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모자
옛날 옛날에 보석을 무척 좋아하는 바이킹의 두목이 있었답니다. 이 두목은 다른 사람들이 ‘노을’이라고 불렀습니다. 아마 노을이라는 이름을 가진 바이킹이라서 그런가 봅니다. 두목은 바다에서 해적질하거나 남의 나라를 쳐들어가 보석을 발견하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음, 좋은 것이로군. 보석의 임자는 따로 있는 거야. 보석이 나를 기다리느라고 지루했겠지.”
노을은 보석을 끌어안고 뽀뽀를 하면서 좋아했습니다. 어찌나 보석을 좋아하는지 보석을 보면 아무리 중요한 것이 있어도 모든 것을 본 척을 하지 않고 부하들이 차지하도록 내버려두었습니다. 보석을 가지고 돌아오면 두목은 며칠이 지나기를 기다려 아주 어두운 밤에 혼자 밖으로 나갔습니다. 보석을 감추기 위해서입니다. 몰래 바닷가로 다가간 두목은 보석을 동굴 속에 감춥니다. 그러다 보니 보석은 동굴에 가득 차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노을에게는 이상한 버릇이 있었습니다. 모든 보석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붉은 보석을 좋아했습니다.
“음, 이 보석은 나를 닮았단 말이야. 내 얼굴처럼 붉은 것이 썩 마음에 들거든.”
노을은 보석을 집어 얼굴에 대어보고 문지르기도 하였습니다. 이 바이킹은 정말 얼굴이 붉었습니다. 너무 술을 좋아해서 술을 물처럼 먹다 보니 얼굴이며 온몸이 모두 사과처럼 물들었습니다.
하루는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는데 주위를 지나가는 배가 없자 밤을 이용하여 바닷가에 있는 나라로 갔습니다. 그리고 임금님이 사는 집에 쳐들어가서는 말했습니다.
“너희 궁궐에 있는 보석이란 보석은 모두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죽을 줄을 알아라.”
그러자 임금님은 아주 조그만 보석 상자를 내놓았습니다.
“보석이라고는 이 조그만 상자속에 있는 것이 모두입니다. 원하신다면 가져가시지요.”
그러자 바이킹이 화가 나서 외쳤습니다.
“이 큰 나라 임금이 가진 보석이 이것밖에 없다니, 거짓말을 하는구나.”
화가 난 바이킹 두목은 칼을 높이 쳐들었습니다. 그러고는 보석을 더 내놓도록 명령했습니다. 이때입니다. 주위를 지나가다 멈춰 서서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늙은 할아버지 한 사람이 궁궐로 들어와 조용히 그리고 엄숙하게 말했습니다.
“이보시오, 두목나리. 우리 임금님에게 보석을 내어놓으라고 윽박질러도 소용이 없소. 임금님은 보석보다는 백성들을 더 좋아해서 보석 따위는 필요 없는 분이니까.”
이야기를 들으며 할아버지의 눈을 무섭게 노려보던 두목은 할아버지의 선한 얼굴과 맑은 눈동자를 보고는 말했습니다.
“이 할아버지를 보니 정말이군. 그렇지만 임금이 보석을 좋아하지 않는다니 보기 드문 일이로군. 그런데 보석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임금이 이 보석 상자가 있다는 것이 웬 말인가?”
“예, 그 보석은 우리나라를 여행하던 이웃 나라의 부자가 임금님이 정치를 잘해서 백성들이 아무런 걱정이 없이 편히 잘산다는 소문을 듣고 나에게 준 것인데 내일이면·······.
바이킹의 두목은 보석함을 가지고 돌아와 예전과 같이 몰래 동굴속에 넣고 보석이 가득 차자 기쁜 나머지 술을 밤새도록 마셨습니다. 다음 날 해가 서산으로 기울 무렵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절벽을 내려와 배를 타고는 건너편에 있는 나루터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배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려는 순간 천둥 치는 소리가 나서 뒤를 돌아다보니 바위 문이 부서지면서 절벽을 타고 바다로 떨어지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동굴 속에 가득 차 있던 보석들이 갑자기 절벽의 바위에 부딪치면서 쏟아져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우르르, 우르르 철벙 철벙······.’
붉은 보석들이 온통 바닷물을 붉게 물들이면서 쏟아져 내립니다. 온통 바닷물이 붉게 물듦과 동시에 해가 지는 하늘도 따라서 물이 들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노을의 얼굴이 더욱 빨개졌습니다.
“이크, 내 보석, 아이고 내 보석.”
소리를 치면서 발을 동동 굴렀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다만 해님이 서산을 꼴깍 넘어가며 모래밭에 노을의 검은 그림자를 길게 아주 길게 그려놓고는 달님에게 인계했습니다. 두목은 너무나 서운한 나머지 ‘이크 내 보석 아이고 내 보석’ 하고 밤새 울부짖다가 그만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런 뒤로는 웬일인지 저녁마다 해님이 잠자러 갈 때면 바다와 하늘이 온통 붉게 물들기 시작했답니다. 이런 일로 사람들은 붉게 물드는 바다와 하늘을 보며 두목의 이름을 따서 저녁놀이 붉게 물들었다고들 한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