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일 없음의 미학 1
,동네 앞뒷산이 불타고 있다.
학교 뒷산도 불타고 있다.
등굣길의 골짜기도 불타고 있다.
범인은 해마다 때를 기다리는 단풍 때문이다.
선생님 말씀.
'' 다음 주 준비물은 단풍잎이다. 잘 마른 것으로''
친구들이 '희 ' 웃었다.
'식은 죽 먹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잘 익은 단풍잎을 듬뿍 땄다. 책갈피에 끼웠다. 불룩해진 책위에 큰 돌멩이를 올려놓았다.
'왜?'
지난해에는 마루에 가지런히 놓아 마르기를 기다렸더니 주굴주굴 제멋대로 오그라들었다. 무니 꾸미기를 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마르지 않은 잎을 사용했다.
올해도 망쳤다.
왜?
교과서가 쭈구렁방탱이가 되었으니까.
먼먼 초등학교 시절 산골 어린이의 이야기다.
오늘도 역시 불타는 낙엽을 모아 무늬를 꾸몄다.
다른 것이 있다면 도화지 대신 나무밑 넓은 마당.
마구마구 늘어놓았다.
아니, 마구마구 흩어놓았다.
내 손이
바람이
꼬마들까지
별이 되고
달이 되고
산이 되고
해가 되고
나뭇가지에는
어느새 노을이 내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