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옥상

구름 모자

by 지금은

그동안은 지루한 줄을 모르고 지냈는데.

‘왠지 아셔요?’

바람하고 이야기할 수 있었고 해님과 별님과도 이야기하고 공중을 나는 많은 새들과도 만날 수가 있었으니까요.

해님과 별님, 달님, 그리고 새들은 할아버지에게 많은 것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할아버지는 새들의 말을 잊을 수가 없답니다. 여행을 계속하게 되면 자기들의 고향에 들려달라는 말을 하고 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해님도 별님도 그리고 달님도 잊어서는 안 되지만 그래도 그들은 비가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매일 만날 수 있어서 쉽게 잊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압니다.

모두 좋은 친구들입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어느 날 갑자기 외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만 여행하다 보니 그렇겠지요.

갑자기 아이들이 보고 싶습니다. 할아버지는 아파트 지붕 위를 날다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전부터 알고 있던 상일이, 민구, 민나, 재민이, 호경이, 두경이가 보입니다. 할아버지 손자 하진이도 보입니다. 할아버지는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할아버지는 놀이터 가까이 다가가자 큰 소리로 불렀습니다.

“하진아, 하진아. 상일아······.”

그렇지만 하진이와 아이들은 할아버지의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놀이에만 열중입니다.

“얘들아, 얘들아!”

할아버지는 목청을 드높여 큰 소리로 불렀습니다.

아이들이 주위를 둘러봅니다.

“누가 불렀지?”

아이들은 다시 놀이합니다. 정글짐에도 오르고 미끄럼틀에도 오르고 철봉에도 원숭이처럼 거꾸로 매달려 땅을 내려다봅니다.

‘아니, 이 녀석들이, 할아버지도 몰라보다니.’

“얘들아, 이 녀석들!”

할아버지가 더욱 큰 소리로 부르자 아이들이 놀이를 멈추고 모두 주위를 살폈습니다. 왼쪽을 보는 아이, 오른쪽을 보는 아이, 뒤를 보는 아이, 나무주위를 보는 아이. 그렇지만 하늘을 보는 아이들은 없었습니다.

“아니? 우리 할아버지 목소리인데.”

“맞아, 너희 할아버지 목소리야.”

“너희 할아버지 기차 타고 시골 가서 계시다 오신다고 했잖아.”

“그래, 맞아.”

동네 아이들은 할아버지를 다 압니다. 할아버지와 친해서 어디인가 외출하실 때에는 꼬치꼬치 캐묻습니다. 될 수 있으면 할아버지를 못 가시게 하고 싶어서입니다. 이유야 뻔하지요. 할아버지의 재미나고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입니다.

이런 아이들을 할아버지는 싫어하시지 않으십니다. 볼 때마다 상일이를 귀여워해 주시는 것처럼 똑같이 귀여워해 주십니다.

아이들이 놀이기구에서 모두 내려와 다시 두리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얘들아, 여기야 여기. 하늘.”

구름 아래로 얼굴을 내밀고 내려다보시는 할아버지를 보고 아이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할아버지?’

“상일이 할아버지?”

“그래, 나다. 그동안 잘 있었니?”

아이들은 반가워서 손을 저었습니다.

“할아버지, 빨리빨리 내려오셔요.”

“그래그래.”

아이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할아버지가 옥상으로 내려오려는 순간 바람이 휙 불어옵니다. 바람이 심술을 부리기 시작을 한 거지요. 할아버지를 아이들에게 빼앗기기 싫어서 구름을 몰고 바다로 향하려고 했습니다.

갑자기 할아버지의 구름모자가 뒤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은 걱정이 되었습니다. 구름모자가 날아가면 할아버지를 만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고, 얘들아. 빨리빨리.”

상일이가 구름모자 리본을 잡았습니다. 그렇지만 바람은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더 세게 힘을 주어 하늘로 밀어 올렸습니다. 상일이의 발이 공중에 매달렸습니다.

“얘들아, 빨리빨리.”

하진이가 상일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하진이도 떠오릅니다. 민구가 하진이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민나가 민구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재민이가 민구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호경이 이어서 민구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두경이가 또 잡았습니다.

바람은 할아버지를 빼앗아 가려고 애를 썼지만, 아이들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던 바람은 옥탑 벽에 여러 번 부딪치고는 슬그머니 할아버지 곁을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두경이 발이 바닥에 닿았습니다. 민구의 발이 바닥에 닿았습니다. 호경이의 발이······, 끝으로 상일의 발이 바닥에 닿고 할아버지가 구름모자에서 내려오셨습니다.

아이들이 구름 모자를 만져봅니다.

“와! 솜보다도 가볍네.”

“우리 집 강아지 푸들 털보다도 부드럽네.”

아이들은 각자 만져보며 떠들어댑니다.

“할아버지, 우리들도 구름 모자를 타보면 안 될까요?”

“안 되긴? 타야지.”

“와! 신난다.”

“그렇지만 지금은 저녁때라 위험하니 내일 타기로 하자.”

할아버지는 구름 모자를 정성껏 옥상 기둥에 매어놓았습니다.

“얘들아, 가자. 모두 비밀이에요.”

옥상 문을 잠그고 조심스레 하나, 둘, 셋.

‘우선 피곤하니 가서 잠을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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