한해서 생각하게 된다. 이 돈을 버는 부분이 인간들에게는 상당히 흥미롭고 또 재미있다. 번 돈을 관리하는 부분은 재미도 없고 어딘가 돈을 버는 것에 비하면 쪼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자본을 축적한 민족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유대인과 화교자본들이 그들이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이렇게 큰 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을까? 재테크에 엄청난 달인들이었을까?
물론 그런 부분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고 소위 말하는 돈 냄새를 잘 맡는 재능들이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 없는 그런 부분을 노력만으로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 이들에게서 배울 점은?
그들의 벌어들인 돈의 관리 방법이다.
그들은 10을 투자해서 1을 벌면 꼭 1을 별도의 통장에 적립하고 다시 원금인 10을 투자한다. 특히 화교들은 이렇게 벌어들인 1을 꼭 땅과 같은 부동산에 투자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부동산 불패 신화도 물론 있겠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부동산에 투자하면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안 쓰게 된다고 생각한다. 다시 10을 투자해서 이번에는 2를 벌었으면 다시 2를 인출해서 부동산에 묻어놓는다. 그래서 다시 10을 투자했다가 잘못해서 손해를 보게 되어도 적립되어 있는 돈이 있기 때문에 그 범위 내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빨리 처분하고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10을 투자해서 1을 벌면 그다음에는 원금과 이익금을 합하여 11을 투자한다. 여기서 다시 2를 벌면 바로 이익금을 보태서 13을 투자한다. 심한 경우 이렇게 되면 흥분하기 시작하고 돈이 더 있었으면 더 벌었을 텐데 하고 아쉬워하면서 빚까지 얻어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3번의 성공적인 투자를 해서 50%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어도 4번째에 모두 날리고 빈털터리가 된다. 자본의 축적이 이루어질 수가 없다.
또 인간의 능력이란 한계가 있다. 한 번도 실수 없이 계속 성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관리능력은 항상 일정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야구에서도 공격인 타격은 잘 맞을 때가 있고 전혀 안 될 때도 있다. 반면에 수비는 일정 수준을 변함없이 유지할 수 있고 그래서 수비가 강한 팀은 항상 안정적인 전력을 구축한다.
이제 재산을 축적하고 싶은 사람들은 공격도 중요하지만 수비에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축해서 강력하게 만들어야 한다. 돈 버는 능력이 훌륭한 사람들은 물론 돈을 잘 번다. 그러나 번 돈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은 탄탄한 재산을 축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