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바람개비

입이 간질간질 2

by 지금은

선생님이 자연 시간에 바람개비를 만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명수가 일어나 말했습니다.

“바람개비를 어떻게 만들까요?”

“어제 집에 가서 어떻게 만들 것인가 미리 생각해서 준비물을 가져오라고 했을 텐데.”

“그렇기는 하지만…….”

“생각을 안 하고 왔니?”

“예.”

“준비물은?”

“가져왔어요.”

“어떻게?”

“아침에 정민와 함께 문방구에 들어가 정민이가 사는대로 사왔어요.”

“그럼, 지금부터 생각을 해보든지 정민이와 의논을 해보든지.”

선생님이 말씀하시자 명수는 자리에 앉았습니다.

“모두 생각한 대로 만들어서 잘 돌아갈 수가 있도록 해보세요. 모르는 것이나 잘 안되는 것은 친구들과 의논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나와서 선생님과 함께 해봐야겠지.”

친구들은 신이 나서 책상을 붙이고 함께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크고 작은 바람개비, 꽃 바람개비, 날개가 두 개 달린 바람개비 등을 만들었습니다.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입니다.

한 시간이 끝나자, 선생님은 다음 자연 시간을 위해 한 사람씩 검사를 하시고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운동장으로 나가서 신나게 돌려보세요, 다치거나 넘어지는 일 없이 남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합니다.”

친구들은 하나둘씩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친구들은 계속 만들고 있었지만. 쉬는 시간이 거의 끝나 갈 무렵 친구들은 다 나가고 정민이와 명수만 남았습니다.

“야, 너희들 아직도 안됐니?”

“다 됐는데 핀이 없어서요.”

“왜?”

“모르고 핀을 안 사왔어요.”

“그럼, 손가락에 붙이고 돌려야겠다.”

“어떻게요?”

둘이 선생님 곁으로 다가섰습니다. 선생님은 바람개비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말씀하셨습니다.

“준비물을 잘 챙겨오던지, 궁리를 잘하든지 해야지. 남 다 하는데 너 희들만 못하면 되겠니?”

“…….”

“그냥 나가서 친구들에게 핀이 있으면 구해서 돌려보거라.”

그렇지만 밖에는 친구들이 핀이나 압정을 가지고 나올 리가 없었습니다. 구하지 못해서 느티나무 밑에서 친구들이 돌리는 것만을 구경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어느새 나오셨습니다.

“이 녀석들, 산에 가서 물고기를 찾으니 있겠니? 돌려보거라.”

야무지게 접은 종이를 하나씩 주셨습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주신 것을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바람개비도 아니고 이상하게 접어 끼운 삿갓처럼 생긴 날개가 달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이런 걸 어떻게 날려요.”

그러자 선생님은 둘째손가락을 펴고 하늘로 올렸습니다.

“이리 가져와.”

선생님은 삿갓 모양의 종이를 손가락에 끼우고는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와!”

아이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친구들의 하나둘씩 선생님 곁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선생님, 이게 뭐예요?”

“손가락 바람개비.”

“와! 신기하다.”

선생님이 운동장의 트랙을 돌기 시작하셨습니다. 친구들도 따라서 돌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저도 좀 돌려보면 안 될까요?”

“안되기는 왜 안돼.”

차례로 손가락을 내밀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바퀴 돌고 다음 친구가 한 바퀴 돌았습니다.

선생님의 무릎에는 색종이가 한 묶음 얹혀 있습니다.

“너 하나, 그리고 너도 하나, 그리고…….”

친구들이 운동장을 이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사람, 두 사람, 세 사람……. 드디어 운동장은 긴 줄로 이어집니다. 친구들의 숨소리가 거칠어집니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힙니다.

바람, 바람 바람개비, 작은 바람개비 큰 바람개비, 오색 바람개비. 꽃바람개비 손가락 바람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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