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우산
학교에 가야 하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부슬비, 얼굴이 간지럽습니다. 호야가 두엄더미 옆으로 가서 오동나무 잎을 두 장 땄습니다. 하나는 머리에 걸치고 하나는 따서 책보자기를 가렸습니다. 동구 밖을 나서는데 상수가 쫓아와서 오동잎을 하나만 달라고 조릅니다.
“안 돼, 책보자기 젖는다.”
“그럼 내가 책보자기도 젖지 않게 들어줄게.”
상수는 책보자기만이라도 젖지 않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호야는 왠지 오동잎을 주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안 돼.”
“왜?”
“그냥.”
상수가 몹시 기분 나쁜 표정을 짓습니다.
“너 먼저 가.”
상수가 돌아서서 집으로 뛰어갔습니다. 심심해서 따라오기를 기다리며 천천히 걸었습니다. 서낭당을 지나가는데 상수가 재빨리 앞섰습니다.
“같이 가자.”
“같이 갈 것이 뭐 있어? 너하고 나하고는 아는 사이도 아닌데.”
“왜?”
“몰라서 물어?”
상수의 머리에는 토란잎이 얹혀 있습니다.
“멋있는데.”
“멋이 있기는 네 오동잎이 더 멋있겠지.”
오동잎이 물에 젖어 자꾸만 눈앞을 가립니다. 오동잎으로 가린 책보자기가 젖습니다. 토란잎은 빗방울을 또르르 굴려 바닥으로 떨어뜨립니다. 상수가 구슬비 노래를 부르며 저만큼 앞서 나갑니다.
‘송알송알 싸리 잎에 은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