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93. 반려 식물 20230502

by 지금은

눈을 뜨자마자 거실 창가에 있는 화분을 다용도실로 옮겼습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 꽃집을 지나치는데 시선이 집중되는 게 있었습니다. 포인세티아입니다. 가을이 아닌데도 잎이 새빨갛게 물들었습니다.

‘철이 없는 게야.’

화초를 사본 때가 언제인지 까마득합니다. 젊었을 때는 집안의 분위기를 살려보겠다고 가끔 새 화분을 들였습니다. 지금과는 달리 화초에 대한 관심이 컸기에 돌보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집안은 물론 앞마당도 화초들로 가득했습니다. 여름이면 칸나는 내 키의 두 배는 컸고 꽃은 담장을 넘보며 빨강을 자랑했습니다. 유자는 슬래브 지붕 위로 줄기를 뻗어 집의 한쪽 벽면을 뒤덮었습니다. 초록, 노랑, 주홍의 열매들이 나이를 말했습니다. 소년, 청년, 노년이 함께했습니다. 열매가 익자 석류가 입을 벌리듯 빨간 씨앗을 드러내 보였습니다.

포인세티아의 값을 묻지도 않고 꽃집 주인에게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오늘은 그저 빨강이 좋았습니다. 꽃 관리에 대한 주인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화분을 들어봐서 가볍다 생각되면 물을 주세요. 집안이 건조하면 삼사일에 한 번 물을 흠뻑 주면 됩니다.”

빨간 잎이 다 떨어질 때까지 식사의 때를 거르지 않는 것처럼 물 주기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 많던 잎이 하루하루 줄었습니다. 떨어져야 새잎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떨어진 빨강 잎이 아깝다는 생각에 조심스레 화분에 놓았습니다. 잎의 수가 줄어들며 화초의 몸이 홀쭉해지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다음을 기약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새잎이 더 많이 생기고 크리스마스쯤이면 더 많은 빨강을 자랑할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사람들은 반려에 대해 더 많이 갖게 되었습니다. 반려견, 반려묘가 대세인 줄 알았더니만 반려 식물도 인기가 있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면서부터 식물을 반려로 맞아들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과 생활하는 가운데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식물은 늘 내 곁에 있었습니다. 교육을 위해서이기도 하고 환경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방법이 되었습니다. 실내에는 작은 식물들이 실외에는 큰 식물들이 꽃을 피웠습니다. 한 때는 1인 1화분 가꾸기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교육목적이라고 하면 좋겠습니다. 관찰일기도 함께 했습니다.

물구멍 앞에 놓고 수도꼭지를 틀었습니다. 물줄기를 가늘게 하여 흙이 튀지 않도록 호스를 가지 사이에 밀어 넣었습니다. 화분 속의 공기가 빠져나가도록 물을 충분히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간식을 주듯 하나씩 하나씩 번갈아 가며 호스를 반복적으로 이리저리 옮깁니다. 수도꼭지를 잠갔습니다.

‘아차, 이를 어쩌지.’

온수의 꼭지를 열고 있었습니다. 화초들이……. 냉수의 꼭지를 틀어 다시 물을 주었습니다. 불안한 생각에 온수의 물을 손에 대어보았습니다. 다행입니다. 식은 물을 주었습니다. 아직은 미지근합니다. 좀 더 시간을 끌었다면 화상을 입을 뻔했습니다.

요즘은 반려 식물 종합병원도 생겼답니다. 갑자기 시들며 아파하는 반려 식물을 보면 병원에 데려갈 수 있습니다. 서울시가 최근 서초구 내곡동 농업기술센터 안에 반려 식물 종합병원을 열었습니다. 입원 치료와 정밀진단까지 가능한 상급 병원입니다. 서울시가 시내 4곳에 개설한 반려 식물 클리닉이나 동네 꽃집에서 진단·처방하지 못하는 중증 식물들이 갈 곳이 생겼습니다. 월 1회, 화분 3개씩 무료로 진료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응급 진단 결과 과한 습도, 병충해 등 판정을 받은 식물 14개가 쾌적한 온실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 이상하게 생각되었던 동물병원이 지금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병원 못지않게 성업 중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반려 식물과 함께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하지만 파릇한 생기 넘치는 식물과 오랫동안 함께 살아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싱그러운 풀잎을 보며 사색에 잠기고, 나날이 변화무쌍한 날씨에도 꿋꿋이 성장하는 나무를 보며 위안을 얻기 위해서는 세심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식물이 아플 때 대처법을 아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며칠 전에 구입한 아이비는 슬며시 옆으로 밀어 놓았습니다. 우선 염려되는 것부터 챙겨야겠습니다. 포인세티아가 지금 보기에는 별일 없어 보이지만 좀 더 두고 관찰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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