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뭘 발표해야 할까? 20230311
‘뭘 보내지.’
어젯밤부터 고민이 됩니다. 매일 글을 쓰겠다는 심정으로 틈틈이 소재를 찾아 내용을 기록합니다. 글쓰기 반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신의 글을 발표합니다. 숙제는 아니고 자율적입니다. 나는 그동안 빠짐없이 한 편씩 문우들에게 발표했습니다. 강사의 평을 듣고 동료들의 생각도 들어서 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함입니다.
‘일주일 동안 쓴 것 중의 하나를 보내면 되지 뭐, 늘 그렇게 해왔는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습니다. 막상 메일로 보내려 하니 마음에 드는 것이 없습니다. 고민 끝에 지난 작품을 보낼까 했지만 그러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이번 주에 쓴 글을 다듬어 보기로 했습니다.
‘봄을 맞아 거름으로 쓰는 똥 이야기, 건강을 위해 공차는 이야기, 비판과 비난에 관한 내 생각…….’
어느 하나 맘에 맞는 글이 없습니다. 할 수 없이 지난 글에 손이 갑니다. 이것저것 뒤지다가 그마저도 포기했습니다. 마음만 산란합니다. 결국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많이만 써놓았지 맘에 드는 게 없다는 생각에 좌절감이 듭니다. 오랜 시간 고민에 빠질 것 같았는데 눈을 감자 곧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내일이라는 잠깐의 생각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대신 잡다한 꿈만 꾸었습니다. 꿈과 현실을 관계가 있어서일까요? 아니면 꿈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일까요? 여러 벌의 운동복을 놓고 맘에 드는 것을 골라 입으려고 매만지다 입어보지도 못하고 잠에서 깨었습니다.
나는 꿈을 믿지 않습니다. 불이 나는 꿈, 똥에 관한 꿈, 돼지꿈……은 좋은 징조가 있을 것이라기에 복권을 사보았습니다. 하루의 일을 살펴보았습니다. 뭐 특별히 달라진 게 없습니다. 그날이 그날입니다. 그냥 탈 없이 지나가는 게 좋은 거야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좋은 꿈을 꾸든 나쁜 꿈을 꾸던 나에게는 특별히 생활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꿈보다 해몽이 좋아야 한다.’
어려서의 일입니다. 역술가는 아니라도 동네 어른들의 말을 들었습니다. 좋은 꿈은 좋게 받아들이고 나쁜 꿈은 조심하라는 말입니다.
나는 근래에 들어서 꿈을 자주 꿉니다. 심할 때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계속됩니다. 그러고 보니 꿈이 나의 글 소재로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어제까지도 발표해야 할 글을 골라내지 못했습니다. 한 번 두 번 빠뜨리다 보면 습관이 되는데 하는 생각에 아침을 먹자마자 써 놓은 글을 뒤졌습니다. 최고가 아니면 차선입니다. 몇 번의 망설임 속에 한 편을 골라 강사에게 메일로 보냈습니다. 한 소리 들을 각오를 했습니다. 거스르는 말이 아니지만 칭찬보다는 수정할 것을 듣는 것은 누구에게나 좋은 기분은 아닙니다. 나를 위한 약이라 생각하면 서서히 기분이 누그러지고 좋아질 것입니다. 늘 그래왔습니다.
‘원래 몸에 좋은 약은 쓴 거야.’
몸에 좋을지는 몰라도 생각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더구나 요즘은 쓰지 않은 약이 대부분입니다. 또 달라진 것도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꾸지람보다는 칭찬이나 격려의 말이 더 많아졌습니다. 회초리라는 말이 줄어들더니만 요즘은 들어볼 기회가 없다시피 합니다.
‘스쳐 가는 아침’
제목입니다. 나를 둘러싼 불과 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짧은 시간만큼이나 작품의 평도 짧았으면 좋겠습니다. 느낌이라는 게 있습니다. 꼭 맞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칭찬받을 것 같다 아니면 꼬집음을 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내용을 볼 때 특별한 게 없습니다. 나와 벽과 공과 지나가는 사람들입니다. 봄이 되니 매화가 꽃봉오리를 터뜨렸습니다. 벽이 가려진 벽 쪽이라 늦은 감이 있습니다. 이 정도의 내용이고 보면 밋밋합니다. 다만 문장의 구성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매끄럽게 다듬어 보려고 했지만, 빈약한 내용에 화장시키려니 이 또한 여의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뭐, 늘 좋은 글만 쓸 수는 없는 게 아니겠어!’
의자에서 두 손을 올려 스트레칭합니다.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합니다. 스스로 위안하며 오늘을 보다 참신한 소재를 찾는 여행을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