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강아지 맹구

의섬 아이들

by 지금은

“이 녀석이 맹구 닮아서·······.”

“맹구가 누군데요?”

“학교 아저씨지.”

“네?”

우리 아버지는 늘 이렇게 말씀하시는 데는 까닭이 있습니다. 우리들이 먹을 것이 있어서 입맛이라도 다실라치면 언제 알았는지 복구가 쫓아와 꼬리를 흔들며 주위를 맴돌기 때문입니다. 꼬리래야 뭐 반 뼘도 안 되지만 말입니다.

오늘도 점심때 고구마를 구워서 막 먹으려고 하는데 어디서 놀다 나타났는지 와서는 꼬리를 빙글빙글 돌리며 내 시선을 빼앗습니다.

“맹구 닮아서. 너 혼 좀 나 볼래?”

아버지는 손을 들어 때리는 시늉을 했습니다. 그러자 복구는 눈치 빠르게 내 뒤로 숨어서 얼굴만 살그머니 내밀고 눈치를 봅니다.

“뚱뚱한 것이 맹구를 닮아가지고.”

눈을 흘기자, 복구는 머리를 조아리고 내 반대편 옆구리에 붙었습니다. 아버지가 복구를 아주 미워서 하시는 말씀은 아니십니다. 늘 예뻐하십니다.

복구가 우리 집에 온 것은 지금부터 한 달 보름 전쯤이었습니다. 우리가 인천에서 이사를 와서 내가 학교에 입학하고서부터 며칠이 지난 때이니까요. 전학을 와 보니 동네에는 친구들도 없고 오로지 오빠 한 사람이 내 유일한 친구입니다. 물론 큰 더미에 친구가 한 명 있기는 하지만 먼 곳이기에 학교에 가나 함께 놀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 때문에 얼마 동안은 늘 심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며칠 후 이웃집에서 어린 강아지를 한 마리 얻어 왔습니다. 강아지는 혼자 심심한지 내가 없으면 낑낑거린다고 학교에 갔다 온 나에게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아줌마, 강아지 한 마리 주면 안 돼요?”

어느 날 학교에 갔는데 사택 옆 개집에서 고개를 쏘옥 내밀었습니다. 새끼가 너무나 귀여워 아주머니께 말했습니다.

“아직은 너무 어리니까 보름만 지나서 젖을 떼면 가져가거라.”

나는 기쁜 나머지 어서 빨리 보름이 지나기를 바랐습니다. 강아지가 모두 여섯 마리였는데 그중에서 제일 귀여워 보이는 흰 것으로 점을 찍어두고 매일 개집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토요일이었습니다.

‘내일이 보름이지’

손꼽아 기다리던 나는 일요일이 약속한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먼 길을 일부러 걸어와서 가져가기보다는 다음 월요일에 가져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날이 되자, 오늘이 월요일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드디어 월요일이 되자 나는 다른 날보다 일찍 학교에 갔습니다.

“강아지야, 이리 와!”

학교 앞 사택 개집 앞에서 불렀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런 기척도 없었습니다. 조바심이 드는 순간 어미 개가 나오고 강아지도 나왔습니다.

‘아니?’

어미를 따라 나온 것은 두 마리뿐이었습니다. 내가 점을 찍어 놓은 새끼가 보이지를 않습니다. 어리둥절해서 어미 개와 강아지를 살피다가 개집을 들여다보려고 하는데 아줌마가 나오셨습니다.

“강아지, 사람들이 다 가져가고 두 마리만 남았다. 미리 줄 걸 그랬나 봐. 네 맘에 드는 것을 한 마리 가져가렴.”

공부를 끝내자 나는 두 마리 중 귀여워 보이는 작은 것을 안았습니다. 교문 진입로 언덕을 내려가자, 강아지를 놓고 어르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강아지도 좋은지 내 뒤를 따라오다가 주위를 맴돌며 재롱을 부립니다.

그런데 얼마 못 가서 일이 벌어졌습니다.

요리조리 맴돌던 강아지를 실수로 밟아 버린 것입니다.

“깽 깽깽.”

“아이쿠.”

그렇지만 때는 늦어 버렸습니다. 그만 꼬리를 밟아서 꼬리의 껍질이 벗겨져 버렸습니다. 꼬리털이 빠지고 빨갛게 피가 맺혔습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강아지를 안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아줌마, 어떻게 하지요?”

아줌마는 불쌍하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강아지를 받아 안으시더니 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며칠 있다가 가져가야 하겠다.”

아주머니는 강아지의 꼬리에 약을 정성껏 발라 주셨습니다.

내가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온 것은 그로부터 꼭 열흘이 지난 뒤였습니다. 그때 강아지는 이미 꼬리를 많이 잘렸습니다. 아주머니가 꼬리를 그냥 놔두는 것보다는 잘라 주는 것이 강아지를 위해서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때부터 아버지는 복구를 보실 때마다 습관처럼 말씀하시게 되었습니다.

