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꽃
이제는 동미고개를 넘어 다닐 일이 없어졌습니다. 이제는 수줍음도 가시고 만나면 자신 있게 이야기도 할 것만 같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논둑에서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해 줄까 하는 생각만 머리에 꽉 찰 뿐입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는 소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슬그머니 논둑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고 다시 미끄러져 자운영꽃 사이로 소녀가 달리던 길을 따라 걸어 보았지만 어디에도 숨어 있지 않았습니다. 새로 피어나는 꽃들을 골라 손에 움켜쥐고 개울을 건넜습니다. 어딘가 숨어서 볼 것만 같아 길이 훤히 보이는 산기슭을 따라 걸었습니다. 골짜기를 거너며 덤불 속에서 튼실한 찔레순을 몇 개 찾아냈습니다.
'만났더라면 맛을 보여줄 수 있는데.'
그러나 소녀는 그 후로 며칠 동안 보이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