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94. 어버이날 20230508

by 지금은

‘어버이날이 뭐라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부터 별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어머니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찾아뵐 수 없는 일이고 보니 해마다 이날이 돌아오면 기도로 끝내야 했습니다.

어느 해부터인가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 후부터는 매일 하느님과 어머니, 나와 가족에게 고맙다는 기도를 했습니다. 곧 습관이 되다 보니 잠자리에 들기 전과 깨어났을 때 무의식적으로 감사의 마음을 떠올리게 됩니다.

오늘도 눈을 뜨자 몸을 뒤척이며 기도했습니다.

“갑시다.”

아침을 먹으며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어버이날 행사에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나와 아내가 어버이가 되었습니다. 어버이가 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지만 마음속으로 다가온 건 바로 며칠 전입니다.

스마트폰에 문자가 왔습니다. 벌써 일주일 전입니다. 참석을 재촉이라도 하듯 하루에도 두어 번씩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노인종합문화회관과 노인복지관, 또 다른 기관에서 경쟁을 벌이는 것처럼 안내합니다. 오라고 하니 가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어디로 가야 하나.’

아내에게 운을 띄웠습니다. 노래와 떡이 있는 곳, 민속놀이와 건강을 챙겨주는 곳, 행사의 내용이 조금씩 다릅니다.

“교통이 편한 곳으로 가요.”

어디라고 꼬집지 않아도 압니다. 셔틀버스가 집 앞에까지 오니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마당에서 안내지를 받았습니다. 몇 개의 지정된 장소를 돌면서 활동하고 도장을 받아오라고 합니다. 먼저 제기를 찾습니다. 투호놀이도 했습니다. 어렸을 때의 실력이 조금은 남아있나 봅니다. 봉사자들이 ‘와!’하는 함성을 질렀습니다. 갑작스러운 환호에 쑥스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장을 받고 돌아서려고 했더니만 한 번 더 시범을 보여야 한다며 봉사자 한 분이 나를 막아섰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다소 머쓱하기는 해도 발재간을 부리고 손도 놀렸습니다. 못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뒤이어 강자가 나타났습니다. 여자분입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시범이라도 보이려는 듯 제기를 마음껏 가지고 놀았습니다. 차는 숫자도 많지만 유연한 동작이 나비 같습니다. 자리를 뜨며 그녀에게 ‘엄지 척’을 해 보였습니다.

퍼즐 맞추기를 했습니다. 불러주는 숫자를 거꾸로 답하는 문제도 풀었습니다. 이 봉사자는 깐깐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자리, 네 자리, 여섯 자리까지 답을 요구합니다. 옆줄의 봉사자는 두세 자리까지만 요구했는데……, 여섯 자리에서는 고개를 젓고 말았습니다. 내 기억력이 어디까지인가 알아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치매 예방을 위해 머리 쓰는 일을 꼭 하셔야 해요.”

순간 멍해진 기분으로 자리를 떠났습니다.

“여섯 자리? 자기도 뭐 잘할 것 같지 않은데.”

나를 지켜본 아내가 심하다는 투로 말했습니다. 나는 치매 예방을 위해 그만큼 노력하라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사진을 찍었습니다. 의자에 앉아 투명 액자 틀을 잡고 나의 상반신을 보입니다. 봉사자가 나의 모습을 촬영해 주었습니다. 표정을 지을 사이도 없이 셔터를 눌렀습니다.

‘이를 어쩌지요! 전신이 나왔습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모습이 우스꽝스럽습니다. 상반신은 액자 속, 팔과 하반신은 밖으로 나와 있습니다. 다시 갈까 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길게 늘어선 줄 때문입니다. 차를 한 잔 마시고 도서관 창문으로 보니 액자 한 발짝거리에서 사진을 찍어 주는 모습이 보입니다. 봉사자가 바뀐 모양입니다. 아니 누군가 알려주었는지 스스로 착오를 발견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진을 지울까 하다가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편집하면 되지 뭐.’

액자 밖을 잘랐습니다. 틀 안의 얼굴이 크고 뚜렷해 보입니다. 내 표정이 밝지는 않아도 평소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액자 속 카네이션 한 송이가 무표정한 얼굴을 감춰주려고 애씁니다. 꽉 다문 입을 실물의 꽃으로 살짝 가렸습니다. 아내의 스마트폰으로 접사(接寫)를 하듯 찍었습니다. 꽃잎이 역할을 잘 해냈습니다. 주최 측과 봉사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바라보며 때늦은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노인들에게도 앉아서 대우받기보다는 활동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오늘의 어버이날은 예전과는 축하만을 받는 것을 떠나 스스로 활동하는 가운데 즐기고 축하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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