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101. 계속 뻥이오. 20230601

by 지금은

“선생님! 구수한 뻥튀기를 갑자기 먹고 싶네요. 목요일 수업 시간에 뻥튀기 한 자루 지고 오셔야 할 것 같아요.”

“와! 제 생각도 그러네요.”

나에게 문자를 보낸 사람은 노인복지관에서 함께 ‘사진 에세이’를 합니다. 글쓰기를 한 지는 몇 주 되지 않지만, 이전부터 마주칠 때면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전에는 그림책 만들기를 할 때 함께 공부했습니다. 그녀는 나와는 달리 사교성이 있고 말이 많은 편입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거침없이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제는 글쓰기 강의가 끝을 향해갑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을 빼면 두 번 남았습니다. 한 주에 한 번이니 두 주가 지나면 종강입니다. 강사의 수업이 재미있다며 수강생들이 아쉬움을 표합니다.

“다음 학기에도 이어서 계속하는 거겠지요?”

강사도 서운해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정들만하니 끝나게 됐다며 허락만 된다면 가을학기에도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운을 뗍니다. 나는 속으로 걱정하지 않습니다. 한 번 개설된 강좌는 수강생들의 호응도가 높으면 폐강되는 일이 없습니다.

나는 작년에 글쓰기 반이 폐강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수강생들의 관심에서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초창기만 해도 인기가 있었는데 강사의 관심이 부족했는지 점차 수강생의 숫자가 줄어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강의의 수준을 염려했는데 강사에게 대놓고 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지금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강사는 활달하고 샘이 많은 사람입니다. 늘 밝은 표정입니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만 우리에게 스스럼없이 대합니다. 쉽게 말하면 친정엄마나 아버지를 대하듯 하고 어리광을 부리기도 합니다, 때로는 친구라도 되는 양 거침없이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예의를 벗어난 말이나 행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말을 하면서도 상대가 기분 나빠하지 않게 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유머를 만드는 기술이 있다고 하면 맞을 듯합니다.

오늘은 두 명이 짝이 되어 상대방의 작품을 읽고 평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뻥튀기를 가져와야 할 것 같다고 한 사람이 내 짝이 되었습니다. 건너편 분단에 앉아 수업하는데 성큼 내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같이 짝을 해도 되겠지요.”

“그럼요.”

그녀는 내게 첫날부터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이유입니다. 내가 전혀 생각지 않은 일입니다. 글을 몇 편 냈는데 그때마다 내 글은 생각해 봐야 할 거리가 있다며 질문이나 설명을 요구했습니다. 나의 대답은 씩 웃는 것으로 끝입니다. 건너편에서 두 분단을 건너뛰고 온 것을 보면 오늘은 작정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자신의 글을 내밀며 평을 해달라고 합니다. 강사에게 전주에 했던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아직은 남의 글을 평할 실력이 못 됩니다.”

각자 서로의 글을 읽어보는 것으로 대신하자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녀의 글을 읽지 않아도 압니다. 밴드에 서로의 글을 공유해 미리 읽었습니다. 강사의 말을 흘려버린 채 독서에 관한 잡담을 했습니다. 나는 그녀의 말을 경청하며 추임새를 넣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뻥이오.”

쉬는 시간 심심한 것 같아 주전부리를 가져왔다며 앞자리에 펼쳤습니다. 수강생들의 눈이 반짝이고 입꼬리가 올라갔습니다.

“덕분에 추억을 먹게 되었네요.”

한 자루 가져오라고 했던 지금 내 옆의 수강생이 신났습니다. 앞장서서 자루를 열고 컵을 꺼냈습니다. 튀밥을 가득가득 퍼서 수강생들에게 전달합니다. 먹기 전에 구호 한 번은 해야겠답니다. 자신의 선창에 따라 모두 후창 하랍니다. 모두 큰 컵을 하나씩 들었습니다.

“우리 사진 에세이 반의 재미와 건강을 위하여 뻥이오.”

“뻥이오.”

극장에서 영화 상영 전 손에 든 팝콘이 생각납니다. 쉬는 시간을 넘어 다음 시간이 끝날 때까지 튀밥은 손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튀밥이 연신 입으로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시간 내내 튀밥 반, 이야기 반이 서로 어울려 놀았습니다.

전 시간에는 어릴 적 추억을 하나씩 주제를 떠올렸습니다. 겨울철 교실의 풍경입니다. 난로, 도시락, 조개탄, 장작……. 나는 교실에 어울리지 않는 ‘뻥튀기’를 떠올렸는지 모릅니다. 남과 다른 글을 쓰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어찌 됐든 잠시 생각한 후에 떠올린 내 글의 주제는 ‘뻥이오.’였습니다. 수강생들은 내 글의 내용이 어린이답고 재미있다고 평을 해주었습니다. 이왕에 우리 모두의 추억까지 손으로 입으로 되살렸다는 마음에 시간 내내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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