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섬 아이들
“내일은 썰매 타러 가야겠다.”
“예? 여름에 무슨 썰매를 타요?”
“야, 물썰매도 모르냐?”
성태의 말에 도순이가 핀잔했습니다.
“야, 신난다. 그럼, 인천으로 가야겠네요.”
“아니, 섬에서 탈거야.”
“섬에는 물썰매장이 없는데요.”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선생님은 어디서 준비하셨는지 플라스틱 함지박을 두 개 주시면서 들고 가게 했습니다.
“어디로 갈 건데요?”
“비밀이니 따라만 오거라.”
우리들이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공동 체험 학습을 주로 하는 하나개 해수욕장 앞 개펄입니다. 기대를 잔뜩 걸었던 우리들은 실망이 컸습니다. 여기서 무슨 썰매를 탈까 하는 생각을 하니 선생님께 속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따지기 잘하는 명근이가 말했습니다.
“개펄에서 우리들 보고 동죽 잡으라고 해서 선생님이 가지려고 그러시지요?”
“글쎄다, 두고 보면 알지 뭐.”
선생님은 명근이의 말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우리에게 체조를 시켰습니다. 해수욕장에는 벌써 많은 사람이 붐볐습니다. 아침 배가 도착한 지 한 시간은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어른들은 철사로 된 손 갈퀴를 들고 개펄 안쪽으로 들어가 동죽을 캐고 있습니다.
“이제 시작이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두 명씩 짝을 짓도록 했습니다. 우리들은 두 명씩 짝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지성이는 짝이 없습니다. 우리 분교 학생은 모두 일곱 명이라서 짝이 맞을 리 없습니다.
지현이가 짝이 없어서 시무룩 하자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지성이는 누구하고 짝을 하나?”
하시다 말고 주위를 둘러보셨습니다. 옆에서 우리들을 구경하고 있던 아이를 불러서 이야기하더니 지성이와 짝을 지어 주셨습니다. 선생님은 곧 개펄로 들어가셔서 한 이십 미터 정도 되는 곳에 나무 말장을 꽂고 반환점을 정하셨습니다.
“한 사람은 타고 한 사람은 끌고 반환점에서 교대하고 돌아오는 경기다.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 가다가 함지박에 탄 사람이 넘어지거나, 끌고 가는 사람이 미끄러질 경우는 그 자리에서 다시 해야 한다. 반칙하는 편은 무조건 지는 거다. 알았겠지?”
시작과 함께 경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와 시합할 조는 정민이 형네였습니다. 형 팀이 무조건 일등일 거라는 예감이 듭니다. 왜냐하면 정민이 형은 키도 크고 힘도 세기 때문입니다. 해보나 마나, 질 게 뻔한데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미리 포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차례가 되자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내 짝을 태우고 열심히 달렸습니다. 역시 생각했던 것과 같았습니다. 정민이 형은 시작 신호가 나자 재빨리 달려 나가는데 나보다는 엄청나게 빨랐습니다. 내가 삼분의 이도 못 갔는데 벌써 반환점에서 짝과 교대했습니다.
“야, 빨리빨리.”
내 짝의 재촉하는 소리와 형의 모습에 나는 다리에 힘이 빠져 쫓아가는 것이 더욱 힘들었습니다. 내가 반환점에 다다라 교대할 때는 형네 팀은 벌써 결승점에 도착했겠지, 하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앞서가는 형네 팀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반환점을 돌자, 교대 하고 함지박에 재빠르게 올라타고 내 짝 못지않게 큰 소리로 다급하게 외쳤습니다.
“힘껏 빨리빨리.”
“야, 질 것은 뻔한데, 뭘 빨리 빨리야.”
말씨름하면서 앞을 보았을 때는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벌써 다 갔으리라고 생각했던 정민형 팀은 우리보다 겨우 다섯 발짝 앞서 있습니다.
휴, 나는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야, 빨리 달려.”
“알았다니까.”
내 짝도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나 봅니다.
우리는 금방 정민이 형과 인근이를 드디어 따라잡을 수가 있었습니다. 드디어 결승점에 우리들이 도착했을 때는 정민이와의 거리는 불과 몇 발짝이었습니다.
“야호! 우리가 이겼다.”
우리들은 두 손을 치켜들고 그 자리에서 깡충깡충 뛰었습니다.
이기기 전까지는 나는 중요한 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정민이 형은 2학년 인근이와 짝을 했는데, 정민이 형이 너무 무거워 성태가 잘 끌지 못하리라는 것을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들이 개펄에 빠지고 넘어져 흙투성이가 되면서 재미있게 썰매를 타자 주위에는 놀러 왔던 아이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모두 부러운 눈치입니다.
“너희들도 썰매를 타 보련?”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는데도 선생님은 아이들을 모아 놓고 우리들과 어울려 썰매를 타게 했습니다. 점심때가 되어 물이 들어오자, 놀이가 끝났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놀러 온 아이가 많아 저녁때까지도 계속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선생님은 참 괴짜입니다. 남이 하지 않는 방법을 생각하셔서 우리들을 항상 놀라게 하거나 재미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 선생님께 걱정거리가 하나 생기셨습니다. 뭐냐 하면 글쎄 학교 앞 할아버지 댁에서 빌려 온 함지박 옆구리가 깨져버렸지, 뭐예요. 오늘 우리들은 재미있었지만, 우리 선생님은 뒤통수를 긁으실 일만 남았습니다.
“이거 원, 죄송해서 어쩌지요.”
“얘들 공부 가르치다 그렇게 된 걸 어쩌겠습니까.”
내가 만약 할아버지라면 이렇게 말하겠다고 생각하지만, 할아버지 마음이 내 마음일지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