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작은 아이

27. 개 복숭아

by 지금은

“복숭아는 천도복숭아가 최고야.”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이웃집 준이 형은 삼촌 말에는 언제나 맞장구를 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삼촌은 소학교를 나왔는데 형은 학교에만 갔지, 교실에는 들어가 보지를 못했습니다. 우리 삼촌은 아는 것이 많습니다. 아, 글쎄 준이 형은 책을 읽을 줄도 모르고 더구나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니까요, 그래서 가끔 사촌인 인식이 형한테 구박받곤 합니다. 인식이 형은 한자도 안다고요, 할아버지한테서 배워서 아는데 준이 형은 나이가 많은데도 할아버지한테 배우지 않았습니다. 그야 공부하기 싫어서 그랬겠지요.

늦여름 어느 날 준이 형이 몰래 쇠죽을 퍼 주는 나무바가지에 무엇인가를 감춰 가지고 왔습니다.

“뒤에 감춘 것이 뭐냐?”

“맞춰 보세요.”

“고구마?”

준이 형이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그럼, 조밥?”

“에이.”

쑥 내미는데 개복숭아입니다.

“어디서 났니?”

“이르지 마세요, 비밀이니까.”

그 귀한 복숭아를 먹었는데 맛이 그 맛이 아닙니다. 이건 복숭아 맛이라기보다는 뭐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아 글쎄 복숭아를 쪄 가지고 온 것이지 뭐예요, 어디다 쪘느냐면 쇠죽을 끓이는 솥에서 함께 삶았어요.”

복숭아 맛도 아니고 쇠죽 냄새가 나는 것이 모양만 복숭아입니다. 한 개씩밖에 돌아가지 않으니, 맛은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잘 구별이 안 됩니다.

준이 형이 말하는 비밀은 두 가지나 됩니다. 하나는 복숭아 임자에게 말하지 않는 것과 준이 형네 식구들에게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형네가 알면 인식이 엄마가 준이 형을 그냥 놔두지 않을 게 분명합니다. 준이 형과 인식이는 사촌 간인데 한집에 삽니다. 인식이 엄마는 준이 엄마와 준이를 얼마나 구박하는지 모릅니다. 만약 알기만 한다면 인식이는 안 주고 우리 집에 와서 먹었다고 생난리를 칠 것입니다. 밥도 굶고 쫓겨날 게 뻔합니다.

“아저씨 고마워서 우리 집에서 몰래 가져왔어요.”

“뭐가?”

“이제 한 달만 있으면 군대에 가야 합니다. 글씨를 알아 가지고 가야 걱정이 덜 될 것 같습니다. 엄마와 할아버지께 안부라도 전해 드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글자를 가르쳐 주어서.”

“녀석, 몇 글자나 배웠다고 그러냐.”

“어찌 됐든 고마워요, 집에서 배우려면 할아버지나 인식이 자식은 야단 먼저 치는데 아저씨는 혼 한 번 안 내고.”

군대에 가면 엄마가 구박을 더 받을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불쌍해서 어찌했으면 좋겠냐고 걱정했습니다. 눈물까지 흘리더니 여물바가지를 들고 일어섰습니다. 군대 갈 동안 매일 밤 오겠답니다. 편지는 잘 못써도 안부라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야, 공부하는데 공짜가 어디 있니? 밤고구마를 서너 개씩은 삶아 와야지.”

“아이고 아저씨도 우리 할아버지와 큰엄마 성질 잘 아시면서 뭘 그래요. 들켰다 하면 나는 어쩌라고.”

“네 말이 맞는다, 괜히 해본 농담이지.”

다음날 준이 형이 또 여물바가지를 가지고 왔습니다. 개복숭아인 줄 알고 하나 얻어먹으려고 다가갔습니다. 삼촌 옆에 바짝 붙어 있었는데 복숭아씨만 두 개 가지고 왔습니다.

“아저씨, 개복숭아 메일 드릴 수는 없고 아예 나무째 드리려고 가지고 왔습니다.”

“무슨 나무?”

“아, 개복숭아 나무요.”

“이 녀석이 농담하냐?”

“아뇨, 이 씨를 두엄더미 옆에 심으면 금방 자라서 매년 실컷 먹을 수가 있으니까요. 개복숭아도 귀하니 울안에 두 그루만 있다면……”

이야기를 들어보니 개복숭아를 쇠죽 끓일 때 넣고 삶으려다 큰엄마한테 들켰답니다. 약에 써야 한다고 빼앗기고 두 개를 겨우 감춰 가지고 있다가 엄마 주고 씨만 가져왔다는군요.

“과육을 엄마 드렸으면 씨와 함께 쇠죽 속에 삶았겠네.”

“네.”

“야, 이 녀석 그 씨 심으면 나중에 익은 복숭아만 먹게 되겠구나!”

“왜요?”

“씨까지 익혀서 심으면 복숭아를 딸 때는 푹 삶아진 것이 열려서 그냥 따먹어도 괜찮은 것이 아니냐.”

“정말요?”

“정말은 무슨 정말.”

형은 삼촌에게 군밤 한 대 맞았습니다.

“진작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씨 하나만 드리고 하나는 안말 고구마밭에 몰래 심어야지, 우리 엄마 심심 하면 따 잡수시게.”

그런데 모를 일입니다. 준이 형이 군대 갔다가 제대해 온다고 편지가 왔을 때입니다. 아 글쎄 우리 집 두엄더미에 버렸던 씨앗, 몇 년이 지나자, 복숭아나무에서 개복숭아가 열렸지, 뭐예요. 더 이상한 것은 준식이 형이 보낸 편지의 글씨가 호야의 글씨보다 더 멋지더라고요.

‘개복숭아가 천도복숭아보다는 약이 더 돼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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