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하루거리
“책 싸서 집에 가, 엄마한테 약 사달라고 해.”
보리 베는 유월이지만 머리가 아프고 몸이 덜덜 떨립니다. 선생님께 인사도 못 하고 엉거주춤 교실을 나섰습니다. 집에 가 봐야 약이 없습니다. 학교에도 약이 없습니다. 학교 앞 가게에도 약이 없습니다. 동네에 약방이 없습니다.
집으로 가는 동안에도 어지럽고 몸이 떨립니다. 빨리 가서 눕고 싶습니다. 논밭을 가로질러 가는데 몹시 힘들었습니다. 집에 다다랐을 때 밭에서 보리를 베던 친척 아저씨가 호야를 발견하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야, 너 몇 시인데, 벌써 집에 왔니? 점심때도 안 되었구먼, 학교 땡땡이쳤지.
힐끗 쳐다보았지만, 대답조차 귀찮습니다.
“이 녀석 아저씨보고 대답도 안 하는 걸 봐, 학교에서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쫓겨 가는구나.”
집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책보자기를 아무렇게나 댓돌 위에 팽개치고 윗방으로 갔습니다. 이불을 둘이나 덮어쓰고 누었습니다.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삼촌이 왔나 봅니다. 책보자기를 발견하고 방으로 들어와 이불을 발로 걷어찼습니다.
“이 녀석, 학교 안 가고 뭐 하는 거야. 오뉴월에 무슨 솜이불을 둘이나 뒤집어썼어.”
“아파서요.”
“학교 가기 싫고 일하기 싫으니까, 핑계를 대는구나, 여름에 춥기는 뭐가 추워, 가만히 있어도 땀 나.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앓지 않는다잖아.”
마음이 불편한지 이불을 발로 툭 차고 나가 버립니다. 속이 상합니다.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엄마만 있어도…….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점심도 저녁도 굶고 아침까지 잤습니다. 할머니가 깨워서야 늦게 일어났습니다. 어제의 책보자기를 들고 학교로 달렸습니다. 아침을 먹을 시간이 없습니다. 늦으면 분명히 선생님께 꾸중을 들을 것입니다.
‘녀석, 또 지각했어.’
학교에 가는 동안 머리가 빙빙 돕니다. 배고픈 생각이 없습니다. 친구들을 따라잡으려고 샛길로 부지런히 걸었지만 벌써 종소리가 들립니다.
불이 나게 달려서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공부가 시작되었습니다. 명수가 일어나 코맹맹이 소리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살그머니 뒷문을 열고 들어가 책보자기를 풀고 국어책을 펼쳤습니다. 선생님이 다가와 머리를 만져 보셨습니다.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지나갑니다. 한 시간이 끝나 갈 무렵 호야는 벌써 책상에 엎드려 침을 흘리고 있습니다.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더니 아이들이 까르르 웃었습니다.
“이 녀석, 그렇게 아프면 학교에 나오지 말지.”
선생님이 책을 보자기에 싸서 어깨에 매주셨습니다. 비실비실 일어나 집으로 향했습니다. 보리밭에서 종달새가 새끼들을 데리고 날아올랐습니다. 오늘따라 해님이 더 노랗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