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간질간질 2
감나무잎 사이로 둥근 달이 둥실둥실 떠오릅니다. 두레반만큼이나 큰 추석 달입니다 크게 웃는 얼굴 속에 환한 빛이 들어있습니다. 너무나 큰 얼굴이라서 감들이 나뭇잎과 함께 달 속에 담겼습니다.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봤더니 잘 익어 수줍은 붉은 대추도 들어 있습니다. 또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니 알밤도 그림자를 감춘 채 들어 있습니다. 옆으로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봤더니 이웃집 석류도 수줍은 듯 반쯤 벌린 붉은 입술을 보입니다. 하얀 이빨이 보일 듯 말 듯합니다. 무척이나 부끄러운가 봅니다. 입을 활짝 벌리지 못했으니까요.
보름달은 큰 얼굴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점점 높이 떠오르면서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간직한 채 미소를 한껏 머금었습니다. 과일들만 품은 줄 알았더니 가을의 풀벌레들도 가슴에 안았나 봅니다.
귀뚜라미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여치의 소리도 들려옵니다. 지렁이의 소리도 들려옵니다. 메뚜기의 소리도 들려옵니다. 감나무 아래 옹달샘의 흐르는 물소리도 들려옵니다.
옹달샘은 노오란 물이 들었습니다. 옹달샘에는 달님의 눈과 코와 입이 들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달님이 너무 커서 귀는 볼 수가 없습니다. 머리도 볼 수가 없습니다. 옹달샘이 달님보다 작아서 그런가 봅니다.
옹달샘에는 감, 대추, 밤, 그리고 석류가 들어 있습니다.
옹달샘에는 귀뚜라미, 여치, 지렁이, 메뚜기 그리고 물소리도 들어 있습니다. 달님의 귀를 빼고는 모두다 들어 있습니다.
옹달샘은 욕심쟁이인가 봅니다.
달님이 가지고 있는 것은 모 두다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그렇지만 달님도 해맑은 얼굴로 옹달샘을 품었습니다. 서로를 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