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섬 아이들
따스한 봄이 되자 선생님께서 부르셨습니다.
“지만아, 학교가 허전해!”
지만이가 말없이 그저 선생님만 바라보았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냐? 학교가 허전하다고.”
무슨 뜻인지 몰라 그냥 땅바닥을 보면 발장난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 줄 아셨는지 손을 잡으며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야, 산과 들에는 꽃들이 피는데 우리 학교는 아직도 죽은 땅 같아.”
“예!”
그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꽃을 심자는 말씀이었습니다.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 아래 논두렁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때 나도 문득 생각해 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한 달 전쯤에 전근을 오셨는데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드셨나 봅니다. 일주일 후부터는 매일 빗자루를 들고 학교 주변을 쓰셨습니다.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떨어져 아직도 뒹굴고 있는 낙엽들을 쓸어 모으고 불을 놓으셨습니다.
“음, 개암 냄새가 나는걸, 으음, 밤 굽는 냄새가 나는걸.”
선생님은 불을 놓을 때마다 낙엽을 바라보며 잠시 코를 킁킁거리십니다. 나도 무작정 선생님을 따라 학교 안을 쓸었습니다.
드디어 보름 정도 지나자, 학교는 전과 달리 매우 깨끗해졌습니다. 동생들도 학교가 깨끗하다고 말하고, 동네 사람들도 어쩌다 학교 운동장을 지나치면 전과는 달라졌다고 합니다.
지만이는 학교를 오가면서 며칠 동안 생각한 끝에 하루는 길 근처에 있는 무덤 가까이에서 할미꽃 두 포기를 캐어 선생님께 가져다드렸습니다.
“선생님, 할미꽃······.”
그러자 선생님이 기쁜 얼굴로 나를 쳐다보셨습니다.
“귀한 것을 가져왔구나!”
나는 집으로 돌아가자, 선생님의 기뻐하는 모습을 어머니께 말씀드리고 집에 모아서 기르는 야생화들을 종류별로 두 포기씩 학교로 가져왔습니다.
“아니, 어디서 났니?”
“집에서요.”
“응, 부모님께 고맙다고 전해라. 그런데 어디서 구한 것이지?”
“산과 들에서요.”
“그래, 지만이 덕분에 학교가 살아나겠구나!”
작년까지 잡초만 무성하던 화단 한 귀퉁이가 채워졌습니다.
다음날부터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은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셨습니다.
“선생님, 뭐 하러 산에 가셔요?”
“등산을 좋아하니까.”
며칠이 지나자, 선생님은 우리들을 불러 모으셨습니다.
“얘들아, 이 꽃들을 어디에 심으면 좋을까?”
선생님 사택 뒷밭에는 산에서 캐온 꽃들이 많이 심겨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모르는 꽃들이 많았습니다.
“이것은 무슨 꽃이에요, 이것은?”
우리들은 선생님과 함께 꽃들을 화단에 정성껏 심었습니다. 일이 끝난 후 함께 도서실로 갔습니다.
“찾아보자.”
선생님은 두껍고도 큰 식물도감을 꺼내어 책상 위에 펼쳐 놓으셨습니다.
“아, 이건 족두리 꽃, 이건 부처 손, 더덕, 도라지, 노루발······.”
며칠이 지나자, 복수초꽃이 없어졌습니다. 선생님은 흔적까지 사라진 꽃을 찾느라 열중이었습니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여기에 있었는데 보이지 않습니다.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입니다. 지만이가 옆으로 다가와 말했습니다.
“선생님, 복수초는요 날이 따뜻해지면 없어졌다가 날이 추워져야 다시 나와요.”
“음, 그런 거야? 내가 왜 그 일을 잊어버렸는지 모르겠네. 봄 눈 속에 핀다는 사실 말이야.”
선생님은 뒷머리를 긁적이셨습니다.
이런 일이 있고 난 뒤에 한 보름쯤 지났을까? 할미꽃이 피기 시작하였습니다. 한 송이, 두 송이, 고개를 숙이고 보라색으로 피어납니다. 시샘하듯이 개나리 진달래도 망울을 활짝 터뜨렸습니다.
첫째 시간이 끝나자, 우리들은 선생님을 따라 중앙 현관에 섰습니다. 햇살이 따스합니다.
도순이가 소리쳤습니다.
“야! 멋지다.”
“뭐가?”
“개나리, 진달래.”
아이들도 제각기 멋있다고, 아름답다고 한마디씩 했습니다.
이때 갑자기 선생님께서 엉뚱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어르신은 누구일까?”
“그야 뭐, 할머니, 할아버지 아니겠어요.”
“그렇지? 바로 그거야.”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째서요?”
“이 녀석들 할미꽃이 예쁘게 피었으니까, 다른 꽃들도 어른을 따라서 피어나는 거지.”
“그럼, 이 세상에서 할미꽃이 최고겠네요?”
“그야 당연하지.”
맨 아래 학년 동생 지성이가 말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도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올해는 아름답고 멋진 학교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