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섬 아이들
선생님이 수돗가 평상에서 자동차를 만지고 계십니다. 운동장에서 공을 차던 정찬이가 물을 먹으러 왔습니다. 선생님의 표정을 보고서는 슬그머니 사라지려고 할 때입니다.
“형아, 이거 내 것이지!”
지성이가 정찬이를 보면서 구원을 청합니다.
‘으으’ 뒤돌아보며 대답하려 하자 선생님께서 정찬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시는 바람에 그만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눈치를 다시 살핀 정찬이가 수돗가를 다시 벗어나려고 하자 선생님이 불러 세웠습니다.
“이 녀석이, 제대로 보지도 않고 대답하려고 해?”
“······.”
“이리 와 봐, 지성이 것인지 내 것인지.”
선생님의 눈이 찡끗하고 순간적으로 정찬이를 향해 짧은 미소가 흘러갔습니다.
그러자 지성이도 지지 않고 정찬이를 향해 구원을 청했습니다.
“형아, 빨리 와. 똑바로 보고 말해.”
“······.”
“형아, 어제 나와 같이 조립한 거지?”
뭐라고 대답을 못 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지성이의 재촉이 심해집니다. 다시 머뭇거리자, 이번에는 선생님 손에서 자동차를 빼앗아서 정찬이의 코앞에 내밀었습니다.
“봐, 이거 형아가 드라이버로 조이다가 너무 세게 해서 흠집이 조금 났잖아. 이거 봐요, 형도 아무 말 하지 않으니까. 제 것이지요.”
“이 녀석, 형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까, 내 거지.”
“아이고, 선생님도.”
“아이고, 이 녀석.”
선생님은 정찬에게 눈을 찡끗하고 지성이를 향해 조금 전보다는 더 큰 소리로 자신 있게 말씀하셨습니다. 지성이가 슬며시 화가 난 모양입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농담으로 하시는 말씀인 줄 알았는데 선생님의 표정이 심각하신 것을 보고는 안 되겠다 싶었던 모양입니다.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정찬에 매달리다시피 응원을 청합니다.
“형아, 어제 아빠가 사 오신 걸 나하고 같이 조립했잖아.”
“······.”
정찬이가 지성이와 선생님을 번갈아 가며 눈치를 봅니다. 어찌해야 좋을지 당황해하는 모습입니다. 이때입니다. 밭일을 막 끝내고 돌아오신 학교 아저씨께서 지성이의 상기된 모습을 보시고 물으셨습니다.
“정찬아, 지성이 왜 그래?”
“······.”
“아저씨, 어제 우리 집에 오셔서 정찬이 형아와 자동차 조립하는 것을 보셨지요?”
“아니, 못 봤는데, 아버지는 봤지만.”
“맞잖아요, 아버지가 나한테 장난감 상자를 주신 것 말이에요.”
“맞아. 그렇지만 상자만 봤지, 장난감은 못 봤는데.”
“아이고, 아저씨도.”
“글쎄다.”
아저씨가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아저씨, 장난인 줄 다 알아요. 선생님하고 짜고서 그래요.”
그러자 선생님의 반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지성아!”
“네?”
“선생님하고 아저씨하고 짜긴 뭘 짜니? 간장이라서? 옷을 빨아서? 아저씨가 조금 전까지 밭일하시고 지금 선생님하고 만났는데.”
“맞아요, 선생님하고는 아침에 만나고 지금 처음인 데요 뭘.”
선생님의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흘렀습니다. 아저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찬이 형, 알아서 해. 거짓말하면 벌받는다.”
“누구한테?”
“하느님이지 뭐.”
“나 거짓말 안 했다.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러자 선생님께서 거드셨습니다.
“맞아요, 정찬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지현이의 얼굴이 점점 상기되어 갑니다. 얼굴이 전보다 더 빨개져서 반쯤 익은 복숭아 같습니다.
“거짓말이니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 형아!”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정찬이의 입가에도 잔잔한 미소가 흘렀습니다. 지성이가 이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쉬더니 선생님께 따져 물었습니다.
“선생님, 그럼 선생님 자동차라는 증거를 대보셔요.”
“여기 봐라. 나사에 흠집이 조금 있잖니?”
“그건 정찬이 형아가 너무 조이다가 그렇게 한 것인데.”
“정택찬가 뭐 그리 힘이 세다고, 선생님이 훨씬 세지.”
