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작두콩 한 알의 희망

한알

by 지금은

마당 한편, 초가집 울타리 곁에 할머니와 손주가 조용히 무언가를 심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이건 뭐예요?”

“이건 말이야, 작두콩 한 알이란다.”

할머니의 손바닥 위에는 윤기 나는 붉은 콩 한 알이 놓여 있었지요.

“이 조그만 게 정말 나무처럼 자라요?”

“그래, 하늘을 향해 쭉쭉 오르지.”

할머니의 말에 손주는 눈을 반짝였습니다.

“재크처럼요? 잭과 콩나무 이야기처럼요?”

“그렇지. 하지만, 이 콩은 하늘에 오르려는 마음을 보여줄 뿐이지. 정말로 하늘까지 닿을지는 콩의 마음에 달렸단다.”

손주는 작두콩을 소중히 받아 들고 울타리 옆 흙 속에 묻었습니다.

“잘 자라라, 하늘까지 올라가렴.”

할머니는 웃으며 손주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작은 싹이 흙을 밀어 올렸습니다. 그 옆에는 해바라기가 고개를 내밀며 자라고 있었지요. 해바라기가 먼저 인사를 건넸습니다.

“안녕, 꼬마 콩아! 너도 태양을 좋아하니?”

작두콩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습니다.

“응! 나도 하늘을 닮고 싶어.”

그날부터 둘은 키 재기 경쟁을 시작했습니다.

“누가 더 빨리 해님께 닿을까?”

“누가 더 멀리 하늘을 향해 올라갈까?”

바람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킥킥 웃었습니다.

“그래, 누가 더 높이 자라는지 지켜볼게.”

날이 갈수록 해바라기는 큼직한 얼굴을 하늘로 향했고, 작두콩은 가느다란 줄기를 빙글빙글 울타리에 감으며 자랐습니다.

태양이 뜨거운 날에는 해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해바라기야, 넌 내 얼굴을 따라다니는구나.”

그러자 작두콩이 말했습니다.

“그럼 전, 해님이 쉬는 밤에도 자라겠어요.”

달님이 그 소리를 듣고 살짝 웃었습니다.

“그럼 내가 밤에는 너를 비춰줄게.”

별들도 속삭였습니다.

“누가 하늘에 더 닿을까? 해바라기일까, 콩나무일까?”

바람은 장난스럽게 지나가며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비가 오면 콩이 더 잘 자라고, 햇살이 나면 해바라기가 웃겠지. 둘 다 하늘의 자식들이야.”

그사이 작두콩은 점점 더 자랐습니다. 울타리를 타고, 드디어 끝을 넘어, 할머니의 작은 지붕까지 줄기를 뻗었지요.

손주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콩을 보며 말했습니다.

“와, 정말 하늘까지 닿겠어요!”

할머니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콩도, 너도, 그렇게 마음을 키워야지.”

여름이 깊어가자, 해바라기는 커다란 얼굴로 태양을 품었고, 작두콩은 초록빛 꼬투리를 주렁주렁 맺기 시작했습니다. 밤이면 별빛이 그 꼬투리 위에 반짝이며 내려앉았지요. 그 모습을 본 달님이 말했습니다.

“이제 너는 하늘의 빛을 품었구나.”

그런데 어느 날, 갑작스러운 바람과 비가 몰아쳤습니다. 세찬 바람이 울타리를 흔들었고, 해바라기는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아야, 너무 세차!”

작두콩도 몸을 휘청이며 울었습니다.

“이러다 줄기가 끊어지겠어요!”

그때 바람이 낮게 속삭였습니다.

“겁내지 마. 내가 흔들어야 너는 더 단단해질 수 있단다.”

비는 그들에게 물을 주며 노래했습니다.

“고통 속에서도 자라나는 게 진짜 힘이야.”

폭풍이 지나가고, 하늘에는 무지개가 떴습니다.

해바라기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습니다.

“이제 다시 웃을 수 있겠네.”

작두콩은 비에 젖은 잎을 털어내며 속삭였습니다.

“난 조금 더 자랐어요. 하늘이 가까워진 기분이에요.”

그날 밤, 손주는 잠들기 전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할머니, 하늘은 누가 좋아하는 걸까요?

해님은 해바라기를, 달님은 콩나무를, 그렇다면 별은요?”

할머니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습니다.

“별은 말이야, 누구를 특별히 고르지 않아.

누구든 하늘을 향해 마음을 펼치는 이들을 다 사랑하지.”

손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그럼, 작두콩도, 해바라기도, 저도 별이 좋아하겠네요.”

“그래, 모두가 하늘의 친구니까.”

가을이 되자, 작두콩의 꼬투리 속에서

단단한 씨앗들이 ‘통, 통’ 하고 소리를 내며 익어갔습니다.

손주는 그중 가장 탐스러운 콩 하나를 따서 두 손에 꼭 쥐었습니다.

“이건 내 소망이에요. 내년에도 또 자라서 하늘을 보게 해주세요.”

할머니는 미소 지으며 손주를 안아 올렸습니다.

“그 소망은 이미 하늘에 닿았단다. 콩이 그렇게 열매 맺었으니 말이야.”

해님은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따뜻하게 웃었습니다. 달님은 창가에 비춰 손주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습니다. 별들은 깜빡이며 속삭였습니다.

“소망은 작두콩처럼, 울타리를 타고 자라는 거야.”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손주는 그 콩을 다시 마당 울타리 곁에 심을 것입니다. 그곳엔 아직도 해바라기의 씨앗이 묻혀 있고, 바람은 여전히 그들을 찾아와 장난치겠지요. 작두콩 한 알은 또다시 싹을 틔워 하늘을 향해 말할 겁니다.

“나는 오늘도 꿈을 타고 자라요. 별과 달, 태양과 바람, 비 모두 내 친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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