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모자
함박눈이 날리는 날, 연이 날았습니다. 높이 날았습니다. 방울새보다 높이 날았습니다. 참새보다도 높이 날았습니다. 까치보다도 높이 날았습니다. 기러기만큼 날았습니다. 높이 올랐습니다.
초초는 아침 일찍 먹구름을 쓸어 내고 싶었습니다. 대나무밭에서 제일 좋은 나뭇가지를 잘라 다듬었습니다. 할아버지 졸라 창호지를 얻었습니다. 할머니 몰래 골방에서 명주실을 꺼냈습니다. 연을 만드는 것은 문제없습니다. 백 개도 더 만들어서 문제가 없습니다. 초초는 먹구름 낀 하늘이 싫습니다. 왠지 마음이 어두워지는 것만같습니다.
‘썰매를 타러 가야 하는데, 팽이를 쳐야 하는데, 딱지치기해야 하는데, 구슬치기도 해야 하는데, 자치기해야 하는데.’
구름이 끼면 재미가 없습니다. 신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초초는 연을 정성껏 만들었습니다.
‘이만하면 잘 뜰 수가 있겠지?’
엄마가 점심밥을 먹으라고 하는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빨리 구름을 쓸어버려야 합니다. 나무하러 간 삼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날이 어두우면 산짐승들이 잘 나타난다는데.”
초초는 연에 수수목을 잡아맸습니다. 좀 무겁기는 해도 날아오르기만 하면 먹구름을 저 산 너머로 쓸어버릴 것이 분명합니다.
올라라 올라라
연아 연아
날아올라라
먹구름, 까만 구름
모두 모두 쓸어버려라
올라라 올라라
연아 연아
높이높이 올라라
이 세상 나쁜 것
멀리멀리 쫓아 버려라
연이 천천히 오르기 시작합니다. 뒤뚱뒤뚱 흔들흔들 둔한 청둥오리처럼 날아오릅니다. 바람이 살금살금 다가와 연에 말합니다.
“초초의 말이니 도와줘야지.”
연은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날아올랐습니다. 그리고 먹구름을 저 산 너머로 천천히 밀어 갑니다. 눈발이 한 점 두 점 하늘에 점을 찍습니다. 세 점, 네 점, 다섯 점, 점을 찍습니다. 연이 흔들리며 하늘로 솟구쳐 오를 때마다 점은 점점 많아지면서 초초를 향해 흰 가루를 뿌립니다. 바람이 연을 열심히 도와줍니다. 연이 휘청하고 개똥을 주워 먹고 다시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오릅니다. 먹구름은 연에 쫓겨 산 너머로 숨어 버리고 옅은 구름 아래로 목화송이 같은 함박눈이 펑펑 내립니다.
연아 연아 솟아라
높이 솟아라
하늘나라 선녀님
길 안내하게
연아 연아 솟아라
높이 솟아라
하늘나라 선녀님
나무꾼과 만나게
눈은 펑펑 내리고 연은 더욱 높이 솟아오릅니다. 연줄이 ‘윙윙’ 소리를 내면서 웁니다. 연이 초초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용솟음을 칩니다. 개똥을 주워 먹고 다시 힘차게 솟아오릅니다. 더욱 힘차게 소리를 내어 눈송이 사이를 뚫고 외칩니다.
“초초야, 더 높이 솟아올라야 해.”
초초는 연실을 모두 풀어 주었습니다. 그렇지만 연은 더 높이 날아야 합니다. 선녀님을 만나고 나무꾼의 소원을 들어주려면.
“더 이상 줄이 없는데.”
“그럼, 소원은?”
“그럼 기다려 금방 다녀올게.”
초초는 얼레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할머니의 꾸중도 잊은 채 골방으로 향했습니다. 살금살금, 살금살금.
“이 녀석, 또 가져가려고? 내년 봄 삼촌 장가갈 때 명주 옷감 짤 것인데.”
초초는 찔끔 놀라 달음질쳐 밖으로 나와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연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선녀님 만나러 갔나 봅니다.
아마 나무꾼 도와주러 갔나 봅니다.’
얼레만 남겨 두고 명주실과 함께.
초초가 빈 얼레를 들고 돌아서자, 햇빛이 반짝이고 저 멀리 구름 모자 다가옵니다.
“초초야, 네 소원을 들어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