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고 추

입이 간질간질 1

by 지금은

옥상에 고추를 말렸습니다. 올해는 고추를 말리는 동안 비가 한 번도 안 왔습니다. 작년에는 비가 자주 와서 세 상자를 말리는데 어쩔 수 없이 한 상자 정도는 버려야 했습니다. 일찍 말려서 그런지는 몰라도 작년에 보던 고추잠자리도 아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몇 상자 더 말릴걸.”

작년에 많이 사다가 말려서 올해는 많이 말릴 필요가 없지만 햇볕이 아까워하는 소리겠지 생각했습니다.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나 봅니다. 옆집 아주머니는 열 상자도 더 말리면서 같은 소리를 했습니다.

큰 아들네 주고, 시집간 큰딸, 작은 딸네 주고……. 주워섬기는데 정말인지 아니면 장삿속으로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수다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아주머니의 착한 마음에 장삿속은 아니리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아주머니는 아는 것도 많습니다.

“고추는 태양 고추가 좋아요. 말복이 막 지나면서 사다 말리면 더욱 좋고, 값은 좀 비싸도 좋은 것을 골라야 하고, 너무 큰 고추보다야 중간 크기가 더 좋고…….”

그뿐이 아닙니다, 고개만 끄덕이면 이것저것 집안 이야기 자식 자랑 등, 그런 재미로 할머니, 엄마들이 살아가나 봅니다. 올 고추는 힘 안 들이고 말렸어도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고추잠자리는 아직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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