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걸레
“이 자식이, 내놔.”
“뭐라고, 이 걸레는 내 거야.”
“네 것이 어디 있어, 먼저 집은 사람이 임자지.”
“인마, 무슨 얘기야. 이건 전에 우리 엄마가 만들어 주셔서 가져온 걸레인데.”
완석과 호야가 서로 걸레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입씨름합니다. 청소 당번 아이들이 말려 봤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서로 양보를 하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붙들고 늘어집니다. 걸레를 만든 지 오래되지도 않아 찢어질 리 없습니다. 드디어 걸레를 차지하려고 엎치락뒤치락했습니다. 복도 마루에서 뒹굴기까지 합니다. 보다 못한 옥순이가 이 둘 사이에 끼여 말했습니다.
“둘 중에 한 사람이 양보해라, 그러면 내가 가지고 있는 걸레를 줄 테니까.”
듣는 척도 하지 않습니다. 식식거리며 놓지를 않습니다.
“호야, 너 양보해라.”
“안 돼, 내가 만들어 온 것인데 왜 양보해.”
“그럼, 완석이가 양보해라.”
“싫어, 내가 먼저 집은 것인데 이놈이 빼앗으려고 하잖아.”
호야는 절대로 양보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도 양보했다가는 완석이 녀석에게 꼭 쥐여살지도 모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완석이가 호야에게 꼼짝 못 했습니다. 올해부터는 좀 달라졌습니다. 봄부터 키가 쑥쑥 자라면서 힘도 세졌습니다.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놀이하면 호야가 서서히 힘에 밀리기 시작합니다. 마음이 다소 불안했는데 드디어 일이 벌어졌습니다.
보름 전쯤의 일입니다. 체육 시간이 끝나고 교실로 들어왔는데 완석이의 옷핀이 없어졌습니다. 두리번거리던 완석이가 내 이름표를 보고는 시비를 걸었습니다.
“야, 옷핀 내놔. 자식 내 옷핀을 훔쳐 갔잖아.”
“뭐라고? 이건 우리 고모가 준 것인데.”
“인마 거짓말 말아라, 옷핀이 다른 애들 것과는 모양이 다르잖아.”
“그래, 다르다. 우리 고모가 옷핀이 예쁘다고 준 것인데 뭘 그래. 증인도 있다.”
“누구?”
“종호.”
그러자 종호가 옆에 있다가 말했다.
“맞아, 아침에 학교에 오다가 길에서 만나 같이 왔는데 호야가 멋진 옷핀이라고 자랑했거든.”
“인마, 너는 껴들지 마. 호야와 단짝이라고 편을 들어주고 있어.”
눈을 부릅뜨자. 종호는 겁에 질려 슬그머니 피해 버렸습니다. 결국 우리들은 누구의 잘못을 가리기보다는 벌로 청소해야 했습니다. 선생님은 학기 초에 우리와 약속을 하신 게 있습니다. 싸우면 잘잘못을 떠나 똑같이 벌을 받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들은 교실 청소를 하고 화장실 청소까지 해야만 했습니다. 어두워질 무렵에야 집으로 돌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싸우는 것을 매우 싫어합니다. 다퉜다 하면 종일 벌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싸움해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도록 벌을 주십니다. 이날도 화장실 청소를 열 번도 넘게 다시 해야 했습니다. 학교에 손님이 오시는 날보다도 몇 배는 더 깨끗합니다.
“이 녀석들, 싸우는 것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손수 화장실에 물을 뿌리고 맨손으로 변기를 닦는 시범을 보이셨습니다. 다음 우리들도 똑같이 하라고 하셨는데 얼마나 여러 번을 쓸고 닦았는지 모릅니다. 나중에는 화장실 냄새가 코에 배서 냄새를 잊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다짐했습니다. 이제는 절대로 싸움하지 말아야지 하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완석과 호야가 싸우는 것을 말리던 친구들도 지쳤습니다. 말리기를 포기해 버리고 자기들 청소만 했습니다. 정리 정돈이 거의 끝나 갈 무렵 선생님이 교무실에서 우리를 향해 다가오셨습니다.
“청소 다 했지?”
“네.”
분단장이 대답하자 선생님은 우리 둘을 쳐다보셨습니다.
