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머리 깎기
봄이 되었습니다. 개나리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뜨릴 즈음입니다. 동주가 호야를 찾아왔습니다.
“야, 우리 아버지가 머리 깎아 주신 대.”
“그래?”
호야는 동주를 따라 달려갔습니다. 동주는 집으로 가지 않고 지나칩니다.
“야, 집으로 가야지.”
“아니 따라오기만 해.”
명수가 간 곳은 집 아래에 있는 텃논입니다. 짚가리가 쌓여 있는 양지바른 곳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봄바람이 스쳐 오다가 짚가리에 막혀 돌아갑니다. 짚가리가 있는 양지쪽은 따스합니다. 동주 아버지는 보이지 않고 강아지만 앞에 앉아 있습니다.
“강아지가 너희 아버지냐?”
“자식이, 우리 아버지 이발 기계 빌려 오실 테니 염려하지 마라.”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동주 아버지가 기계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오래 기다렸니?”
“아뇨. 괜히 이 자식이.”
“이 자식이 뭐야, 아저씨한테······.”
“아저씨는 무슨 동갑인데요.”
“누가 먼저 깎을래?”
동주가 먼저 깎겠다고 동그란 나무 의자에 앉았습니다. 기계가 뒷머리로 돌아 정수리를 지나서 앞까지 왔습니다. 동주 아버지의 눈이 찌푸려졌습니다. 그리고 중얼거렸습니다.
“이 녀석 호야 창피하게 이게 뭐야. 머리나 좀 감지. 쇠똥 때가 덕지덕지 앉았네.”
“아버지는, 추워서 머리를 못 감았는데.”
“핑계는 무슨 핑계, 머리 다 깎으면 냇물에 가서 빨랫비누로 빡빡 감아라.”
“아버지, 냇물이 얼마나 차갑다고요.”
“호야는 깔끔하니까 머릿속이 깨끗하겠지!”
동주가 일어서자, 호야가 의자에 앉았습니다.
“내가 상고머리는 못 깎는데 어떻게 하지? 빡빡 깎아 주어도 되겠니?”
동주 아버지는 역시 뒷부분부터 정수리를 지나 앞이마까지 기계로 밀었습니다. 기계가 잘 들지 않아서 머리가 가끔 따갑기는 해도 시원합니다. 이번에도 동주 아버지의 얼굴이 일그러졌습니다. 보고 있던 동주가 말했습니다.
“호야는 쇠똥이 더 많은데요.”
“도 아니면 개인데 뭘.”
호야의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사실 늦가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머리를 감지 않았습니다. 세수도 겨우 손이 왔다 갔다 했을 정도입니다. 부스럼이 생기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입니다. 학교에 가면 몇몇 아이들의 머리에 부스럼이 있습니다. 머리카락이 동전모양으로 빠진 아이도 있습니다.
“도장 병 생기겠다. 빨리들 가서 감아라.”
동주와 호야는 빨랫비누를 가지고 앞 내로 달려갔습니다. 머리에 물을 묻히니 너무나 차갑습니다.
“야, 무척 차갑지?”
“응, 너무 차갑다. 그렇지만 내일 학교에 가는데 쇠똥을 닦지 않고 가면…….”
이때 개천골 암자에 사는 스님이 지나가다가 우리들 옆에 앉았습니다.
“얘들아, 수도하니? 이왕이면 옷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려무나. 정신을 통일하는 데는 그만이야.”
스님은 우리들의 사정도 모르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스님은 좋겠다. 머리털이 없으니 머리 감을 일이 없겠지?”
“그래 맞아, 우리도 스님이나 될까?”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일어섰습니다. 이마에서 반짝 빛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나무 아미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