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작은 아이

38. 홍수

by 지금은

멀리 보이는 학교 앞 냇가에 흙탕물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무섭게 흘러갑니다. 어제는 소꼬리를 잡고 내를 건너던 어른이 떠내려갔다고 합니다. 밤새 억수같이 내린 비로 냇물은 강을 이루었습니다. 물이 둑을 넘어 논을 휩쓸고 지나갑니다. 우리들이 다이빙하는 절벽을 올라 바위 머리를 쓸며 흘러갑니다.

열흘 전부터 비가 많이 왔습니다. 우리는 동네 앞 냇가를 건너지 못했습니다. 오늘도 가 봐야 건너지 못하리라는 것을 압니다. 책보자기를 가슴에 감추고 냇가를 향해 갑니다. 앞 동네 아저씨가 어느새 오셨습니다. 건너편에서 기다리다가 두 손을 가로젓습니다. 저번에는 선생님이 손을 흔드셨습니다. 오늘은 선생님이 못 오셨나 봅니다.

‘학교에 오지 말라는 신호입니다.’

우리들은 여름철만 되면 한두 번씩 겪는 일입니다. 이제 상황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선생님이 아무리 소리쳐 말씀하셔도 소용이 없습니다. 물소리 때문에 들리지를 않습니다.

첫날은 학교에 가지 않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꼭 일요일만 같습니다. 지금은 그렇지를 못합니다. 며칠 지나고 보니 학교가 궁금합니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보고 싶습니다. 소용없는 일인 줄 알면서도 아침을 먹자, 냇가로 갔습니다. 냇물은 무섭게 흘러갑니다. 잠시 물을 보고 있는 동안 몸이 어지러워집니다. 돌아서려는데 논에 갔다 오시던 동네 아저씨가 말씀하십니다.

“얘야, 위험한데 뭣 하러 왔니? 학교에 갈 생각일랑 아예 말아라. 어른들도 건너기를 포기했다.”

아저씨의 손에 떠밀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저 멀리 학교 앞쪽의 큰 내는 더 붉고 더 넓어졌습니다. 일주일이 지나서야 학교에 갔습니다. 어른들이 참다못해 둑에서 자라는 큰 미루나무를 베어 넘겼습니다. 큰 나무가 저편 둑으로 넘어지자, 외나무다리가 되었습니다. 돌다리는 물속에 그대로 있는지 모두 떠내려갔는지 보이질 않고 외나무다리가 우리들의 통행을 도와주었습니다.

“통나무 다리를 건널 때 신경을 써야 한다. 밑을 보면 안 돼.”

할머니가 말씀하시는 이유를 압니다. 여러 번 들었습니다. 둑에 큰 나무 말뚝을 박고, 다리 위에 긴 동아줄 두 가닥을 양옆으로 매달았습니다. 위험하니 건널 때 잡으라는 뜻입니다.

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손뼉을 쳐주었습니다. 선생님은 우리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말씀하셨습니다.

“그동안 별일 없었지? 궁금했는데 잘 왔다. 못 나온 것은 결석이 아니에요. 너의 잘못이 아니라 홍수 때문이니까.”

진수가 소곤거렸습니다.

“우리 집도 호야네 집이면 좋겠다.”

여러 명의 친구가 며칠 동안 학교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학교를 제일 많이 빠진 사람은 호야입니다. 개울을 다섯 개나 건너야 하기 때문입니다. 작은 도랑까지 합치면 열 개도 넘습니다. 학교 주위에 사는 아이들은 매일 학교에 나와서 공부했습니다. 말은 안 해도 우리들을 부러워합니다. 심심한 게 무엇인지 모르는 모양입니다.

장마 지는 여름은 우리에게는 신발이 필요가 없습니다. 신발을 벗었다 신었다 귀찮기만 합니다. 옷은 젖었다 말랐다 하루 종일 변덕을 부립니다. 학교에 가면서 젖어버린 옷이 교실에서 마르기 시작하고 학교를 나오면서 젖기 시작하면 집에 와서야 마릅니다. 도롱이도 필요 없고 우산도 필요 없습니다. 위에서 떨어지는 비를 피할 수는 있어도 옆에서 몰려오고 밑에서 튀어 오르는 비는 피할 수가 없습니다.

돌아오면서 학교 앞 냇가를 살펴보았습니다. 전과 같이 맑은 물이 흘러갑니다. 주위에는 달라진 점이 많았습니다. 둑이 터져버렸습니다. 주위의 논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냇가의 모습이 지난번과는 다릅니다. 물줄기가 방앗간을 삼켰습니다. 물은 상구네 논 가운데로 흘러갑니다. 학교가 끝나고 멱을 감던 산 밑은 움푹 파였습니다. 돌로 된 절벽이 나타났습니다. 저번에 영화를 보던 강변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더 멀었습니다. 길이 끊어지고, 다리가 없어졌습니다. 산기슭을 타고 냇가를 따라 논을 지나옵니다. 밭을 지나 언덕을 넘어 집으로 향합니다. 더위는 아직도 붉은 태양을 믿고 물러갈 줄을 모릅니다. 호야의 마음은 지금 낯선 동네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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