“너희들 둘은 뭐야? 바닥을 닦지 않았잖아.”
“얘들은 청소는 하지 않고 싸움만 했어요.”
“아니 이 녀석들, 싸워도 말릴 생각은 안 하고 구경만 하고 있었단 말이야?”
“아니에요, 아무리 말려도 듣지를 않아서.”
“그래? 혼 좀 나 봐야지.”
선생님은 우리 둘만 남겨 두고 친구들을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우리는 교실 앞으로 갔습니다.
“어떻게 된 거야?”
“이 자식이 내 걸레를 빼앗으려고 해서요.”
“아닌데요, 이 자식이 내가 먼저 가지고 있는 걸레를 제거라고 빼앗잖아요.”
“이 자식이 뭐야, 친구끼리. 오늘은 무슨 벌을 받을까?”
“싸운 지 얼마 됐다고 또, 오늘은 좀 더 벌을 받아야겠지.”
우리는 잔뜩 긴장되어 머리를 숙이고 발끝만 쳐다보고 있었다.
“잘잘못은 들으나 마나지? 싸웠으면 둘 다 똑같으니까, 말이야.”
“예.”
“그러나 이야기나 들어봐야지, 호야부터 말해 봐.”
“제가 가져온 걸레를 완석이가 가지고 청소하려고 해서 그랬어요.”
“그럼, 완석이 너는?”
“청소하려고 제가 먼저 걸레를 집었는데 걸레가 제거라고 빼앗잖아요.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다가 그렇게 됐어요.”
“음 말을 더 들어보나 마나 군,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벌을 받아야지. 서로 양보하고 사이좋게 했더라면 청소를 하고 일찍 집에 갈 수가 있었을 텐데 말이야.”
선생님은 완석과 호야가 얼굴을 마주 보고 있게 하셨습니다. 화난 표정입니다. 한동안 의자를 뒤로하고 창밖을 바라보시던 선생님이 자세를 바꾸셨습니다. 표정이 다소 누그러진 얼굴입니다.
“생각해 보니 청소를 열심히 하려고 하다가 싸움이 벌어졌군, 그 생각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싸웠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싸워 가면서 해서야 되겠나? 화장실 청소를 전번 보다 더 깨끗이 해야겠는걸.”
호야와 완석은 말없이 교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자식, 네가 양보했으면 됐을 텐데 그랬잖아.”
“인마, 네가 먼저 양보했으면 됐지.”
“완석이, 너 저번에 옷핀 다른 곳에서 잃어버리고 나한테 떼를 썼잖아.”
“그때는 멋있는 옷핀을 잃어버려서 약이 올라서 그랬지, 그런데 오늘은 네가 잘못했다. 왜냐고 하면 네가 가져온 걸레라고 해서 너만 쓰라는 법이 있니? 따져 본다면 너는 빗자루를 가져오지 않았으니까, 바닥을 쓸 때는 손으로 쓸어야지.”
호야가 생각해 보니 완석의 말이 맞습니다.
“그래도.”
“그런 말이 어디 있어. 내 말이 맞으면 맞는 거지.”
“그럼 맞다, 그럼 내 옷핀이 네 옷핀이라는 증거가 있니? 나는 종호가 증인인데.”
“그럼, 옷핀은 네 말이 맞는다.”
우리가 이야기하면서 손을 잡고 화장실로 들어서려는데 선생님이 어느새 화장실에서 기다리시다가 우리를 보셨습니다.
“너희들 방금까지도 도깨비 얼굴을 하고 있더니 어떻게 된 거야, 손을 잡고 웃으면서 오니.”
“완석이가 먼저 잘해 보자고 화해했어요.”
“아니에요, 호야가 먼저 화해하자고 했어요.”
“아니, 제가 먼저 그래 놓고.”
“아니, 제가 먼저 말해 놓고.”
선생님이 빙그레 웃으셨습니다. 다음은 우리들의 어깨를 잡아 교실 쪽으로 떠미셨습니다.
“이 녀석들 진작 그럴 것이지, 뒤로 돌아 집을 향해 앞으로 갓.”
우리는 동시에 얼굴을 마주 보고는 씩 한 번 웃었습니다. 손을 잡고 교실을 향해 달렸습니다.