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모자
해님이 잠깐 나타났다가 산 너머로 숨어 버렸습니다. 조금만 더 초초를 기다리면 손발이 얼 것 같지는 않은데 아마도 차가운 달님한테는 어림도 없나 봅니다. 잘못하면 따스한 해님도 얼어 버릴지 모르겠지요. 달님은 종종 응원 부대를 데리고 나타나기도 하니까요.
‘응원 부대는요?’
그야 당연히 별님들이랍니다. 그런데 별님들을 데리고 오지 않고 혼자 왔답니다. 오늘은 바쁜 일이 있어서 잠깐만 초초의 얼굴을 보고 돌아가기로 했다나요. 그래서 그런지 달님의 몸은 조각배 모습으로 푸른 바다를 나는 갈매기처럼 가볍게 다가와서는 미소를 한 번 짓고는 슬며시 해님을 쫓아가 잡기라도 할 듯이 해님이 사라진 곳으로 앞머리를 향했습니다.
달님이 슬며시 사라지자 구름이 가끔 푸른 하늘을 지나갑니다. 초초가 혹시나 해서 구름 모자를 기다리지만 구름 모자는 보이지를 않습니다. 한참 동안 기다려도 또 한참 동안 기다려도 그리고 또 한참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답니다. 초초는 발이 시려 발을 동동 구르고 손이 시려 손을 싹싹 비빕니다. 그래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애야 초초야, 저녁 먹어야지.”
고모가 소리를 쳤지만, 들은 척도 안 합니다. 저녁을 먹는 사이에 구름 모자가 슬며시 나타나 다른 아이들만 만나고 사라지면 큰일입니다.
“초초야, 밥 먹어. 뭘 그렇게 넋 빠진 사람처럼 하늘만 보고 있니?”
그래도 초초는 하늘만 봅니다.
“초초야, 바보야 밥 먹으라니까.”
“조금만 있다가.”
“된장찌개 다 식으라고.”
“괜찮아.”
모두 다 하얗게 변해 버린 온 세상은 해님이 없어도 달님이 없어도 잘 보입니다. 별님이 조금씩 도와주기 시작했으니까요.
초초는 조금 덜 심심합니다. 별님들을 보고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별님, 구름 모자 봤나요?”
별님들은 눈만 깜빡입니다. 아마 못 봐서 그렇겠지요. 어느새 다가왔는지 이웃집 검둥이가 꼬리를 흔들며 초초의 차가운 손을 입으로 핥아 줍니다. 초초는 검둥이의 목을 끌어안았습니다. 손을 입에 가져가서 ‘호호’ 하고 불 때보다는 한결 따스합니다. 볼도 비볐습니다. 한결 시린 것이 나아진 듯합니다. 그렇지만 잠시뿐 발이 얼어 오고 배에서는 ‘꼬르륵 꼬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이 녀석, 뭣 하고 있는 거야. 추운데 감기 걸리겠다. 빨리 못 들어가겠니?”
호랑이 아저씨가 이웃 마을로 가다가 소리를 치셨습니다.
“추운데 뭣했어? 노는 것도 밥이나 먹고 놀아야지. 이 추운데.”
할머니가 코를 훌쩍이는 초초의 차가운 손을 두 손으로 감싸며 물으셨습니다.
“구름 모자를 보려고요.”
“구름 모자, 구름 모자가 뭔데?”
“그냥 그런 거 있어요.”
“이 추운데 구름 모자를 뭣하게, 털모자나 남바위면 몰라도.”
“구름 모자는 뭐든지 소원을 들어준대요.”
“무슨 소원인데?”
“아주 큰 고드름을 만들어 달라고 하게요.”
“왜?”
“인구 자식이 저희 집 고드름이 우리 집의 것보다 크다고 자랑하고 같이 놀지 않겠다고······.”
“그럼 할머니가 잠을 자지 말고 기다렸다가 초초의 소원을 들어 달라고 해야겠구나.”
자장가의 소리에 초초는 할머니의 무릎에서 꿈나라로 향했습니다. 내일은 틀림없이 초초네 추녀 밑에 제일 큰 고드름이 열릴 것이라고 꿈꾸면서 말입니다. 그러면 칼싸움은 분명히 초초가 이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