선생님은 의기양양하게 팔을 들어 알통을 내보이십니다. 툭 불거진 것이 잘 여문 고구마 덩이같이 불룩 솟아올랐습니다. 선생님의 불거진 알통을 만져보자, 선생님은 재빨리 지성이의 손에서 자동차를 낚아챘습니다.
“괜히 내 것을 제 것이라고 해?”
지성이의 얼굴이 반쯤 일그러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빼앗으려고 일어서 선생님의 손을 향해 까치발을 떴습니다.
“안 될걸.”
선생님의 손이 더 높이 올라갔습니다. 지현성가 깡총하고 두발이 하늘을 향해 힘차게 솟구쳤습니다.
두 번, 세 번.
“정찬아, 이거 일요일에 내가 가방에서 꺼내는 것을 봤지? 여기서 말이야.”
“네.”
지성이의 얼굴이 정찬이를 향하더니 완전히 일그러졌습니다.
“형아, 나빴다. 형아하고는 다시는 안 놀아.”
평상을 내려서는 지성이는 울음보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수돗가를 지나자 지성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울음보가 터진 것이 분명합니다. 옷소매를 이쪽저쪽 얼굴로 가져가는 뒷모습을 보면 말입니다.
“허허허, 내가 좀 심했나?”
아저씨가 한쪽 발을 마저 닦자, 집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정찬이도 수돗가에 앉아 있다가 아저씨가 들어가자 멋쩍은 듯 고개를 꾸뻑했습니다.
“가려고?”
“네.”
“그럼, 이거.”
“제 것이 아닌데요.”
“알아, 지성이에 주거라.”
“왜요?”
“주인에게 돌려줘야지.”
정찬이는 자동차를 손에 쥐고 지성이가 달려간 언덕을 향해 달려 내려갑니다. 서서히 어둠이 거치는가 싶더니 반달이 오동나무 잎 사이에서 얼굴을 삐쭉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정찬이는 다 압니다, 지성이 것이라는 것을. 선생님께 이런 일로 속은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니까요.
“김정찬, 선물.”
하고 연필을 든 손을 나에게 쑥 내미셨습니다.
뭐든지 빌려 쓰시고 돌려주실 때는 선물하고 큰 소리로 말씀하시니까요. 그래서 처음에는 반 아이들이 모두 나에게 선물을 주는 줄로 알고 입을 삐쭉삐쭉했으니까 말입니다. 정찬이도 지성이네 집에 도착하자 선생님 흉내를 냈습니다.
“선생님 선물.”
시무룩해하고 있던 지성이가 그제야 얼굴이 펴졌습니다.
다음 날 점심때가 되어서 우리들이 집으로 돌아가려 하자 지성이 아버지께서 차를 몰고 학교로 오셨습니다.
“선생님, 인천 나가셔야죠?”
“그렇기는 합니다만, 아버님도 나가시게요?”
“아닙니다. 지성이에게 자동차를 선물로 주셔서요.”
“선물이라니요?”
“정택이가 어제 와서는 지성이에게 선생님 선물이라고 하면서 주고 가던데요. 아주 좋아하던걸요.”
“······.”
“그럴 줄 알았으면 인천에 갔을 때 사주지 않는 건데, 보니까 제가 사준 자동차하고 똑같던걸요. 그건 선물이 아니라 장난…….”
“잘 압니다. 그저 녀석을 귀여워해서 주신 것 말입니다.”
“아니.”
“걱정하지 마시고 타세요. 나루터까지만 모셔다드릴 테니까.”
선생님께서 머뭇거리고 계실 때 지성이가 자동차를 가지고 쪼르르 달려왔습니다.
“선생님, 어서 타세요. 재차로 모셔다드려야 하는데 워낙 작아서 안 되겠어요.”
“어서 타시지요, 늦겠습니다. 인천까지 모셔다드리면 좋겠지만 오늘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공동 작업을 해야 할 일들이 있어요.”
지성이와 지성이 아버지의 성화에 선생님은 자동차에 올랐습니다. 지성이가 나루터에 서서 선생님을 바라보며 손을 흔듭니다.
“선생님, 안녕히 다녀오셔요.”
‘그래, 고맙다, 그런데 다음번에는 네가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내 것일 줄만 알아라.’
“지성아, 그 자동차는 내 거야. 알았지?”
선생님은 돌아서서 눈을 찡끗하자 배는 머리를 돌리며 대답했습니다.
‘선생님, 선물이겠지요!’
뿌우 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