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동그라미 선생님

입이 간질간질 2

by 지금은

우리들은 매일 동그라미만 받습니다. 가위표를 받는 때는 한 번도 없습니다. 코스모스가 등굣길에 예쁜 미소를 지으며 한들거렸습니다. 오늘도 학교 가는 길은 무척이나 상쾌했습니다. 발걸음이 훨씬 가볍습니다. 모처럼 모과나무 위에서 까치가 ‘까악까악’ 하고 울어대니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지레짐작은 했지만 생각한 대로입니다.

아침 자습을 잘했다고 선생님의 손이 원을 그렸습니다. 국어 시간에 글씨를 정성껏 썼다고 원을 그리셨습니다. 수학 시간에 시험을 보았는데 모두 동그라미를 받았습니다. 뒤에 앉은 하리가 손을 들었습니다.

“선생님 초초는 틀린 것이 세 개나 있는데도 모두 동그라미예요?”

“녀석도 뭘 모르는구나, 세 개는 틀렸으니까, 빵으로 동그라미, 나머지는 맞았으니까 역시 동그라미다.”

그러자 하리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선생님 맞은 것과 틀린 것을 어떻게 구별해요?”

“구별이 꼭 필요하냐? 구별은 마음속에 있으면 되지.”

오늘 우리 반 친구들은 모두 동그라미를 받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도 빨간 동그라미, 파란 동그라미, 노란 동그라미도 있습니다. 초초의 동그라미 세 개는 검정입니다.

‘어떤지 아세요?’

화장실 갔다 오다 복도에서 뛴 친구들에게도 동그라미라니까요.

“이 녀석들 복도에서 달리기하면 어떻게 하냐? 넘어지면 크게 다치려고, 쯧쯧쯧 여기 서거라.”

아이들 둘레로 마음의 동그라미를 그리셨습니다.

“한 시간 동안 반성이다.”

공부시간이 시작되고 교실 문이 닫혔습니다. 그렇지만 친구들은 동그라미 밖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왜냐고요.’

지울 수가 없는 마음의 동그라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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