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안경

의섬 아이들

by 지금은

나는 눈이 좋지 않습니다. 선생님께서 체격검사를 하실 때 나의 이런 점을 미리 아셨는지 시력검사도 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내 귀에 대고 속삭이셨습니다.

“병원에 가서 정확한 시력검사를 하고 안경을 쓰는 것이 좋겠다.”

말없이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했습니다.

‘안경을 쓰면 분명히 아이들이 놀릴 텐데.’

선생님은 나의 이런 생각을 어떻게 알아채셨는지 눈을 찡그리자 말씀하신 생각이 납니다.

“누가 놀린다고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아도 되겠니? 나쁜 짓이 아니라면 말이야.”

선생님께서는 내가 안심되라고 하신 말씀이겠지만 여간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학교는 안경을 낀 아이들이 한 명도 없습니다. 집으로 돌아가서도 말하기가 곤란합니다. 할머니께 이야기하는 것도, 삼촌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멋쩍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럴 때만큼은 엄마 아빠와 떨어져 산다는 것이 결코 좋은 일은 못 됩니다. 나는 보름 정도 지나자, 안경을 써야만 했습니다. 나는 집에 돌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선생님이 할머니께 말씀드렸습니다.

“공부에 도움이 된다면야 해줘야지요.”

할머니는 두 주일이 지난 토요일 나를 인천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싫다고 버티는 나를 혼내면서 말입니다.

안경원 밖으로 나오면서 할머니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맑고 선명하게 보일 줄이야, 월미도에서 바라보니 우리 섬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배 안에서 만화책과 동화책을 보았는데 너무나 좋았습니다. 책을 볼 때마다 눈이 아파서 찡그리고 눈을 비비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다가 명근이를 보았습니다. 나는 얼른 안경을 벗어 뒤에 감추었습니다. 배안에서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도 말입니다.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저만치 사라지자 다시 안경을 썼습니다.

“왜 안경은 벗었다 썼다 하니?”

“아무것도 아녜요.”

할머니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나를 쳐다보셨습니다. 속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괜히 멋쩍은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내일은 분명히 달라진 내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뭐라고 할까?.

집으로 돌아오자, 삼촌이 나를 보고 말했습니다.

“멋있는데.”

“삼촌도 써볼래요?”

“아니.”

나는 안경을 벗어 창가에 놓았습니다. 그러자 삼촌이 말했습니다.

“불편하니?”

말이 없자 삼촌은 안경을 들어 눈에 대어보고는 놓았던 자리에 다시 놓고 말했습니다. 나는 다시 안경을 썼습니다. 다음 안경원에서 했던 것처럼 거울에 얼굴을 요리조리 비추어 보았습니다.

“잘 보이니?”

“잘 보여요.”

“이제 머리 아프지 않니?”

“안 아파요.”

할머니는 신기하신 듯 나의 얼굴을 쳐다보시고 등을 두드려 주면서 물어보셨습니다.

“할머니도 써 봐요.”

“아니다.”

“한 번 써 봐요, 멋있는지.”

나는 안경을 벗어 할머니께 씌워드렸습니다.

“에고, 나에게는 안 맞는구나. 아주 깜깜해요.”

“진짜요? 나는 잘 보이는데요.”

“할미는 돋보기를 써야 잘 보이지.”

그렇지만 할머니는 돋보기안경이 없으십니다. 바늘구멍에 실을 꿸 때마다 쩔쩔매시면 삼촌이 꿰어 주시거나 내가 자연 시간에 공부했던 돋보기를 가져다드리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을 해보니 좀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나보다는 할머니가 먼저 안경을 끼셔야 하는데 말입니다. 일기를 쓰면서 다짐했습니다. 용돈을 모아서 할머니의 돋보기안경을 꼭 사드려야겠습니다.

“이 녀석이 안경도 벗지 않고 자네.”

할머니가 내 안경을 벗기려고 하셨습니다.

“할머니는.”

잠결에 안경을 꼭 잡았습니다.

“안경일랑 벗고 자야지.”

“안 돼요.”

나는 눈을 크게 떴습니다.

“왜?”

“꿈을 잘 꾸어야 하니까요.”

“그럼 그러려무나.”

“······.”

“그래, 이 녀석 말이 맞아. 안경을 끼고 자면 꿈이 더 잘 보일 테니까.”

할머니가 방문을 살며시 닫고 아랫방으로 가셨습니다.

‘내가 진작 그 생각을 못 했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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