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가을 00월 00일

별 볼 일 없음의 미학 1

by 지금은


낙엽이 되고 싶어서 된 일은 아니다. 노인이 되고 싶어 된 일이 아닌 것처럼.

세월의 흐름은 늘 그렇게 생명을 가진 사물을 그 선상에 올려놓았다.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생각해 보면 조화로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같은 장소 같은 환경이라도 다름이 있게 마련이다.

잎이 피는가 했는데 곧 단풍이 들고 마침내 낙엽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사람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리 없다.

올되는 놈, 늦되는 놈

열매를 맺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올해는 유난히 단풍과 낙엽에 집착했다.

앞서의 글을 읽으면서 '그게 그거지 뭐' 심드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다 싶었다.

'말장난을 하고 있군.'

한 때는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다.

'자세히 보아야 곱다.'

누군가의 말처럼 세밀하게 눈여겨보니 정말로 눈에 들어오는 게 있다.

점 하나, 구멍 하나, 색깔하나, 모양 하나.

며칠 있으면 눈이 올 거라는 말을 들었다. 아니 어느 지방에는 정말로 눈이 내렸다.

하기야 세계의 곳곳에는 7월에도 8월에도 눈이 내리는 곳이 있으니, 생각해 보면 크게 이상할 것도 없지만

소설이 지난 지금이라도 눈이 내린다면 왠지 낯선 느낌인 건 분명하다.

오늘은 바람이 좀 심했나 보다. 나뭇잎이 무더기로 흩날린다. 수많은 나비가, 떼 지어 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동영상을 찍으려다 시간이 바쁘다는 핑계로 지나치고 말았다. 내일이라는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같은 조건은 아닐 테니까.

벚나무 잎 몇 개가 가지 끝에서 대롱거린다.

아쉬운 대로 마음에 드는 잎을 집어 올렸다. 떨어져 바닥에 뒹굴고 있으니 낙엽이라는 낱말이 잎에 붙었다.

발길을 서두르는 가운데도 요리조리 살펴본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이것도 인연!

이 나뭇잎에는 세기 조차 힘든 오만가지의 느낌이 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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