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섬 아이들
오후가 되자 희경이 아버지는 학교 앞 화단을 밭 가는 기계로 갈았습니다. 선생님과 희경이는 갈아엎은 흙들을 열심히 고르고 잡초를 골라냅니다.
“희경아.”
“네.”
“올해는 새싹들이 잘 자라고 예쁜 꽃을 피울 거야.”
선생님의 말씀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자 아빠도 기계에 붙은 흙들을 털어 내며 고개를 끄떡이며 빙그레 미소를 띱니다.
작년에 처음 오신 선생님은 열심히 화단의 땅을 파 일구고 희경이와 함께 새싹들과 꽃씨를 뿌렸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꽃들이 예쁘게 피지 않았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선생님은 실망했습니다. 물론 희경이도 서운했습니다.
희정이는 네 살입니다. 마음씨가 착하고 하는 행동이 예뻐서 선생님은 아빠 엄마만큼이나 귀여워하신답니다. 아이들과 선생님이 청소하면 따라다니며 함께 합니다. 잔디밭 잡초를 뽑으면 호미를 가져와 부지런히 뽑아 보려고 합니다. 수돗가의 넓은 의자도 할머니를 따라 닦습니다.
“밭에 거름을 넣었으니, 꽃모종을 심어 볼까?”
선생님이 흙에 엉겨 붙은 꽃모종을 하나씩 정성스레 떼어 줄을 맞추어 심으십니다. 이를 본 희경이도 가만히 있을 리 없습니다.
“선생님 나도 할래요.”
“희경아, 희경아!”
엄마가 방해된다고 부르셨지만, 꼭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님은 희경이의 고운 마음씨를 잘 알고 있답니다.
“그럼 함께 심어 볼까?”
“네.”
“그럼, 꽃모종을 하나씩 떼어 주련?”
희경이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습니다. 그러나 다시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왜냐고요?’
그야 꽃모종을 하나 떼어 내다가 그만 줄기를 부러뜨렸기 때문이지요.
“선생님.”
“이거.”
선생님이 꽃모종을 심다 말고 뒤를 돌아보셨습니다.
“이거.”
“왜?”
“할 줄 모르는데.”
“이렇게.”
선생님이 다가와 꽃모종을 하나씩 떼면서 가르쳐 주셨습니다.
“으응.”
희경이는 조심스레 선생님 하신 것처럼 꽃모종을 떼었습니다. 구덩이에 하나씩 놓고, 선생님은 정성스레 꽃을 심었습니다.
“목마르겠다. 물 줘야지.”
“나는 목 안 마른데요.”
“그게 아니고 꽃이 목마를 거야.”
“어떻게 알아요?”
“이사를 와서 마른 흙 속에 묻혔으니까.”
“정말?”
“그럼, 꽃들은 이사를 하면 목이 마른 거야. 그래서 심은 후에는 물을 줘야 한단다.”
선생님이 주전자에 물을 떠 가지고 화초에 물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희정이는 소꿉놀이 바가지에 물을 떠 왔습니다.
“어디에 줄까?”
“네가 예뻐하는 꽃에 주렴.”
희정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가가 선생님 뒤를 따라 물을 줍니다. 선생님이 물을 뿌리는 것처럼 정성껏 뿌려 줍니다.
“다 끝났다. 만세!”
선생님이 손을 들어 만세를 불렀습니다.
“나도 다 끝났다!”
희경이도 손을 들어 만세를 불렀습니다.
“선생님, 내 꽃은 어떤 건데요?”
“아참, 그렇지. 희경이가 열심히 꽃을 심고 물을 주었는데 그걸 잊었구나. 네가 정하려무나.”
그러자 희경이가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이거하고, 이거하고 저거하고.”
뒤돌아 가던 희경이가 다시 돌아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합니다.
“이거하고, 그다음에 이건가 저건가?”
“잊어버리지 않으려면 이름을 써 놓으면 되겠지.”
희경이는 선생님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는 쪼르르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잠시 후입니다.
“선상님, 편지.”
“응?”
