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간질간질 2
학교의 운동장은 아이들의 외쳐 대는 소리에 하루 종일 시끄럽습니다. 한낮의 운동장은 가끔 지저분합니다. 세수할 사이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려서. 학교의 운동장은 쉴 틈이 없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뛰어 주어야 하니까. 아침과 오후에는 아이들이 세수를 시켜 주지만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매일매일 똑같은 시간에 세수를 시켜 줍니다. 비가 가끔 내려와 먼지와 때를 씻겨 주기도 합니다.
초초는 늘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학교의 운동장은 밤에 무엇을 할까?’
초초는 자명종에 약속하고 저녁 일찍 잔 다음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늦은 밤이 되어 살금살금 운동장으로 향했습니다. 반달 아래 운동장은 조용합니다. 아주 조용합니다.
초초는 시끄럽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운동장이 깜짝 놀랄까 입을 꼭 다물었습니다. 초초는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여 가며 운동장에 들어섰습니다. 이슬이 촉촉이 내리는 운동장은 조용히 초초를 맞아 주었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반달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습니다. 유리창에 놀러 온 수많은 달도 쌍둥이처럼 똑같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습니다.
운동장을 한 바퀴 둘러본 초초는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운동장을 한 바퀴 더 돌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왜냐하면 유리 속의 달들이 너무나 밝은 미소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한 바퀴 돌고 돌아갈까 했는데 하늘의 달님이 속삭입니다.
‘더 놀다 가지 않으련?’
‘글쎄.’
“운동장은 너를 좋아할 거야.”
“그렇다면…….”
초초는 너무너무 기뻐서 강총강총 뛰었습니다.
“네 마음대로 해봐.”
“정말?”
초초는 운동장을 돌기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빨리 달렸습니다. 천천히 달렸습니다. 눈을 감고도 달렸습니다. 꽁지를 할 염려가 없습니다. 혼자 달리니 일등입니다. 아니, 그림자와 달려도 일등입니다. 운동회날 꽁지를 했다고 받은 놀림도 지금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달립니다. 달립니다. 마음대로 달립니다. 땀방울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고 땀이 등을 촉촉이 적셔 줍니다. 세 바퀴 돌았습니다. 네 바퀴 돌았습니다. 여덟 바퀴 돌았습니다. 더워서 발바닥이 갑갑합니다. 초초는 꽃밭 가장자리에 앉아 양말을 벗었습니다. 운동화도 벗어 던졌습니다. 다시 운동장을 돕니다. 빙글빙글 길고 긴 원을 그리며 돕니다. 발에 와 닿는 흙의 감촉이 부드럽습니다. 스펀지 위를 밟는 것 같습니다.
열 바퀴 열두 바퀴……. 숨소리가 거칠어집니다. 드디어 초초는 꽃밭 가장자리에 앉았습니다. 달님 아래로 해바라기가 초초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나팔꽃이 담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쳐다보았습니다. 바로 코앞의 채송화가 조용히 올려다보았습니다.
운동장이 말했습니다.
‘조용할 때 종종 놀러 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게. 초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