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우리 아저씨 따봉
할머니께서 늘 자랑하시던 아저씨가 오셨습니다.
‘누구냐고요. 자세히 설명하자면 아주 깁니다.’
“아이고, 여섯째 어머님, 오랜만에 뵙네요, 그동안 안녕하셨지요.”
아저씨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할머니를 끌어안고 볼을 비볐습니다. 할머니는 작고 아저씨는 매우 커서 할머니가 아저씨의 품에 쏙 들어갔습니다.
“아유, 귀여운 것. 못 본 지가 오래됐구나.”
할머니는 아저씨의 등을 토닥이셨습니다. 할머니와 아저씨는 아들과 엄마 사이만큼 친근하고 다정해 보입니다. 아저씨가 학교에 다닐 때 할머니가 식사며 빨래며 여러 가지로 돌봐 주셨답니다. 이런 까닭에 아저씨는 종종 할머니와 사촌 형제들을 보러 왔는데 이번에는 아주 오랜만에 왔습니다. 그동안 나랏일이 워낙 바빴다나요. 6.25 전쟁이 끝나고 무장 공비와 간첩을 찾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할머니는 늘 사진을 액자에 걸어 놓고 인물이 참 좋다고 흐뭇해하셨습니다. 또 이웃 사람들에게 자랑하시곤 했는데 진짜로 멋있습니다. 철모를 쓰고 검은 안경을 꼈습니다. 권총을 옆구리에 찼는데 갖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저씨 권총 진짜예요?”
“그럼.”
앞산 큰 소나무에 대고 빵 쐈는데 얼마나 놀랐다고요. 나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아저씨 자랑을 많이 했지만, 동네 아이들은 잘 믿지를 않았습니다. 아저씨는 호야를 퍽 귀여워합니다.
“호야야, 그동안 많이 컸구나. 먼저 왔을 때는 이빨 세 개 나고 낯가림하더니만 많이 컸구나. 너에게 무슨 선물을 줄까? 사실은 이번에 급히 오느라 호야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거든.”
“아저씨 내일 아침에 저와 아이들에게 차를 많이 태워 주셔요.”
“그야 어렵지 않지.”
호야가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아직 밖이 어둡습니다. 너무 일찍 일어났나 봅니다. 사랑방으로 가 봤더니 삼촌들과 아저씨는 아직도 자고 있습니다.
“아저씨, 자동차.”
삼촌이 잠에서 깨어나 말했습니다.
“지금이 몇 시인데 아침이나 먹어야 자동차도 타지, 남들 자고 있는데 시끄럽게 하면 되냐?”
마음이 조급합니다. 아침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나 길었습니다. 아저씨는 호야의 마음을 알아차리셨는지 아침을 먹기 전 나를 태우고 동구 밖으로 나갔습니다. 맨 꼭대기에 사는 영구네 집 앞까지 가서 되돌아왔습니다.
“어때, 기분이 좀 좋아졌니?”
“네.”
그렇지만 걱정이 됩니다. 아침을 먹고 또 태워 주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친구들에게 차를 태워 주기로 벌써 약속을 해놨습니다. 식사 후에 삼촌과 할머니를 태우고 큰 할머니 댁에 간다고 하면 큰일입니다. 아저씨의 눈치를 보면서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했습니다.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다가 재빨리 다가가 귓속말했습니다.
“아저씨…….”
“알았다, 한 번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아저씨는 담배를 피운 후에 차에 올랐습니다. 나를 태우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그러자 애들이 구경하려고 동구 밖으로 몰려나왔습니다.
“야! 멋있는데. 호야, 아저씨 오면 차 태워 주기로 약속한 거 알지.”
호야는 대답 대신 아저씨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아저씨는 고개를 끄떡였습니다.
“타.”
그러자 우르르 몰려 올라탔습니다.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호야 거짓말이 아니구나. 국군 아저씨 멋있는데, 나도 국군 돼야지.”
“권총도 찼네, 대장인가 봐.”
“대장은 아닌가 봐, 별이 없으니까.”
그러자 아저씨가 빙그레 웃으셨습니다.
“별 달아야 대장이냐?”
“맞아요.”
“음, 그럼, 별 달아볼까?”
아저씨가 주머니에서 모자를 꺼내 쓰셨습니다.
“와, 별이네. 별이 두 개나 된다.”
“그럼 두 대장이네.”
“두 대장이 뭐냐. 그냥 대장이지.”
모자에는 무궁화 두 개가 달려 있지만 아이들은 알 턱이 없습니다. 밤에 빛나는 큰 별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호야의 덕분에 아이들은 차를 타고 다섯 바퀴나 돌았습니다. 동네 어른들도 두 바퀴나 돌았습니다.
“야, 우리 자치기하자.”
“싫어.”
“응, 그래? 우리 아저씨 오면…….”
“알았어, 하자.”
다음 날이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호야가 말했습니다.
“야, 우리 냇가에서 고기 잡고 가자.”
“바쁜데, 우리 엄마 심부름.”
“나는 숙제.”
“음, 나는 토끼풀 뜯어야 해.”
“그래, 좋아. 다들 가. 나는 고기 잡고 갈게. 그 대신 우리 대장 아저씨 오면.”
“알았어, 고기 잡고 가지 뭘, 잡으면 되지.”
호야를 따라서 언덕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친구들을 빙 둘러보았습니다.
“빠진 사람 없지? 한 줄로 서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