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작은 아이

40. 낮잠

by 지금은

“호야, 일어나. 지금 몇 시인데 아직 자고 있니?”

“학교 늦었다. 빨리 일어나 밥 먹고 학교 가야지.”

고모와 삼촌이 번갈아 가며 호야를 깨웠습니다. 눈을 떠보니 아직 어둑어둑합니다.

“아직 멀었는데 벌써 깨워?”

옆으로 돌아누웠습니다. 고모가 호야를 흔들면서 말합니다.

“얘 좀 봐, 지금이 몇 시인데. 구름이 잔뜩 끼어서 그렇지.”

호야가 깜짝 놀라 일어나 방문을 열어 보니 하늘이 구름으로 가득합니다.

“얘가 뭘 꾸물거리고 있어. 빨리 학교에 갈 생각은 안 하고.”

호야는 서둘러 책보자기를 둘러메고 뜰아래로 내려섰습니다. 삼촌이 말했습니다.

“아침이나 먹고 가야지, 이왕 늦은 걸 말이야.”

“아침은 무슨, 벌써 친구들은 학교에 도착해서 공부하고 있을지 모르는데 빨리 가봐야지.”

고모의 성화에 사립문을 나섰습니다. 동구 밖을 향해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주위를 살펴보니 친구도 어른도 보이지 않습니다. 동네가 조용합니다.

“자식 저 혼자만 갈게 뭐람. 기다리다 안 보이면 와서 같이 가자고 해야지. 나는 동주가 안 보이면 확인을 하고 함께 갔는데.”

동구 밖을 나서자 부지런히 걸어갑니다. 징검다리를 건넜습니다. 서낭당도 지났습니다. 산모퉁이를 돌았습니다. 길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기분이 이상합니다.

‘동주 자식이 전에는 안 그랬는데. 혹시 고모와 삼촌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닐까?’

고모와 삼촌이 서둘러 깨웠습니다. 책보자기까지 매 준 것을 보면 거짓말 같지 않습니다. 마음이 급해집니다. 달음박질했습니다. 개울을 하나 건넜습니다. 학교 쪽에서 오시는 명순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어디를 그렇게 부지런히 가니?”

“학교에 가요.”

“그래, 잘 다녀와.”

삼촌과 고모의 말이 거짓말은 아닙니다. 명순 할머니까지 인사를 받으시고 ‘잘 다녀와’ 하시며 지나친 것을 보면 짐작이 됩니다.

부엉골을 지났습니다. 학교가 가까워질수록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날씨는 집을 나올 때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잔뜩 찌푸린 하늘이 몇 시나 됐는지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마음이 뒤숭숭합니다. 발걸음이 빨랐다 느렸다 제 속도가 아닙니다.

말둥구리 입구를 막 지나가는데 언덕에서 누군가가 나를 부르면서 손짓합니다. 뒤돌아봤더니 훈식이입니다.

“야, 어디 가니? 책보자기를 메고.”

“학교에 간다. 너는 안 가니?”

훈식이가 언덕을 달려 내려왔습니다.

“왜 학교에 가니?”

“뭐라고, 학교에 왜 가느냐고? 자식 너 학교 가기 싫은 모양이구나. 나는 지각할까 봐 바삐 가는 길인데 말이야.”

“미친놈, 오늘이 무슨 요일인데 그래.”

“인마, 월요일이지 뭐야.”

“날짜 가는 것도 모르는구먼. 너는 하루를 이틀로 치냐? 어제가 토요일이었잖아. 같이 오다가 냇가에서 송사리와 피라미를 잡았잖아?”

“인마, 네 말이 맞지만 잠을 두 번 잤으니까 맞지. 월요일.”

“아무래도 꿈꾸고 있구먼, 너 낮잠 잤지?”

“부지런히 가서 너나 공부하고 와라. 학교 자주 가는 놈이 공부 잘하는 것이니까.”

낄낄대면서 내 책보자기를 낚아챘습니다. 믿을 수가 없습니다. 훈식의 말을 믿어야 할까. 삼촌과 고모가 거짓말을 할 리가 없고 명순 할머니께서도 잘 다녀오라고 말씀하셨으니 말입니다.

호야는 책보자기를 빼앗아서 옆구리에 끼면서 말했습니다.

“자식 학교 가기 싫으면 저만 안 가면 되지 나까지 못 가게 하려고 책보자기를 빼앗아. 너 학교에 가서 선생님께 이를 거야. 놀면서 학교에 안 온다고.”

“그래 네 말이 맞는다, 학교에 가서 잘해 봐.”

훈식이는 제 말을 믿어 주지 않는 것이 서운한지 뒤돌아서서 가버렸습니다. 학교로 향하는 동안 머릿속이 뒤숭숭합니다. 가는 게 옳은지 안 가는 게 옳은지 마음이 복잡합니다. 그래도 가야 합니다. 가서 허탕을 칠지라도 가야 합니다. 결석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개울을 하나 더 건너고 산모퉁이를 돌아 옹기점 언덕까지 왔습니다. 댓거리에 사는 상용 아버지가 마차를 끌고 언덕을 오릅니다. 상용이도 책가방을 메고 마차 뒤를 따라서 올라옵니다.

“상용이 아버지 장에 다녀오세요?”

“그래, 어디 가니?”

“학교예요”

호야는 올라가는 마차 뒤로 다가가 상용에게 슬며시 말을 걸었습니다.

“학교 벌써 끝났니?”

“왜?”

“벌써 오니까.”

“그럼, 너 학교에 가니?”

“응.”

“일요일에도, 선생님이 오라고 했어?”

“아니. 그런데 너는 왜 책가방을 등에다 맸지?”

“어제 명막골에 사시는 작은아버지 댁에 갔다가 자고 오는 길이야.”

“그런데 너 진짜 공부하러 학교에 가니?”

상용이 아버지가 눈치를 채셨나 봅니다.

“너, 낮잠 잤구나.”

“두 번 자면 월요일이지, 세 번 자면 화요일. 세 번 자지 않기를 잘했구나.”

호야는 갑자기 머리가 혼란스러워집니다.

“잘 다녀오너라. 남보다 학교에 한 번이라도 더 가면 공부를 잘할 수 있을 테니까. 아랫마을 경실이도 언젠가 그랬다더니.”

얼굴이 붉혀지는 호야를 상용이가 잡아끌었습니다.

“마차가 언덕을 올라가면 같이 타고 가자.”

잠시 후 상용이와 호야는 마차 위에 올라탔습니다. 상용이 아버지가 뒤를 돌아보시고는 빙그레 웃으셨습니다.

‘이왕 낮잠을 자려면 일곱 번을 자는 것이 낮지 않을까.’

마차에서 내려 집 앞의 개울을 건넜습니다. 내일 상용이와 훈식이가 나팔을 불지 말아야 할 텐데 걱정됩니다. 길가의 집 굴뚝에서는 잿빛 연기가 모락모락 오릅니다.

‘삼촌과 고모는 바보야, 같이 잤으면서 날짜 가는 것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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