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간질간질 3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현관문을 나서는데 친구들이 모여 무어라 소곤거리고 있습니다. 모른척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교문 가까이 다가가다가 무심코 뒤를 돌아다보았습니다. 영식이가 살그머니 손짓하며 친구들과 건물의 모퉁이를 돌았습니다. 갑자기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일까?’
영식이를 따라 뒤로 갔더니 모두 나무 밑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은 무슨 일. 울타리를 넘어가려고 그러지.”
“안 돼, 울타리를 넘어서는 안 되잖아.”
“안 되기는 눈치 봐가며 넘어가면 되지. 야, 교문으로 돌아가려면 얼마나 오래 걸리는데.”
“그래, 가까운 곳을 두고 돌아가다니 시간 낭비야.”
명수가 영식이의 말을 거들었습니다.
“나도 그래.”
옆에 있던 창수도 따라 말했습니다.
“그래도 돌아가자. 학교 규칙을 지켜야지, 더구나 넘어가다 걸리면…….”
“규칙? 어른 소리하네.”
영식이와 창수가 앞서서 가방을 울타리 너머로 던지고는 난간에 매달렸습니다. 그러자 명수도 역시 매달렸습니다. 다른 친구들도 차례로 매달렸습니다. 체육 시간에 능목을 오르는 아이들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나와 지수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넘어갈까 말까?’
망설이는 동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그사이 다 넘어간 영식이가 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는 중얼거렸습니다.
“에이, 못난이. 용기가 그렇게 없어서야 원.”
그 소리에 나는 가방을 울타리 너머로 던졌습니다. 아이들은 어느새 울타리를 넘어 아래로 발을 내딛고 있었습니다.
내가 난간을 잡고 두어 발짝 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야, 이 녀석들. 그 자리 서지 못해.”
나는 그만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호랑이 선생님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어느새 아이들은 우르르 비탈을 올라 큰 나무 사이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결국 나와 지수는 도망할 생각도 못 하고 선생님 앞으로 갔습니다. 뛰어봤자 벼룩이라는 말이 있듯이 선생님은 우리들의 얼굴을 다 아시기 때문입니다. 만약 도망이라도 한다면 다음날 화장실 청소 아니면 손바닥이 고생을 겪을 것입니다.
“야 이 녀석. 두 명뿐이잖아. 나머지 놈들은 어떻게 됐어.”
“우리 둘뿐인데요.”
“이 녀석, 하느님께는 거짓말을 할지 몰라도 나한테는 안 통해. 처음부터 창 너머로 다 봤으니까. 모두 몇 명?”
“예, 모두 열세 명입니다.”
결국 우리 둘은 사실대로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비록 친구들이 우리를 배신자라고 말할지는 몰라도 선생님이 다 보셨다니까 말입니다.
“잘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로 ······.”
“안 돼, 엄하게 벌하겠어. 이런 녀석들은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고쳐야지.”
선생님의 표정이 무섭게 변해 있었습니다.
‘이젠 꼼짝없이 죽었다.’
“도둑놈도 아닌 녀석들이 울타리를 넘다니, 도둑놈 흉내를 내는 것이 재미있는 모양이지? 지금부터 백 대를 맞고 한 대씩 더 맞아야지.”
선생님은 큰 지휘봉을 가지고 자신의 손바닥을 탁탁 치시면서 한동안 쳐다보셨습니다.
우리 둘은 고개도 못 들고 숨을 죽였습니다. 힐끔 눈치를 본 친구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으니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안 돼.”
힐끗 보니 작년에 담임이셨던 여선생님이 지나가시기에 눈빛으로 구원을 청했지만, 미소를 머금고는 조용히 지나치셨습니다. 아직도 초초 선생님의 손바닥에서는 딱딱 소리가 납니다. 벌을 주실 때면 으레 선생님의 손바닥부터 때리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선생님의 손바닥에서 소리가 나며 틀림없이 그날의 벌은 선생님의 손바닥만큼입니다.
나는 재빨리 옆 친구에게 눈짓하고 고개를 무릎 가까이 세 번 숙였습니다.
“선생님,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갑자기 선생님의 손바닥에서 소리가 멈췄습니다.
“거짓말은 아니렷다.”
“예.”
“그렇지만······.”
“옛?”
“잘못한 대가는 받아야지. 뭐로 하면 좋을까?”
“·······.”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선생님 봉사활동이 어떨까요?”
“응?”
“봉사활동입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지?”
“선생님은 늘 깨끗한 것을 좋아하셔서 급식실에서나 밖에서는 떨어진 것을 줍고 계시니까요.”
“그거 아무나 하냐? 손이 더러워질 텐데.”
“우리도 페스탈로치가 되고 싶어요.”
“페스탈로치?”
“우리 엄마가 그러시는데 엄마들이 선생님보고 페스탈로치래요.”
“선생님이 이렇게 무서운데도?”
“무서운 것과 페스탈로치하고는 관계가 없대요?”
“녀석.”
갑자기 선생님의 표정이 환해졌습니다.
“그럼, 내일부터 공부 끝나고 일주일 동안이다. 도망친 녀석들은 추가된 벌로 손바닥이 한 대고.”
일주일이 지나고 우리는 초초선생님께 불려갔습니다.
“안되겠다, 다시 일주일.”
“아이고 선생님.”
“앞으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은 하지 말거라. 알았노 몰랐노?”
“알았십니다.”
“차려, 경례.”
선생님은 한 사람씩 손을 잡아주며 말씀하셨습니다.
“앞으로 더욱 좋은 사람 되도록 노력하거래이.”
우리들의 손바닥에는 어느새 귤이 하나씩 들려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