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모자
다람쥐는 하늘에 점을 찍는대요. 왜냐고요? 앞으로 알게 되겠지요. 책에서 봤어요. 옛날이야기라며 선생님도 말씀해 주셨어요. 내 생각을 섞어서 각색해 볼까요.
단풍잎이 곱게 물들어 가자, 다람쥐들은 몸과 마음이 매우 바빠졌답니다. 여러분도 아는 것처럼 다람쥐는 겨울 양식을 장만해야 하거든요. 눈 내리고 추워지는 겨울을 준비해야 하니까요.
올해도 여느 해처럼 아기 단풍잎이 곱게 물들고, 들판에 있는 고개 숙인 고운 벼들의 추수가 거의 끝나 가자, 다람쥐는 재주를 부리고 숨바꼭질할 시간을 절약해야만 했습니다.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도토리, 밤, 개암 등을 주워 모으기에 바쁩니다.
할아버지가 오늘도 구름 모자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자, 다람쥐는 쉬지 않고 양식을 모으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좀 쉬면서 하지, 병이라도 나면 어쩌려구.’
다람쥐는 할아버지의 고운 마음을 알 턱이 없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해지는 저녁까지 열심히 먹이를 물어다 수풀 덩굴 아래 감추었습니다. 다람쥐가 안 보이는 사이 혹시라도 새들이나 다른 짐승들이 빼앗아 갈지도 모릅니다. 부지런히 양식을 모으던 다람쥐는 아픈 허리를 펴고는 하늘을 올려보다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이곳저곳 여러 곳에 양식을 숨겨야하니 위치를 기억하는 것이 문제로군.”
옆에 있던 다람쥐가 이 소리를 듣자 말했습니다.
‘아 바보야, 내 머리 위에 있는 구름에 점을 찍는 거야. 그러면 네가 양식을 모아 놓은 것을 잊어 버리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다른 짐승들은 네가 표시해 놓은 곳을 모르니까 양식을 가져가지 못하겠지.’
다람쥐는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말을 들은 할아버지가 다람쥐를 불러서 도와주려고 했지만, 다람쥐는 할아버지를 보지 못했습니다. 양식을 구하기 위해 나무 둥치에서 재주를 한 번 넘고는 쪼르르 산 아래로 달려 내려갔습니다.
오늘은 매우 기분이 좋은 날입니다. 다른 어느 해보다도 많은 먹을 것들이 주위에 널려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 봄에는 식구들이 많이 늘어날 수가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다람쥐는 내년에 태어날 귀여운 아가들을 생각하며 매일매일 열심히 일했습니다.
날이 추워지고 서리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산 아래 밭둑에 피어 있는 들국화가 아침 햇살에 더욱 예뻐 보입니다. 다람쥐는 더욱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조금만 더 모으면 내년 봄까지의 양식은 충분하고 잘하면 이웃에 사는 할아버지 부부에게도 줄 수가 있습니다. 또 다른 다람쥐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가 있다고 생각하니 무척이나 기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드디어 첫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겨울 양식을 굴속에 저장하고 잠을 자야 할 때가 다가오는가 봅니다. 오늘은 지금까지 열심히 모아 논 양식들을 집안으로 끌어들이기만 하면 됩니다. 바람이 불고 제법 날이 차갑지만 모아 논 양식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추위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내 양식을 모아 놓고 아무도 모르게 표시해 놓았으니까 문제없지.’
눈이 그치고 햇살이 비취자 다람쥐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는 자신이 표시해 놓았던 가까운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저 구름 아래였지.’
재빠르게 달려간 다람쥐는 바로 구름 아래에 멈춰서 주위를 살폈습니다. 그러고는 낙엽으로 가려 놓았던 자리를 두 발로 헤쳤습니다.
‘아니?’
하늘을 다시 한번 올려다본 다람쥐는 저만치 가 있는 구름을 향해 달렸습니다.
‘조금 옆인데 위치를 잘못 알았군.’
수풀로 들어간 다람쥐는 낙엽을 헤쳤습니다.
‘아니, 여기도 아닌데…….’
다람쥐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구름이 다시 저만치 가 있습니다.
‘저곳인데 잘못 알았군.’
달려간 다람쥐는 다시 구름 아래 수풀의 낙엽을 헤쳤습니다.
‘이곳도 아닌데, 여기도 아닌데. 바위 옆도 아니고, 찔레나무 아래도 아니네.’
다람쥐는 온종일 하늘의 구름을 보며 달렸습니다. 오후가 되자 눈이 다시 흩날리기 시작합니다.
‘구름이 어디 갔지, 내 구름이 어디 갔지? 내 구름, 내 구름.’
다람쥐는 발이 시린 것도, 콧등이 시린 것도 참고 달렸습니다. 온 산을 이리저리 달리자, 이마에 콧등에 땀이 송송 맺히기 시작합니다.
‘내 구름, 내 구름, 내 구름.’
할아버지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혀를 찼습니다.
‘아유, 불쌍해라. 이를 어쩐담?’
다음 해 봄이 되었습니다.
수풀 속에는 도토리 식구들이 옹기종기 태어났습니다. 알밤 식구들이 소복이 태어났습니다. 개암 식구들이 촘촘히 태어났습니다. 산은 도토리나무, 밤나무, 개암나무로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