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밤 겨울밤은 가끔 별 헤는 것을 방해합니다. 눈보라가 쉴 새 없이 몰아쳐 안방 문 앞에 놓인 댓돌을 별과 함께 묻어 버리기도 하고 아침마다 어김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무 구덩이도 깊이깊이 덮어 버립니다. 오늘도 엄마는 밤새 내리는 눈을 아는지 모르는지 베틀에 앉은 채로 밤을 새우실 것입니다. 엄마가 베틀에 앉아 북을 이쪽저쪽으로 옮기실 때 문풍지는 바르르 떨며 다가오는 바람을 맞이하다가 이내 바디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나는 뚫어진 창호지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지만 희미하게 내려앉는 눈이 눈을 가로막을 뿐 하늘은 온통 잿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산등성이를 타고 구르다 높은 담장 위에 앉은 달도 잿빛에 가려 빛을 잃었습니다.
“엄마, 그만 자자.”
“응, 너 먼저 자. 조금 남았으니까, 금방 끝내고 잘게.”
“빨리 해.”
할 수 없이 엄마의 등을 바라보며 아랫목에 누웠습니다.
엄마는 이 밤도 소리 없이 지새워야 할 것입니다. 베틀에 얹힌 남아 있는 날줄들이 엄마 앞으로 길게 늘어선 것을 보면 시간의 길이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닭이 세 번의 울음을 끄집어낼 때쯤이겠지요.
“바디 소리에 잠이 안 오나 보구나. 빨리 끝내야 할 텐데.”
엄마는 잠시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어루만지고는 바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갔습니다. 별 하나하고 별 둘하고 별 셋하고·······, 별 열하고 나는 밖을 향해 귀를 기울였습니다. 엄마의 씨줄과 날줄을 가늠하는 사이, 새벽을 알리는 우리 집 수탉이 드디어 목청을 돋우었습니다. 이웃집 수탉도 지지 않으려는 듯이 횃대 짓을 하며 먼동이 틈을 알려줍니다. 드디어 이웃집 훈장 할아버지가 담뱃대를 두들깁니다. 가마솥에 불을 지피는 할머니의 기침 소리가 들립니다. 우리 집 송아지가 어미 소의 젖을 빨면서 보채는 소리가 들립니다.
밖을 내다봅니다. 앞을 가리며 내리던 눈이 조용히 아주 조용히 멈추었고 돌담 위로 솟아오른 재밀화 가지에 샛별이 열렸습니다.
방문을 활짝 열어 젖혔습니다.
“엄마, 별 하나.”
“그렇구나, 밤새 눈이 많이 왔네.”
엄마는 별을 한 번 보고 뻣뻣해진 얼굴을 두 손으로 문지르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희미한 등잔불이 꺼졌습니다. 샛별이 명주실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미끄러지더니 드디어 엄마가 끊어 내리는 명주 천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엄마, 나 졸려.”
“그래 그만 자자.”
입맞춤하고 댓돌 아래로 발을 내려놓았습니다.
이날도 이 밤 모두가 엄마의 손끝에 머무르고 졸음을 쫓는 엄마의 허벅지에는 멍들이 늘었을 것입니다. 명절을 맞을 때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