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작은 이야기

13. 병아리 한 마리

by 지금은

“꼬꼬댁 꼬꼬”

새참 때가 되어 닭이 시끄럽게 소리를 냈습니다. 호야는 소리가 멈추자 살며시 방문을 열고 닭의 둥지를 살폈습니다. 호야는 잘 압니다. 이맘때쯤이면 암탉이 달걀을 낳는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일 학년이라서 매일 학교에 가지만 학교 다니기 전까지는 호야가 달걀 당번입니다. 할머니나 삼촌만은 못해도 달걀을 잘 꺼내옵니다.

“삼촌 닭이 알을 낳았어요.”

“그럼 꺼내 와야지.”

호야가 닭이 알을 낳고 둥지를 벗어난 것을 확인했습니다. 닭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살그머니 달걀을 집어 들었습니다. 방금 낳은 것이라서 따끈따끈합니다. 얼굴에 대어 보았더니 봄바람이 스쳐 가는 싸늘한 기운을 막아 줍니다.

‘어른들은 생달걀을 잘 먹는데.’

들고 방으로 들어오면서 갑자기 먹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촌 날달걀 먹을 수 있어요?”

“먹을 수야 있지만 너도 한번 먹어 보려고?”

호야는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먹기가 힘들 텐데.”

“그렇지만.”

“먹고 싶으면 먹어 봐, 나는 비위가 좀 약해서 잘 먹지는 않지.”

“정말 먹어도 될까? 할머니가 아실 텐데.”

“할머니가 오시면 잘 말씀드릴게, 호야가 먹고 싶어 하니까.”

호야는 잠시 망설이다가 어른들이 하는 대로 밑을 조금 깼습니다. 뒤집어서 윗부분도 조금 깨고는 달걀을 눈 위로 들었습니다. 입을 위로 쳐들고 달걀을 빨았습니다. 조그만 입으로 계속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가 쏟아져 들어옵니다. 입에 가득 찼는데도 계속 들어옵니다. 할 수 없이 꿀꺽하고 삼켰습니다. 노른자의 덩어리가 곧이어 입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달걀이 입안에 가득 차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눈을 감고 꿀꺽하고 삼켰습니다. 찔룩하고 노른자가 목으로 넘어갔습니다. 갑자기 목이 메는 것 같아 그만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먹고 나니 영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목의 느낌이 이상하고 비린내와 함께 입안이 미끌미끌합니다. 개구리알을 만졌을 때의 기분보다도 더 꺼림칙합니다.

‘왜 사람들은 이런 것을 고소하다고 할까?’

어른들은 거짓말쟁이인가 봅니다. 결국 달걀의 반은 먹고 반은 남겼습니다.

삼촌이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병아리 한 마리 없어졌네.’

정말로 병아리 한 마리를 없앴습니다. 모를 일입니다. 마음먹은 대로라면 병아리 열 마리가 될지도 모릅니다.

어미 닭이 다음날도 둥지에서 알을 낳겠다고 신호를 보냅니다. 제가 낳아 놓은 달걀을 알고 있을까요. 가까이서 호야를 바라보는 닭의 눈초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호야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걸까요?

‘또 내 알 가져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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