“성상님, 편지.”
“무슨 편지?”
“으으응, 꽃 편지요.”
희경이의 손에는 작고 예쁜 각각의 색을 가진 메모지가 들려 있었습니다. 메모지마다 다른 모습의 글씨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글자 모양이 꽃과 비슷합니다.
“무슨 편지인데?”
“으응, 비밀.”
선생님의 얼굴에는 미소가 흘러넘쳤습니다.
“내가 맞춰 볼까요?”
“네.”
“으음, 꽃 편지.”
“네.”
희경이의 눈에는 예쁜 미소가 별처럼 반짝입니다. 선생님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고는 사뿐사뿐 화단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점찍어 놓은 꽃모종 앞에 하나씩 놓고 돌아섰습니다.
“뭐라고 썼지?”
“선상님이 읽어보고서도 몰라요.”
“선생님은 글씨를 모르는데.”
“그럼 내가 갈켜주께요.”
선생님이 귀여운 희경이의 작은 손을 두 손으로 감쌌습니다.
“아이구, 요 귀여운 천사!”
“선상님, 저 꽃은 빨강 꽃 피우고, 저것은 노랑, 저것은 파랑, 그리고 저것은 울 엄마 눈꽃, 그리고 우리 아빠 수염 꽃 피라고요.”
“그럼. 다됐니?”
“네.”
“그럼, 선생님은 빠졌네. 선생님은 서운한데 어쩌지?”
“그럼, 선생님은 별꽃.”
“왜?”
“선상님은 머리가 없으니까.”
“옛기, 녀석.”
그러자 옆에서 마당을 쓰시던 김 선생님이 깔깔대고 웃으시다 말씀하셨습니다.
“맞다 맞아, 희경이 말이 맞아. 선생님 이마는 반짝반짝.”
“요 깍쟁이, 귀여운 깍쟁이.”
선생님이 희경이를 번쩍 들어 올려 옆구리에 끼고 주위를 맴돌다 갑자기 희정이를 내려놓았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선생님이 달려갑니다.
“아니, 이럴 수가.”
희경이도 비틀거리며 달려갑니다.
‘선생님 별꽃이 날아가다니.’
‘아니, 울 엄마 눈꽃이 날아가다니.’
선생님이 화단을 넘어 바람에 날리는 꽃 편지를 잡으려고 잔디밭으로 미끄러집니다. 희경이가 화단을 넘어 미끄러집니다. 선생님이 별꽃 편지를 가지고 왔습니다. 희경이도 엄마 눈꽃을 가지고 왔습니다.
“큰일 날 번했네.”
“선생님도.”
희경이 엄마 아빠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올해는 틀림없이 예쁜 꽃들이 피겠지요.”
“아니야, 내 꽃은 없으니까.”
김 선생님이 찌푸린 얼굴로 희경이를 보며 말했습니다.
“그럼 김 선상님 츙셩꽃.”
“왜?”
“김 선상님은 맨날 츙셩하니까.”
“충성이 뭔데?”
“국군 아저씨, 츙셩.”
희정이가 손을 들어 선생님의 경례 모습을 흉내 냈습니다.
‘까르르르.’
이때 봄바람이 휘익 불었습니다.
선생님이 달려갑니다. 희경가 달려갑니다. 엄마, 아빠, 김 선생님이 달려갑니다.
“아니, 저 꽃 편지가.”
“안 돼, 안 돼.”
다시 모두의 손에는 희경이가 쓴 꽃 편지가 하나씩 들려 있습니다.
“휴우, 올해는 틀림없이 희경이를 닮은 예쁘고 귀여운 꽃들이 피어나겠지요?”
“그럼요.”
“선상님도. 빨강 꽃 파랑 꽃, 노랑꽃, 엄마 눈꽃······, 김 선상님 츙셩꽃도요.”
모두 살구나무 사이로 떠오르는 달을 보며 희경이의 말대로 꽃들이 츙셩하며 건강하게 자라 학교를 예쁘고 아름답게 수놓을 것이라고 두 손을 모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