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간질간질 1
‘이거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데…….’
운동장을 겨우 두 바퀴 돌았는데 숨이 차서 더 이상 뛸 수가 없습니다. 할 수 없이 원길이 눈치를 보면서 정글짐으로 다가가서 기둥을 잡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숨을 골랐습니다. 힘에 부쳤는지 눈앞에 별이 반짝이고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듯합니다.
원길이가 옆에서 지켜보다가 말했습니다.
“야, 힘드니?”
“응, 숨이 차는데.”
“그러기에 뭐라고 했어, 방학이 되면 매일 운동장에 나와서 함께 달리자고 했잖아.”
말없이 숨을 고르면서 생각을 해보니 진작 원길이 말을 들을 걸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는 방학이 되자 비 오는 날 며칠을 빼고는 학교 운동장에 매일 나왔다고 합니다. 다섯 바퀴를 돌고 숨을 고르는데 내가 두 바퀴를 돈 것보다도 힘이 덜 들어 보입니다.
‘전에는 내가 발걸음이 빠르고 오래달리기도 잘했는데…….’
방학 내내 집에만 있고 밖에 나간 것은 몇 번 되지 않았습니다. 날씨가 덥다는 핑계로 집에서 시원한 것만 먹고 자리에서 누워 뒹굴었습니다. 나 자신이 생각을 해봐도 요즈음 다리에 힘이 없고 자주 어디엔가 기대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체력을 길러보겠다고 개학 날을 사흘 앞두고 운동장에 나갔는데 생각 같지 않았습니다. 하얀 피부는 친구와 비교해 나약해 보입니다. 원길이는 매일 나와서 몸을 많이 움직이고 달리기를 해서 그런지 생기가 넘쳐납니다.
“몸이 많이 허약해진 것 같구나. 학교에 갈 때는 나보다 네가 훨씬 건강해 보였는데 말이지.”
“네 모습을 보니까 미리 나와서 운동을 할 걸 그랬나 보구나.”
“늦지 않았어, 곧 시작하면 그것은 늦지 않은 거라던데. 저 할머니는 매일 운동장을 도신단다.”
“힘들긴, 습관이 돼서 괜찮아. 늙은이는 눕는 것을 좋아하면 죽는다는구먼. 눕지 않으려면 나와야 지, 할 일도 많은데.”
“무슨 할 일요?”
“응, 손주 녀석들에게 얘기할 책도 읽어 둬야 하고 아들 밥도 해주고……. 건강이 최고야, 돈 주 고도 살수도 없어.”
할머니는 다시 종종걸음으로 앞선 사람을 따라갔습니다.
나는 방학 내내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엄마가 마당에 나가 줄넘기라도 좀 하라고 성화를 하셨는데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샤워했습니다. 졸음도 달아나고 마음이 상쾌합니다. 다리가 좀 뻐근할 뿐입니다.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고 휘파람을 불자 엄마가 말씀하셨다.
“오늘은 초초가 기분이 좋아 보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