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작은 아이

32. 다람쥐

by 지금은

호야의 눈가에 이슬이 맺힙니다.

‘죽으면 어떻게 하지?’

호야는 상자에 들어 있는 다람쥐 새끼를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할머니 말씀을 들을걸.’

할머니는 호야에게 다정하게 그러나 힘을 주어 말씀을 하셨습니다.

“호야야, 이 다람쥐 새끼는 살릴 수가 없으니 있던 곳에 도로 가져다주렴, 어미가 새끼를 잘 돌봐 주어야 해. 아직 눈도 못 뜬 게 무엇을 먹고살겠니? 엄마의 젖을 먹어야지.”

호야의 귀에는 할머니의 말씀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문제없어요, 제가 잘 키울 수가 있으니까요.”

당장 무엇을 주어야 할지를 모릅니다. 밤을 주어도 도토리를 주어도 좁쌀을 주어도 고구마를 주어도 입에 대지를 않습니다. 하루 종일 비실비실 움직이더니 다음날부터는 움직이지도 않고 옆으로 드러누워서 죽은 듯이 꼼짝도 안 합니다.

‘죽으면 어떻게 하지’

불안한 마음에 몸을 살짝 건드려 보면 꿈틀 하고 그만입니다.

“다람쥐가 아무것도 안 먹고 왜 움직이지도 않지요?”

할머니는 상자 안을 들여다보시고는 혼자 말로 중얼거리십니다.

“귀한 목숨 빼앗는구나. 말을 들을 것이지. 쯧쯧.”

새끼는 결국 닷새 만에 죽고 말았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와 상자 안을 들여다보니 먹이는 그대로이고 몸을 건드려 봐도 반응이 없습니다. 몸을 손으로 만져 봤더니 차갑습니다. 뻣뻣하게 굳어 있었습니다. 죽음을 직감했습니다.

‘이를 어쩌지?’

상자를 들고 일어서서 방안을 맴돌다가 밖으로 나와서 뒷들에서 안절부절못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를 않습니다.

“야, 그게 뭐니?”

동우가 우리 집으로 놀러 왔다가 물었습니다.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 일요일 다람쥐 굴을 파러 갔는데 동우가 호야를 발견하고 쫓아왔습니다.

“야, 다람쥐 굴을 파지 마라.”

“왜? 네가 파 가지려고.”

“그게 아니고 지금은 너무 일러서 한 달은 있다가 굴을 파야 새끼를 꺼낼 수가 있다. 지금 꺼내면 죽는다.”

“왜?”

“너무 어리니까.”

“네가 뭘 안다고.”

“알지, 작년에 내가 이맘때쯤 굴을 팠다가 눈 못 뜬 다람쥐를 꺼냈는데 살리지 못했거든.”

“거짓말, 그냥 놔두면 네가 몰래 가지려고 그러지?”

“야, 너 나를 뭐로 알고 그래? 못 믿으면 손가락을 걸면 되지.”

호야는 동우의 말도 할머니의 말도 듣지를 않았습니다.

작년과 재작년에 창순이 형이 다람쥐 굴을 파서 새끼를 여러 마리 꺼냈습니다. 호야가 한 마리만 달라고 해도 주지 않고 자랑만 했습니다. 약이 오른 호야는 올해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다람쥐 굴을 발견해서 새끼를 꼭 잡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쳇바퀴에서 재롱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 여간 갖고 싶은 게 아닙니다.

‘치 그까짓 다람쥐, 안 주면 나는 없을 줄 알고.’

호야는 겨울부터 다람쥐 생각을 했습니다. 눈이 녹는 이른 봄이 시작되자 학교가 파하면 책보자기를 방안에 던져놓고 산기슭을 돌아다녔습니다. 이렇게 한 보람이 있어서 열흘 남짓에 굴을 발견했습니다. 일요일이 되자 괭이를 가지고 굴을 팠습니다.

‘동우의 말을 들었었더라면 죽이지는 않았을 텐데.’

비밀로 하고 있다가 한 달 후에 파서 사이좋게 나누어 갖자고 했습니다. 내 얼굴을 보고는 이내 짐작이 가는 모양입니다.

“자식, 내 말을 듣지.”

호야는 아무 말 없이 상자를 받쳐 들고 뒷동산으로 향했습니다. 담장을 넘어 비탈을 올라갔습니다. 동우가 뒤따라왔습니다.

‘여기가 좋겠다, 햇빛도 잘 들고 꽃나무도 있네.’

호야가 상자를 내려놓자, 동우는 재빨리 상자를 열어 보았습니다. 얼굴이 찡그렸습니다.

“야, 맨손으로 어떻게.”

동우의 눈치를 채고 다시 담을 넘어 호미를 가지고 왔습니다. 동우가 호미로 동그라미가 그려진 땅 위를 파고 묻었습니다. 그 틈에 호야는 뒷동산 기슭으로 올라가 진달래꽃을 한 아름 꺾어 왔습니다. 꽃가지를 무덤 주위에 울타리처럼 빙 돌아가며 촘촘히 꽂았습니다.

“이만하면 다람쥐 새끼가 천당을 가겠다. 그만 일어나.”

“응.”

“그만 일어나, 가자.”

동우가 외면한 호야의 얼굴을 힐끗 보고는 중얼거렸습니다.

“자식 약하기는.

호야는 결심했습니다. 이제는 다람쥐 굴을 파지 않는다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작은 동네 작은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