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 영혼 없는 메아리 20230519
‘오늘은 셔틀버스를 타면 뭐라고 인사를 할까?’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 밝아 보이네요,…….
고민 아닌 고민을 합니다. 차에 오를 때와 내릴 때 하는 인사가 늘 같다고 상대의 응답도 같으니 언젠가부터 이상한 생각이 듭니다.
복지관으로 가는 차입니다. 내가 이용하는 셔틀버스는 연세가 많은 사람이 이용합니다. 정류장에 정차할 때마다 사람들이 줄지어 오릅니다.
“안녕하세요.”
“네.”
다음 분이 뒤를 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네.”
열 명이면 열 명, 스무 명이면 스무 명, 대부분 사람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요’ 아니면 ‘까’입니다. 기사분도 다를 것이 없습니다. 무조건 ‘예’하는 지극히 짧은 대답입니다. 눈은 늘 전방을 주시합니다.
며칠간 눈여겨봤는데 승객이나 기사가 한결같이 같은 표정 같은 억양입니다. 이런 느낌이 든 후부터는 어색함에 인사를 한다는 자체에 회의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인사를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한 번만 보고 안 보는 일이라면 모를까 매일 눈을 마주쳐야 하는 입장에서 껄끄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싸운 것도 아니고 감정을 상하는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보니 남처럼 인사를 하기는 해야겠는데 뜻하지 않은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며칠 동안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인사를 해, 말아.’
내리는 순간 슬그머니 눈길을 외면하며 말없이 내렸습니다. 나에게 눈총을 주는 것은 아닐까. 몇 발짝 걷다가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기사는 평소와 같이 앞 유리창 밖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뒤를 따라 내리는 사람들의 입모습이 평소와 같이 달싹거립니다.
이후로는 평일과 다름없이 타고 내릴 때 인사했습니다. 나나 기사나 같은 톤의 같은 음성입니다. 반가운 것도 반갑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갑자기 로봇의 음성이 떠올랐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전개와 함께 사람들의 감정이나 목소리도 닮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십니까? 앞의 모습을 지울 수가 없어서 인사에 대해 궁리만 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꿈 꾸셨어요.……’
별다른 말이 없습니다. 대답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예, 감사합니다, 건강 조심하세요,……’
‘예’하는 말 빼고는 길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섯 글자이기는 해도 그 많은 사람의 숫자를 합치면 짧지 않다는 느낌이 듭니다. 지금은 기사의 인사말보다는 상대에게 다정한 감정을 전할 내 인사말이 더 중요합니다.
문득 외국 여행이 생각났습니다. 방문 때마다 여행안내자는 그 나라 사람들의 인사말을 알려줍니다.
‘안녕하십니까. 고맙습니다.’
내가 맨 처음 여행한 국가는 중국입니다.
안녕하세요. 好 닌 하오/ 감사합니다. 셰셰 닌/ 헤어질 때 再, 明天 짠 이치엔, 밍티엔 찌엔
우리와 가까운 일본입니다. 멀고도 가까운 이웃일까요. 가보지 못했습니다.
안녕하세요 こんにちは 곤니찌와/ 감사합니다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아리가토-고자이마스/ 헤어질 때 じゃ, またあした 쟈, 마타아시타
<프랑스> 프랑스. 안녕하세요 Bonjour 봉쥬흐/ 감사합니다 Merci 메흐씨/ 헤어질 때 Au revoir, à demain 오흐브와흐, 아 드망
<스페인> 안녕하세요 Hola 올라/ 감사합니다. Gracias 그라씨아/ 작별 인사 audio's 아디오스
뭐, 영어 인사야 우리말처럼은 아니어도 더듬더듬 밥풀처럼 입에 매달리고……. 일곱 개 국어면 되겠습니다. 아니 우선 다섯 개 국어면 됩니다. 요일별로 달리하니 그렇습니다. 열흘 단위로 할까, 한 달 단위로……. 가벼운 마음으로 해야겠습니다. 먼저 미소가 필요합니다. 웃음이 필요합니다. 굳은 얼굴의 근육을 풀어야 합니다.
인사의 나눔은 말뿐이겠습니까. 만국 공통어인 몸짓도 있습니다. 입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작은 별 사탕 한 개, 달 사탕 한 개, 해 사탕, 꽃 사탕, 인사동에 갔습니다. ‘어머나’
똥 쿠키가 눈에 띄었습니다. 구린내에 똥 맛……. 김이 모락모락 오를 것 같은 외양과는 달리 맛은 좋았습니다.
“우리 똥 먹는 게지.”
우리들은 눈을 마주치며 웃었습니다.
차에 오릅니다. 뭐부터 할까요, 준비가 서툴렀군요. 내일부터는, 내일부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