“맹구를 닮아 가지고는, 말 안 들으면 멍청이 대신 때려 줘야겠다.”

“왜요?”

“맹구는 말꾸러기니까·······.”

“아버지, 혹시 학교 다닐 때 아저씨한테 매일 놀림을 받아서 지금 화풀이하시려고 그러시는 것 아니세요?”

“너, 어떻게 알았니? 아버지는 멍청이 아저씨한테 꼼짝도 못 했다고 어머니가 말씀하셨어요.”

“당신이 뭘 안다고. 충청도에 살았던 사람이.”

아버지는 어머니를 향해 미소를 지으시며 눈을 흘기셨습니다.

복구는 부순이와 사이가 좋습니다. 서로 싸우지 않고 재미있게 지냅니다. 가끔 싸움인지 장난인지는 몰라도 엎치락뒤치락 서로 물고 껴안고 뒹구는데 자세히 보면 싸움은 아니고 장난이라는 느낌입니다.

복구는 부순이 보다 더 사람을 잘 따릅니다. 내가 학교에서 돌아올 때는 어떻게 알았는지 고개 언덕까지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재롱을 부리며 매달립니다. 아버지가 양식장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시면 몇 년이나 못 본 사람처럼 아버지를 향해 달려가 다리 주위를 맴돌며 그 작은 꼬리를 흔들어 댑니다.

“어휴, 멍청이를 닮아서, 그것도 꼬리라고.”

“아버지, 맹구 아저씨도 꼬리가 있나요?”

“뭐? 멍청이 그 녀석이 꼬리가 있다고?”

“아버지가 그러셨잖아요, 아저씨는 꼬리가 있다고.”

아버지는 강아지를 쓰다듬으시면서 고개를 저으셨습니다.

“괜히 할 말이 없으면 그러시잖니?”

엄마가 뒤따라오시다가 말씀하셨습니다.

“무슨, 멍청이가 꼬리는 없어도 하는 짓이 꼭 복구를 닮았지, 뭐.”

“복구가 아저씨를 닮았겠지요.”

“그거나 저거나 말아야, 뚱뚱하고 많이 먹는 것은 똑같으니까.”

“아버지, 학교 아저씨한테 일러야지요.”

그러자 아버지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다가 되돌아서 한발을 마루에 내딛고는 말씀하셨습니다.

“아니다, 말하지 마라.”

“그 녀석, 뚱뚱한 것이 심통을 부리면 머리 아프다.”

나는 다 압니다. 아버지가 말씀은 그렇게 하셔도 학교 아저씨와의 사이가 좋습니다. 초등학교 동창이고 오랫동안 같이 자랐으니까요. 우리 엄마와 아줌마도 사이가 좋고요. 가끔은 엄마도 나도 아저씨께 이른다고 하지만 뭐 이른다고 서로 감정이 상할 일도 아니니까요.

귀여운 복구가 아버지 마음을 이해하는 것처럼, 아저씨도 외모와는 다르게 인정이 많다는 것을 동네 사람들도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 복구 새끼 나면 아저씨께 가져다드릴까요?”

“아무렴.”

“이 멍청이, 복구만도 못하나 봐.”

“왜?”

“남자 개도 새끼를 낳니?”

오빠가 말했습니다.

“혹시 알아? 아저씨 닮았으면 낳을지도 모르지요.”

“아저씨가 애를 낳았던?”

“·······.”

“맹구가 그 녀석을 닮아서.”

“그럼 그럴지도 모르겠구려.”

엄마가 심각한 얼굴을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그만 얼굴이 빨개져서 복구를 안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복구는 아무래도 우리 집 귀염둥이입니다.

그런데 어제는 우리 집 고양이 야순이도 잡지 못하는 생쥐를 한 마리 잡았습니다. 우리 식구들은 모두 신기해했습니다. 아버지가 김 양식장을 돌보고 오셨을 때 제일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엄마였습니다.

“여보, 글쎄 복구가 생쥐를 잡았어요.”

“정말이에요, 우리가 보았어요.”

“······.”

“거짓말 아녜요.”

우리가 엄마의 말씀에 덧붙여 말씀드리자, 우리 아버지 뭐라고 하셨을까요? 같은 말씀이지요, 뭐.

“백구 이 녀석이 그 녀석을 닮아서.”

우리 아버지는 복구가 하는 짓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모두 백구 아저씨 탓으로 돌리는데 아저씨와는 남다른 감정이 있는가 봅니다.

복구가 새끼를 낳을 수만 있다면, 어서 자라서 복구처럼 똑똑하고 예쁜 강아지를 낳았으면 좋겠습니다.

‘복구야, 우리 아버지가 뭐라고 하셔도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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