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학예회
‘까치 새끼?’
기분이 참 나쁩니다. 차라리 안 한다고 했으면 좋을 걸 그랬나 봅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속이 상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싫다고 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서 입술까지 나오는 말을 꾹 참았습니다.
‘호야는 까치 새끼.’
선생님이 말씀하시자 아이들이 까르르 웃었습니다.
“내가 까치 새끼를 하기로 했어요.”
할머니는 이상한 얼굴을 하시고 바라보셨습니다.
“호야 네가 웬 까치 새끼냐? 송아지가 된다면 몰라도.”
“할머니 그게 아니고요. 학예발표회에서 까치 새끼 하기로 했어요.”
“까치 새끼? 학예회 할 때 필요하면 잡을 일이지 네가 무슨 까치 새끼?”
할머니는 호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시나 봅니다. 저녁을 잡수시면서 식구들에게 말했습니다.
“호야가 까치 새끼 된다는구먼. 알 수 없는 일이야.”
“그게 아니고요. 학예회 날 우리 반이 연극을 하는데 제가 까치 새끼 역할을 맡기로 했다고요.”
“까치 새끼는 무슨 까치 새끼야 송아지를 해야지. 너는 소띠니까 송아지가 낫지 않겠니? 까치 띠는 없는데 말이야. 선생님도 참 이상하구나.”
집안 식구들이 까르르 웃었습니다. 고모, 삼촌,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눈치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배역을 정해 주시면서 모든 역할이 다 중요하다고 하십니다. 내일부터는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고 하셨지만, 마음에 와닿지 않습니다.
다음날부터 연극 연습이 시작되었는데 짐작한 대로 호야는 입만 벌렸다 오므리기만 했습니다. 하나 더 할 것이라고는 두 손을 아래위로 올렸다 내렸다 날갯짓만 하면 됩니다. 배역을 맡지 못한 친구들이 말했습니다.
“까치 새끼, 그까짓 것을 뭣하니. 차라리 우리들처럼 집에나 가는 게 낫지 않겠어.”
집에 갈 생각은 없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애가 주인공을 맡았기 때문입니다. 연습하는 모습을 구경도 하고 함께 있고 싶습니다. 하지만 며칠 연습을 하다 보니 재미가 없습니다. 별로 할 일이 없습니다. 여자 친구가 괜히 호야를 우습게 생각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연극 연습을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아이들이 가자고 말합니다. 중요한 역도 아니니 호야 생각에는 연극을 하기 전 이삼일만 해도 충분합니다. 내키지 않는 역할이니 내 생각 반, 친구들의 생각 반으로 연습을 그만두고 집으로 갔습니다.
며칠 동안 도망가자, 선생님이 부르셨습니다.
“무슨 사정이라도 있는 게야?”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내일부터 열심히 하고 가.”
그런데 장날인가 봅니다. 집으로 돌아오다가 고기를 잡는다고 냇가를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그만 바위에서 미끄러져 다리를 삐었습니다. 다음날 다리를 절면서 학교에 갔는데 선생님께서 화가 잔뜩 났습니다.
“이 녀석 하기 싫어서 엄살을 피우는 게지?”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연극은 내일모레 글피인데 연습을 하나도 못 했으니 어떻게 한담. 다리가 아파도 참고해야지.”
먹이를 달라고 입을 벌리고 날갯짓하는 것은 별문제가 없지만 무대 위에 어미를 따라서 돌 때는 다리가 아팠습니다. 다리를 절지 않으려고 조심했지만 아무래도 마음먹은 것처럼 되지 않습니다. 혹시 선생님이 그만두라고 해도 걱정이 됩니다. 그렇게 쉬운 것도 못 해서 떨어졌다고 하면 무슨 망신입니까. 다행히 선생님은 호야가 다리를 저는 것을 보시고도 내버려 두셨습니다.
드디어 학예회 날 아침입니다. 학교에 가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병신 까치 새끼로 놀림을 받을까 걱정이 됩니다. 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고모가 물었습니다.
“너희 반이 몇 번째로 나오니? 너는 언제쯤 나오고?”
오늘은 식구들이 집안일을 그만두고 학예회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호야는 부랴부랴 서둘러 학교로 갔습니다. 드디어 호야네 반의 연극이 시작되었습니다.
‘혹시 병신 까치 새끼라고 놀리면 어떻게 하지?’
어미를 따라 까치 새끼들의 춤을 춥니다. 모두 어미를 졸졸 따라서 갑니다. 호야의 다리가 오늘따라 불편합니다. 제대로 발을 떼어놓지 못하고 절룩절룩하면서 친구들의 뒤를 따랐습니다. 자꾸만 새끼 무리로부터 멀어지고 나중에는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아휴, 불쌍한 우리 막내.”
엄마 까치가 갑자기 나를 안고 돌았습니다.
‘아이 창피하다. 병신 까치.’
다음날, 호야가 좀 늦게 학교에 가자, 친구들이 병신 까치 온다고 하고 놀렸습니다.
“이 녀석들 호야를 놀리지 말아요. 연기를 잘했다고 교장 선생님이 칭찬하셨다, 다른 새끼들은 동 작이 모두 같은데 호야 까치는 동작을 특이하게 잘했다고 부모님들도 손뼉을 쳤다는구나.”
호야를 놀려대던 친구들의 입이 쏙 들어갔습니다.
‘정말일까?’
선생님이 사탕 하나를 호야의 입에 물려주셨습니다.
“막내 까치라 주는 것이에요.”
친구들의 입이, 친구들의 목구멍이 움직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