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00월 00일

자운영꽃

by 지금은

그 후 개나리와 진달래의 예쁜 빛깔이 흐려지고 자운영의 까만 꼬투리가 주위의 논밭에 점을 늘려갑니다. 소년은 토요일 오전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둥구나무 아래 앉아 있는 소녀를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소녀는 소년이 냇가를 지나 둥구나무 가까이 오는 것을 지켜보다가 슬그머니 돌아앉아 버렸습니다. 소녀의 등위로 묶음머리가 단정하게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소년은 둥구나무 앞에 멈췄습니다. 지나칠까 말까 망설이다가 쳐다보는 기색이 없자 꽃반지를 손에 쥔 채 슬그머니 지나쳐 집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였습니다.

“바보, 바보.”

갑자기 소녀는 말을 내뱉으며 밭고랑을 가로 질로 자기 집으로 달렸습니다. 소년도 집을 향해 달렸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바보, 바보······.’

책보자기를 풀어 놓을 생각도 없이 돌담 아래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바보 소리가 자꾸만 귓전을 맴돕니다.

‘바보,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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