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감자 한 알의 기회

한알

by 지금은

봄바람이 산골 마을의 들판을 스칠 무렵, 한 아저씨가 밭을 갈고 있었습니다. 아저씨 이름은 성구. 언제나 햇살 아래서 흙냄새를 맡으며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었죠. 그날도 그는 삽을 들고 땅을 뒤집고 있었습니다. 그때, 손이 미끄러져 감자 한 알이 손에서 떨어졌습니다.

“에이, 하나 빠졌네.”

성구는 잠깐 그 자리를 쳐다보았지만, 일에 바빠 머릿속에서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작은 감자는 데굴데굴 굴러 밭 가장자리를 넘었습니다. 드디어 햇빛이 잘 드는 비탈진 흙 속에 묻히게 되었습니다.

며칠 후, 땅속에서 작은 움직임이 느껴졌습니다.

“땅이 단단하군, 좀 파야겠네.”

더지는 땅속에서 자유롭게 굴을 파며 살아가는 작은 생명입니다.

그 감자는 깜짝 놀라 속삭였습니다.

“이봐! 앞을 잘 봐야지. 내 자리 망가뜨리지 마!”

앞을 잘 못 보는 두지는 작은 발톱으로 흙을 밀며 웃었습니다.

“걱정 마. 으레 봐도 느낌이란 게 있거든, 네가 숨 쉴 수 있게 도와주는 거야.”

그날부터의 이상한 공생이 시작되었습니다. 두더지가 땅을 파헤치면 감자는 햇빛과 공기를 조금씩 느낄 수 있었고, 감자는 뿌리를 내리며 점점 땅속에서 자랐습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왔습니다. 햇살은 뜨거웠지만, 흙 속에서 감자는 조용히 성장했습니다.

“조금씩 넌 강해지고 있어.”

지가 말하며 작은 흙덩이를 치워주었지요.

“나는 여기서도 자랄 수 있어?”

감자는 떨리는 마음으로 대답했습니다.

“응, 너와 내가 함께라면.”

그렇게 한여름, 감자는 점점 통통하게 살이 올랐습니다.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잎사귀는 흙 속에서 빛을 머금었지요. 그때 성구 아저씨가 밭을 살피러 왔습니다.

“오, 이상하네, 여기 땅속에 뭐가 있지?”

그는 손으로 흙을 긁어내자 감자는 살짝 놀랐습니다.

“드디어 세상과 만나는구나.”

아저씨는 감자에게 말했습니다.

“이 녀석, 참 예쁘게 자랐구나.”

하지만 아저씨가 깨닫지 못한 건, 이 감자가 흙과 두더지의 도움 속에서 특별하게 자라났다는 사실입니다.

한편, 두지는 땅속에서 흐뭇하게 지켜보았습니다.

“잘했어, 감자야. 이제 넌 기회를 잡았구나.”

감자는 마음속으로 두더지에게 감사했습니다.

“네 덕분에 나는 여기까지 왔어.”

“아니야, 함께한 거지. 서로의 힘이었을 뿐.”

하지(夏至) 되자 감자는 통통하고 단단하게 익었습니다. 성구 아저씨는 그 감자들을 집으로 가져가며 속삭였습니다.

“이건 정말 특별한 감자야. 맛이 다를 거야.”

그 감자들은 마침내 사람들의 밥상 위에 올라갔고, 어떤 것은 다시 심어져 새 생명을 틔웠습니다. 겨울이 오고, 흰 눈이 들판을 덮었지만 봄이 되자 그 밭은 여전히 생명으로 가득했습니다. 다른 감자들이 새롭게 싹을 틔웠고, 두지는 여전히 땅속에서 조용히 그 생명들을 지켜보았습니다.

감자는 깨달았습니다.

“기회는 혼자 오는 게 아니구나. 누군가의 손길, 누군가의 도움, 누군가의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구나.”

성구 아저씨도 그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달았습니다.

“이 밭은 그냥 땅이 아니야. 생명들이 살아 숨 쉬는 곳이었어.”

그날 밤, 달빛이 들판을 은은하게 비추었습니다. 감자는 속삭였습니다.

“고마워, 두지. 네 덕분에 나는 나를 알았어.”

두더지는 살짝 흙덩이를 부수며 대답했죠.

“아니야, 너 스스로 선택한 거야. 나는 도와준 것뿐.”

그 후, 밭에는 매년 감자꽃이 피었고, 성구 아저씨는 그 밭을 ‘기회의 밭’이라고 불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감자를 수확하며 이야기했습니다.

“이 감자는 다르다, 특별하게 자랐대.”

그리고 누군가 지나가며 속삭였지요.

“땅속에는 아직 많은 기회가 숨겨져 있대. 작은 생명도, 기다리는 마음도, 모두 함께 자라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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