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 일 없음의 미학 1
단풍잎 속에는 요정이 살고
낙엽 속에는 나와 친한 도깨비가 산다.
요정이라고 해서 밤에만 활동하는 게 아니다.
도깨비라고 해서 밤에만 활동하는 것도 아니다.
낮 도깨비라는 말 들어보지 않았남.
요정이나 도깨비가 한낮에는 잠을 자고 휴식해야 하기 때문에 움직임이 적은 것뿐이다.
올빼미나 부엉이와 안면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인사쯤은 하고 지내지 않을까? 올빼미, 부엉이의 밝은 눈을 무시할 수 없다.
가을로 접어들면 가끔 단풍 사이로 요정을 본다. 아침노을과 저녁노을이 머무는 시간이다.
'반짝반짝'
깊은 밤이 제 세상이다. 단풍이 힘을 잃으면 곧 옷을 갈아입는다. 눈부신 옷이다. 사람의 눈에 잘 뜨이지 않는다.
가을로 접어들면 역시나 도깨비를 만난다. 깜깜한 어둠, 바스락바스락 낙엽 속에 숨어 소리 낸다. 도깨비는 한밤중을 좋아한다. 특히 겨울밤이 그러하다.
요정은 단풍이 곱게 물드는 맑은 밤.
별이 총총한 겨울밤을 좋아한다.
도깨비는 낙엽이 바람에 부대끼는 음침한 밤.
코가 맞닿을 거리도 분간이 안 되는 칠흑 같은 어둠이 제 세상이다.
단풍과 요정
낙엽과 도깨비는
다가올 싸락눈 내리는 겨울밤도 좋아한다.
밤나무 밑, 어둠이 익는 밤
부엉이가 울었다.
올빼미가 날아올랐다.
바스락대는 가랑잎 속에서 도깨비가 드디어 얼굴 드러냈다.
내가 오줌 마려운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뒷간 가는 길에 쌀가루 같은 눈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