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낚시

의섬 아이들

by 지금은

“잘 가, 그리고 내일 또 와.”

하루는 선생님께서 우리들의 공부가 끝나기가 무섭게 인사를 하시고는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이상합니다. 다른 날 같으면 중앙 현관에 서서 교문을 나서는 우리들을 바라보며 다정한 인사 말씀과 함께 손을 흔들어 주셨는데 말입니다.

형들과 교문을 나서 진입로를 내려가다가 문득 뒤를 돌아봤지만, 선생님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형아, 이상하다.”

“뭐가?”

“선생님.”

“선생님이 왜?”

“선생님이 보이지 않아서 그래.”

“이상하긴 뭐가 이상하니, 사택에 가셨겠지.”

우리들이 진입로를 지나 각자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데 저쪽 산모퉁이로 선생님의 뒷모습이 잠깐 보입니다. 보통 때의 모습과는 다르게 아주 빠른 걸음으로 멀어지더니 금방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나도 모르게 선생님이 없어져 버린 산모퉁이를 향해 재빠르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부지런히 걸어서 들키지 않도록 산모퉁이에 다다라 바위에 몸을 숨기고 찾았는데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다. 선생님이 귀신인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다시 달려서 방죽 밑에 몸을 숨기고 방죽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드디어 찾았습니다. 선생님이 등을 뒤로하고 바다를 향해 돌 위에 앉아 계셨습니다.

바닷물이 어느새 선생님의 발끝까지 다가와서 출렁거립니다.

‘찰싹찰싹’

파도는 세지 않아도 밀려오는 바닷물은 방죽 밑의 바윗돌들을 그냥 두지 않고 계속 간질입니다. 선생님은 계속하여 부두를 향해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바라보고 계십니다. 갈매기가 머리 위를 맴돌아도, 민들레의 하얀 털이 선생님의 볼을 스치며 지나가도 그냥 그렇게 앉아 계십니다. 부처님처럼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앉아 계신 선생님을 향해 나는 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손에는 낚싯대가 들려 있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낚싯대는 움직이지를 않고 선생님의 모습은 돌처럼 그냥 그렇게 있습니다. 선생님이 낚시하시는 것 같기는 한데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숨어서 보기를 한지 한참이나 지났건만 그 모습 그대로여서 나는 조바심이 났습니다.

드디어 나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선생님.”

바로 뒤까지 다가가 소리치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다보셨습니다.

“응, 지만이로구나. 어떻게 알고 왔지?”

“집으로 가다가 선생님이 궁금해서 따라왔지요.”

“녀석, 궁금한 것도 많구나.”

선생님은 옆으로 비켜 앉으시며 자리를 내주셨습니다.

“선생님, 낚시가 잘 돼요?”

“낚시? 음, 잘 되지.”

“고기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데요.”

“눈이 나쁜 사람은 보이지 않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눈치를 채신 선생님은 바닷물을 향해 손가락질하셨습니다.

“이렇게 많은데 뭘.”

“아휴, 끌어 올려야지요.”

“이 녀석, 밖에 있는 고기만 고기냐? 물속에 있어도 고기지.”

“낚시하신다면서요?”

“그래.”

“그럼 잡아 올려야 고기지요.”

선생님은 더 이상 말씀을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낚싯대만 잡고 저 멀리 육지를 바라보십니다.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으신 것은 아닐까?’

그러나 걱정도 잠시, 선생님은 중얼중얼 콧노래를 연신 부르십니다. 얼굴은 언제까지나 앞을 향했습니다. 선생님의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그만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낚시는 하신다면서 찌를 쳐다보지 않으십니다. 더구나 낚싯대는 부처님 손바닥에 올려놓은 것처럼 일렁이지도 않고 있습니다.

‘휴우’ 한동안 지켜보던 나는 낚싯대를 빼앗아 물속에 넣고는 낚싯대를 살랑살랑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고기가 계속 올라왔습니다. 무심하던 선생님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졌습니다.

“이 녀석, 낚시할 줄 모른다고 하더니 박사네.”

‘열 마리, 열한 마리, 열두 마리······.’

“선생님, 그만 가요.”

“왜?”

“이제 물릴 때가 지났어요.”

선생님과 지만이는 낚싯줄을 거두고 일어섰습니다. 방파제를 넘어 산모퉁이를 돌았습니다. 선생님과 헤어져 고개를 넘었습니다.

‘아참, 그렇지.’

갑자기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이 녀석들, 너희들에게 고기를 잡아 주면 되겠니? 낚시질하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지. 모르면 언제까지나 내가 고기를 잡아주어야 하잖니. 그러니 모르는 것이 있으면 답만 물어보지 말고, 하는 방법을 물어보거라.”

선생님의 낚시 실력이 나보다 나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수학 시간에 모르는 문제가 있어서 답을 여쭈어보았더니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앞으로는 절대로 답을 가르쳐 주지 않겠다고 힘주어 강조하셨습니다. 이상합니다.

‘혹시 내가 오는 것을 눈치채시고 낚시질하지 않으신 것일까?

그렇지만 생각해 보니 그런 것도 아닌 듯합니다. 선생님은 내가 가까이 다가갔을 때까지도 모르고 계셨으니 말입니다. 의외로 낚시질하는 방법을 모르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선생님이 낚시질하시는 것이야 모르려고.’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이 뒤죽박죽입니다. 낚시질하는 방법은 가르쳐 주어도 고기를 잡아 주지는 않는다고 하셨는데 뭐가 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산마루에 올라서니 벌써 해가 서쪽 바다를 물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갈매기도 바다 위에서 빨갛게 물들어 갑니다. 내일은 학교 아저씨께 슬그머니 물어봐야겠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선생님은 고기도 못 잡고 낚시질도 못 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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