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작은 아이

15. 오렌지 주스

by 지금은

호야가 병에 든 주스를 가지고 우물가에 왔습니다. 한 병 가득 들어 있습니다. 우물가에 앉아 맛있게 마십니다. 아껴 먹으려는 듯 조금씩 마시고는 입맛을 다십니다. 너무너무 맛있어 보입니다. 한 모금 아니 반 모금 마시고는 입술을 혀로 핥고는 입맛을 다십니다. 옆에 앉아서 구경하던 병식이가 모습을 보고는 앞으로 다가섰습니다. 동슬이도 앞으로 다가섭니다. 그러자 호야가 한 모금 입에 물고 눈을 감았습니다. 입을 오물거립니다. 혼자만 먹습니다. 동슬이가 말했습니다.

“맛있니?”

“응.”

“정말 맛있니?”

“응.”

눈을 뜨지 않았습니다. 입맛을 다시고 입술을 혀로 핥았습니다. 다시 한 모금 물고는 오물오물하다가 꿀꺽 삼켰습니다.

“맛있니?”

“응.”

“정말 맛있니?”

“응.”

동슬이가 입맛을 다셨습니다. 병식이가 침을 꼴깍 삼켰습니다.

“어디서 났는데?”

“우리 작은엄마가 사 왔지.”

“좋겠다. 얼마 줬는데?”

“백만 원인가?”

“치 그렇게 비싸?”

“나도 잘 몰라, 그렇지만 무지무지하게 비싸대.”

병식과 동슬의 목젖이 아래위로 동시에 움직였습니다. 넘어가는 소리가 꼴깍하고 났습니다. 호야의 눈치만 살핍니다.

“너의 집에 많니?”

“열병이나 되는데 우리 식구가 다 먹고 한 병 남았을 거야.”

“정말 맛있니?”

“응.”

“다니?”

“응.”

“얼만큼?”

“아주 많이, 하늘만큼.”

호야가 한 모금 마시고 입맛을 다셨습니다. 병식과 동슬의 머리가 낮아지며 호야의 코앞까지 갔습니다. 호야가 다시 한 모금 마셨습니다. 어느새 오 분의 사가 줄었습니다. 또 한 모금 마셨습니다. 이제 두 모금 남았습니다. 침을 삼키던 동슬이가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한 모금만 먹자.”

호야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럼, 반 모금.”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그러면 병식이와 내가 합쳐서 반 모금.”

다시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치사한 놈, 너 정말 친구야.”

침을 꿀꺽 삼키고 쳐다보았습니다.

호야는 병을 들어 한 모금 남은 주스를 입안에 넣었습니다. 맛있게 입맛을 다셨습니다.

“와 다 먹었다. 맛있는데.”

호야가 두레박으로 물을 떠서 병에 반을 채웠습니다. 그리고 병의 주둥이를 막고 흔들었습니다. 옅은 노란색이 보입니다.

“주스 줄까? 이거 비싼 건데.”

한 모금을 마시고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입맛을 다시지 않았습니다.

“치.”

한 모금 마시고 말했습니다.

“먹고 싶지.”

동슬이의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나쁜 놈, 너하고는 안 놀아.”

동슬이는 병식의 팔을 붙잡고 일어섰습니다. 돌아가는 동슬이와 병식의 목젖이 다시 아래위로 움직였습니다.

“나쁜 놈 나쁜 놈 호야는 몹시 나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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