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실내화

입이 간질간질 3

by 지금은

“너 이리와.”

선생님이 큰 소리로 외치셨습니다. 계단을 내려오는데 내 실내화가 벗겨지면서 데굴데굴 굴러내렸습니다. 잡으려고 미끄러지다시피 내려오는 나에게 어느새 발견하셨는지 눈을 크게 뜨시고 말씀하셨습니다.

‘와! 호랑이 선생님.’

친구와 나는 겁을 잔뜩 먹고 계단을 내려서서 선생님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친구는 재빨리 밖에서 신는 실외화를 한 짝 뒤로 감추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 녀석들 어떻게 된 거야.”

“잘못했습니다.”

“잘못한 것을 아는 녀석들이.”

“······.”

“실내화 끈이 끊어졌잖아, 왜 그랬는지 말해 봐.”

“어제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갈 때 미끄러져 신발 끈이 끊어졌습니다.”

“그럼, 실내화를 다른 것으로 신고 와야 할 것이지.”

“엄마가 하루만 참으면 내일 사주시겠다고 해서 테이프로 붙이고 왔는데 또 떨어졌습니다.”

“너는 실외화가 왜 한 짝이야.”

“우리 반에 발을 다쳐 깁스한 친구가 있는데 빌려줬습니다.”

“맨발로 다니게 두면 되지, 왜?”

“친구의 왼발도 부어서.”

‘음’ 헛기침을 하신 선생님은 잠시 후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정은 그래도 규칙을 어겼으니 벌 받아야지.”

친구와 나는 겁먹은 표정으로 선생님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지나가던 친구들이 우리들의 심각한 얼굴을 보고 소곤거렸습니다.

“무슨 일이야?”

나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대답하기가 싫었습니다. 교실로 따라가면 분명히 벌 받을 게 뻔합니다. 지금까지 호랑이 선생님을 따라가서 벌 받지 않고 돌아온 아이들은 아마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한 번이라도 걸리면 그냥 용서하는 일은 없기 때문입니다. 혼을 낼 때면 습관처럼 하시는 말씀입니다.

“이놈들, 규칙을 어겼으니, 지금부터 백 대맞고 한 대씩 더 맞아야겠다.”

선생님은 안경너머로 실눈을 뜨시고 우리들의 표정을 살피셨습니다.

“선생님 한 번만 용서해주세요.”

“무엇을?”

“실내화를 잘 간수하겠습니다.”

“손에 든 것 이리 내.”

갑자기 선생님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습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끈이 끊어진 실내화를 선생님 앞으로 내밀었습니다.

“음, 한참 신어도 되겠는데 끈이 끊어졌군.”

하시며 책상 서랍을 열고 비닐 테이프를 꺼내셨습니다.

“의자에 앉아 신어봐.”

의자에 앉아 실내화 바닥에 발바닥을 얹자, 선생님은 끊어져 벌어진 양쪽의 비닐을 발등 위에 가지런히 맞추셨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정성을 다해 테이프로 실내화의 등에서부터 바닥을 돌아 감기 시작했습니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일곱 바퀴를 감았습니다.

“일어서서 움직여 보거라.”

나는 발을 움직여 보았습니다. 걷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앞으로 한 달은 신어도 문제가 없겠는데요.”

“녀석, 너 짠돌이구나.”

나는 온화해지신 선생님의 얼굴을 바라보고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습니다.

“어릴 때 겨울 생각이 나는구나.”

“뭔데요?”

“산골에 살 때 눈이 아주 많이 와서 발이 푹푹 빠질 때면 벗겨지지 말라고 고무신 둘레에 새끼줄을 칭칭 감던 생각 말이다.”

“옛날에는 설피를 하고 다니셨다면서요?”

“어떻게 그런 것을 아니?”

선생님의 눈이 갑자기 밝아졌습니다.

“사회시간에 담임선생님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너희 선생님은 처녀 선생님이신데도 그런 것을 어떻게 아셨을까?”

“실지로 해본 것이 아니라 신문에서 읽으셨대요, 아직도 강원도에서는 눈이 많이 오면 설피를 사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러는 있답니다.”

“그래, 맞다. 늦었으니 그만들 가거라.”

“고맙습니다.”

돌아서서 교실 문을 여는데 선생님의 말씀이 작게 들려왔습니다.

“착한 녀석들이군.”

‘호랑이 선생님의 마음은 호랑이가 아니었구나.’

다음날 교문에서 만나자, 선생님이 테이프를 감아주신 실내화를 꺼내 보이며 다시 인사를 했습니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녀석,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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