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간질간질 3
이틀 전부터 꾸준히 내리던 겨울비가 넷째 시간이 시작될 무렵부터 눈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겨울이 되어도 웬일인지 기다리던 눈이 내리지 않아서 서운했습니다. 주위의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기상 이변이다, 또는 엘니뇨현상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일기 예보를 하는 분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올해는 눈도 많이 오지 않고 춥지 않은 겨울이 될 것이라나요. 어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우리 어린이들이야 눈을 자주 볼 수 없다는 것은 대단한 실망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세요?
조용히 동화책을 보고 있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내 어깨를 ‘툭’ 치면서 외쳤습니다.
“야, 눈이다!”
어찌나 큰 소리로 외치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돌아봤더니 창밖에는 주먹만 한 함박눈이 하늘을 덮었습니다. 마치 배추흰나비가 춤을 추듯이 무리 지어 땅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야호! 신난다.”
친구 하나가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우리 밖으로 나가자.”
개구쟁이 민철이의 말에 아무런 생각도 없이 우르르 밖으로 내달렸습니다. 금세 운동장은 아이들이 눈과 함께 뒤섞여 버렸습니다. 어느새 공을 가지고 나온 아이들은 이리 밀고 저리 밀리며 운동장을 가로질러 신나게 뛰었습니다.
교무실에서 돌아오신 선생님께서는 창밖을 내다보시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리셨습니다.
“눈이 오면 아이들과 강아지가 제일 좋아한다더니, 옛날에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잠시 동안 명상에 잠기시던 선생님이 창밖을 향하여 외치셨습니다.
“많이 놀았지. 그만 들어오너라.”
선생님의 성화에 모두 교실로 발걸음을 옮기며 아무래도 조금은 서운한 눈치입니다.
‘분명히 더 놀면 좋겠는데.’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던 민아가 말했습니다.
“교실에 들어가면 혼나겠다.”
“왜?”
“몰라서 묻니? 옷 꼴을 좀 봐.”
모두들 옷 모양이 말이 아닙니다. 비가 내리다가 눈이 왔으니, 운동장은 진흙탕이 돼버린 것이야 다 아는 사실입니다. 생각해 보니 민아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우리 담임선생님이야 학교에서 소문난 호랑이 선생님. 우리들은 숨을 죽이고 발걸음도 살금살금 고양이 걸음으로 다가가 문을 소리지 않게 열고 들어섰습니다.
창밖을 내다보시던 선생님이 어떻게 아셨는지 홱 돌아섰습니다.
“이 녀석들, 꼴이 뭐야. 꼭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서는.”
우리들은 입을 꼭 다물었습니다. 의자에 앉자마자 두 손을 모았습니다. 모두 책상에 얼굴을 묻고 살그머니 선생님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이제는 죽었다.’
머리며 옷이며 양말이며 할 것 없이 모두 젖었습니다. 바지는 흙투성이입니다. 선생님은 용모 단정과 질서 예절 빼면 아무것도 없는 분이니까 말입니다.
“모두 일어섯.”
모두 겁에 질려 재빨리 일어섰습니다.
“반장, 어떻게 생각하나?”
“잘못했습니다.”
“뭐가?”
“밖에 나간 것입니다.”
“부반장은?”
“저도요.”
“저도요, 무슨 저도요야, 만두지.”
“······.”
“모두 책상과 의자를 벽 쪽으로 붙인다.”
“와, 이젠 정말로 죽었구나.”
우리는 재빨리 책상과 의자를 벽 쪽으로 붙이고 분단 별로 재빨리 정돈했습니다.
“너희들 정말 잘못했니?”
“옛.”
“이 녀석들 잘못은 무슨 잘못, 애들은 다 그런 거지. 나도 옛날엔.”
“선생님은 더 하셨다 이거지요?”
“아니, 창수 이 녀석. 선생님을 어떻게 보고.”
“선생님을 옛날부터 멋있게 봤는데요.”
“아양 떨지 말라, 징그럽다. 사내 녀석이······.”
우리들은 난로 가에 빙 둘러앉아 선생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고 오락을 신나게 했답니다.
‘매일 첫눈이 오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