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작은 아이

39. 미역 감기

by 지금은

“야, 우리 미역 감고 가자.”

“그냥 가자.”

“이제 집에 다 왔는데 물속에 들어갔다 가자.”

“물살이 세서 위험한데.”

“위험하기는 뭘 위험해, 물이 많아서 더 좋지.”

명구가 옷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가자, 호야와 동우도 함께 들어갔습니다. 물이 전보다 더 차갑기는 해도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맑은 물은 모래와 자갈들이 잘 보이도록 해줍니다. 물이 차가워 입술이 파랗게 변했습니다. 온몸에 닭살이 돋았습니다.

“야, 우리 저쪽 바위까지 건너가기 시합하자.”

“물살이 세서 위험해.”

“위험하기는, 저쪽 바위는 가까우니까 괜찮을 거야. 내가 책임질게.”

명구가 조르자, 시합하기로 했습니다. 명구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바위를 향했습니다. 물살이 세서 세 발짝 정도 가다가 아래로 떠내려갑니다.

“어어”

말할 사이도 없이 명구가 물에 휩싸였습니다.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합니다.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합니다. 아래로 쓸려갑니다. 바위 사이를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며 떠내려갑니다. 나무 둥치가 장마에 휩쓸려 가는 것 같습니다. 호야와 동우가 명구를 쫓아 아래로 뛰어갑니다. 호야와 동우 역시 몸이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물 밖이라고는 하나 바닥은 자갈과 바위투성이입니다. 울퉁불퉁한 바닥을 딛고 쫓아가야 합니다. 명구가 떠내려가는 것보다도 몇 배나 더 느립니다. 호야와 동우가 친구의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넘어지면서도 눈길을 똑바로 하고 열심히 쫓아갑니다. 저만치 가서야 명구를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용케도 바위를 붙잡아 물 밖으로 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야, 괜찮니?”

말이 없습니다. 매우 놀란 얼굴입니다. 명구에게 다가갔습니다. 바위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살폈습니다. 등과 팔다리가 긁혀 붉은 핏자국이 드러났습니다.

“야, 일어나 옷 입고 집으로 가야지.”

호야와 동우가 명구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명구는 한쪽 발을 딛지 못합니다. 무릎을 구부리고 어쩔 줄을 모릅니다.

“왜 그래?”

얼굴이 일그러진 표정입니다. 발을 잡고 바닥을 보던 우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두꺼운 발바닥이 칼에 베인 것처럼 피가 보입니다. 우리는 명구의 양어깨를 받쳐 옷을 벗어 놓은 장소로 데리고 갔습니다. 책보자기를 풀러 발을 감싸고 묶었습니다. 책과 공책은 동우의 것과 합쳤습니다. 명구를 부축합니다. 얼굴에도 상처가 났습니다.

‘멱 감자고 할 때 싫다고 할걸.’

이미 엎질러진 물입니다. 동구 밖에 다다랐을 때는 해가 한 뼘만 남았습니다. 지나가는 비가 후드득후드득 떨어집니다. 엄마의 모습이 보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작은 동네 작은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