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섬 아이들
교실에 들어서자, 몇몇 친구들이 손을 비비고 문지르고, 야단입니다.
“얘들아, 아침부터 웬 방정을 떠니?”
“몰라서 묻나?”
‘이크 그렇지!’
선생님이 아침에 손 검사를 한다고 하셨는데 지성이는 그만 있고 왔습니다.
‘잊지 말아야 하는 건데.’
그렇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후회가 됩니다. 급한 김에 도순이가 열심히 바르고 있는 멘소래담을 빼앗아 발라 봤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겨우내 딱지치기 구슬치기를 하느라고 터져 버린 까만 손은 멘소래담을 바르자 더 검게 윤만 납니다. 열심히 문지르고 비벼 보지만 손등이 따갑기만 합니다.
‘오른손만이라도 닦고 와야 하는 건데 그랬어.’
선생님은 손 검사를 하실 때마다 늘 오른손을 책상 위에 올려놓도록 하고 분단을 돌아보십니다.
‘으으’
선생님은 분명히 오늘도 똑같은 말씀을 하실 게 분명합니다.
“공부 끝나고 손을 하얗게 씻고 검사 맡도록 합니다.”
오늘따라 서리가 하얗게 지붕을 덮었습니다. 몸을 잔뜩 웅크리고 학교에 왔습니다. 생각만 해도 벌써 손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고 이빨이 덜덜 떨리는 느낌이 듭니다. 급한 마음에 밖으로 나가 물에 손을 담그고 문질러 봤지만 아리듯 시려 오고 손등은 말도 할 수 없이 따갑습니다. ‘호호’ 손을 불고 다시 담그고 다시 꺼내 문지릅니다. 손을 흔들다 참지 못하고 바지 주머니에 넣어 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습니다. 다시 손을 가슴으로 가져갔습니다.
‘으으.’
온몸이 떨려옵니다. 이내 교실로 들어왔습니다. 아이들을 밀치고 난로 바로 위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손이 저려 옵니다. 손을 비벼 보지만 내 손이 아닌 듯합니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지성이는 재빨리 칠판으로 다가가 분필 가루를 담는 통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분필 가루를 두 손에 묻혀 비볐습니다. 멘소래담을 문지를 손이라 가루가 잘 묻었습니다. 두 손을 열심히 비볐습니다. 그러자 손이 전보다는 좀 하얗게 되었습니다. 겉보기에 좀 나아 보입니다. 손을 툭툭 털고는 이내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야, 너희들 말이야, 오늘은 아주 조용히 해야 해.”
“왜?”
“몰라서 묻나? 선생님 기분 상하게 하면 안 돼.”
바로 이때입니다.
‘드르륵’ 문이 열렸습니다. 떠들썩하던 교실이 이내 조용해졌습니다.
“오늘은 왜 이렇게 조용하지?”
“열심히 공부하려고요.”
넉살 좋은 명근이가 말했습니다.
“그래? 좋은 생각들을 했구나.”
선생님은 여느 때와 같이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친구들의 얼굴을 둘러보았습니다. 지성이를 비롯한 몇몇 아이들과 눈이 마주치자 슬그머니 아이들의 눈이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선생님의 얼굴이 갸우뚱했습니다.
“아침 자습은 다 했겠지? 국어책 펴요.”
‘휴, 살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음, 뭔가 잊은 것 같은데, 생각이 잘 나지 않는군.”
다시 선생님의 얼굴이 갸우뚱하고 잠시 천장을 쳐다보시며 생각에 잠기십니다.
“선생님, 저어······.”
명근이가 말하는 경재가 쳐다보며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었지만 이미 늦어 버렸습니다.
“맞아. 손 검사를 한다고 했지.”
“······.”
“손은 다 닦고 왔을 테니까 깨끗하겠지.”
“네, 모두 깨끗이 닦고 왔어요.”
“그럼, 오른쪽 양말을 모두 벗어라.”
그러자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손 검사한다고 하셨으면 손 검사해야지 발 검사를 해요?”
“손은 보나 마나 깨끗할 테이고 대신 발 검사를 해봐야지.”
“내일 하면 안 될까요?”
“안 돼, 오늘 해야지.”
“왜요?”
“오늘은 날이 좋으니까.”
“얼마나 추운데요.”
“그러니까.”
“선생님은 추운 날이 좋으세요?”
“그럼.”
“왜요?”
“너희들이 시원할 테이니까.”
아이들이 양말을 벗지 않겠다고 떼를 썼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너, 일어서.”
아이들이 반도 넘게 일어섰습니다. 물론 지성이도 일어섰습니다.
“모두 차려.”
아이들이 모두 두 손을 내리고 바르게 섰습니다. 그리고 고개가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지성이 옆에 서 계시던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녀석들, 창피한 것은 아는 모양이군. 그런데 지성이는 왜 팔짱을 끼고 있지? 예의에 맞지 않게.”
“저어, 발이 시려서요.”
“차려! 사내대장부가 이까짓 것 가지고 그래.”
큰 소리에 지성이의 손이 내려갔습니다. 선생님의 눈이 찡끗했습니다.
“지성이의 손은 백로로군!”
고개를 뒤로했던 아이들이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공부 끝나고 서 있는 녀석들은 알았겠지?”
“네.”
오늘은 너무너무 추웠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이한 아주 추운 날이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발에도 분필 가루를 칠하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