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 일 없음의 미학 1
끈기 있게 나뭇가지를 떠나지 못하는 잎이 있다.
게으르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끈질기다고 해야 할까?
나뭇잎의 이름을 부르기도 어색하다.
단풍잎이라고 해야 할까?
낙엽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가지를 떠나지 않고 있으니 단풍잎이라고 해야 할까 보다.
그 나무의 이름은 참나무다.
다른 나무만큼 일찍 단풍이 들지만 가장 늦게까지 가지를 떠나지 못한다.
낮아지는 기온과 찬 바람에 서서히 잎이 말라도 좀처럼 떨어질 줄을 모른다.
대신 바람이라도 세게 불면 요란한 소리를 낸다. 서로 몸을 비비며 용기를 내는가 싶다.
대나무밭의 대나무잎이 서로 몸을 부대끼며 떠는소리다.
요즘 참나무가 서있는 바닥을 보면 낙엽이 수북하게 쌓이기는 했어도 가지를 떠나지 못한 잎이 더 많다. 일부는 가지를 떠나지만 그렇게 겨울을 지낼게 분명하다. 단풍이 드는 다른 나무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눈이 녹는 봄이면 잎이 가지와 이별할까?
어림도 없다. 쇠심줄만큼이나 질기다면 과장된 표현이 아닐지 모르겠으나 봄에 내리는 눈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온갖 식물들의 새눈이 나오고도 한참 있어야 떠날 준비를 한다.
게으른 대춧잎이 돋아날 때쯤이라 여겨진다.
어느 날 갑자기 묵은 잎이 사라진다. 참나무의 새잎이 눈을 뜨기 시작해서 연둣빛을 띄면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양보한다.
오늘 공원을 산책하다가 수풀사이로 발길을 옮겼다. 이 낙엽 저 낙엽을 밟아본다. 방석만큼 부드럽다. 하지만 낙엽의 종류마다 차이가 있다. 밟혀도 숨을 죽이는 게 있는가 하면, 발이 닿자마자 요란한 소리를 내는 잎이 있다.
누구겠는가?
대표적인 게 참나무 종류다.
'바스락바스락'
고양이 발걸음을 한다 해도 소리를 죽일 수 없다.
엣다 모르겠다. 조심해 보려다가 냅다 저만큼 뛰어 달아났다.
지지 않겠다고 불협화음의 소리가 뒤따른다. 어쩔 수 없이 멈춰서 헐떡이는 숨을 고른다.
아직도 발밑에서는 바스락바스락 서로 부딪히며 밟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눈 속에서도 바스락거린다
봄까지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